🥀피안의 꽃, 맹렬히 피어나다🥀

2025. 12. 2. 08:05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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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잊힌 이름의 그림자

어둠이 짙게 깔린 밤, 서울의 북적이는 도심 속에서도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곳이 있었다. '달무리'라 불리는 허름한 2층 건물. 그곳의 가장 구석진 방에는 스무 살의 해아가 살고 있었다. 해아. 이름처럼 낯설고 신비로운 빛을 품은 소녀. 그녀의 이름은 흔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세상에 해아가 존재했음을 지우려 했던 것처럼.

해아는 달무리 2층에서 작은 '점집'을 운영했다. 점집이라기엔 괴이한 곳이었다. 그녀는 굳이 신내림을 받지도 않았고, 굿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손님과 눈을 마주하면, 그들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결정적인 순간'을 영상처럼 보았다. 그것은 축복이 아닌 저주였다. 사람들의 불행과 고통을 미리 안다는 것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무력감 속에 그녀를 가두는 일이었으므로.

그날도 해아는 눅진한 방 안, 낡은 촛불 앞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에 섞여,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쿵. 문이 닫히고, 서늘하고 짙은 공기가 해아의 뺨을 스쳤다.

"점쟁이 아가씨."

나지막한 목소리. 얼음처럼 차가우면서도, 묘하게 폐부를 찌르는 듯한 깊이가 있었다. 해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는, 해아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손님과도 달랐다.

키는 압도적으로 컸고, 완벽하게 재단된 검은색 코트가 그의 단단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얼굴은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해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어둠' 그 자체라고. 그리고 그의 등 뒤로, 섬뜩할 만큼 붉은 '피의 잔상'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해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능력으로도, 이 남자의 '결정적인 순간'은 읽히지 않았다. 마치 그의 시간은 이미 오래전에 멈춰버렸거나, 혹은 인간의 시간 축 바깥에 존재하는 것처럼.

"앉으세요."

해아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촛불이 일렁이며 남자의 얼굴을 잠시 비추었다. 날카로운 턱선,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멀고 먼 눈동자. 그의 이름은 류지천.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거대한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모든 것을 움직이는 남자였다.

지천은 무거운 의자에 앉았다. 그의 등장은 방 안의 모든 공기를 진공 상태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당신은 미래를 본다고 들었지." 지천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질문이 아닌, 확인이었다.

"미래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과거와 가장 확실한 미래의 '조각'을 봅니다." 해아가 대답했다. "당신의 시간은... 보이지 않네요."

지천은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은 비웃음이라기보다는, 흥미롭다는 듯한 감정이었다.

"좋아. 나는 당신에게 '예언'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다." 지천은 코트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금속의 차가운 광택이 촛불에 반사되었다. "나는 당신이... '사라진 것'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해아는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저는 탐정이 아닙니다."

"아니, 당신만이 찾을 수 있지." 지천의 눈빛이 해아를 꿰뚫었다. "당신이 보는 그 '조각'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실마리일 테니."

그 순간, 해아의 눈앞에 강렬한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지하 금고, 핏물처럼 붉은 와인,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는, 이름 모를 여자의 손. 그 손목에는, 테이블 위에 놓인 상자에 새겨진 것과 똑같은 문양의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해아는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내게 그것을 보여주었군." 지천이 차분하게 말했다. "나의 실수는, 그것을 너무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다는 것이지. 내게 소중한 것이었으나, 이제는 '위험한 것'이 되었다."

해아는 힘들게 숨을 쉬었다. "누구입니까? 누가... 그것을 가져갔습니까?"

지천은 테이블 위의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해아는 그 빈 공간에서, 형언할 수 없는 고독과 슬픔, 그리고 맹렬한 복수심의 잔상을 보았다.

"내 동생." 지천이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차가워져 있었다. "그리고 당신이 찾아야 할 것은, 그 아이가 훔쳐 달아난... 나의 심장이다."

해아는 혼란스러웠다. 심장이라니? 그건 물리적인 것이 아닐 터였다. 하지만 지천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주겠어. 단, 조건이 있다." 지천은 몸을 숙여 해아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숨결에서 차가운 밤공기와 희미한 담배 향이 느껴졌다. "당신은 나의 그림자가 되어야 한다. 이 임무가 끝날 때까지."

해아는 피할 수 없었다. 이미 그녀의 눈에 비친 '피의 잔상'이 지천과 그녀 자신을 엮어버린 실타래임을 알았으므로. 해아는 촛불을 바라보았다. 촛불이 꺼지자, 그녀의 작은 방은 류지천이라는 거대한 어둠 속에 완전히 잠식되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조건이 있습니다." 해아는 그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저는 당신의 그림자일 뿐, 당신의 '도구'는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누군가를 죽이는 데 일조하지 않습니다."

지천은 해아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더니, 처음으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딜."


🔪2부: 맹세의 밤과 핏빛 추적

해아는 다음 날 아침, '달무리'를 떠났다. 류지천이 보낸 검은색 세단이 그녀를 픽업했고, 그녀가 도착한 곳은 서울의 최고층을 자랑하는 펜트하우스였다. 해아는 짐이라곤 작은 배낭 하나뿐이었다. 그 안에는 그녀의 비밀스러운 능력만큼이나 오래된, 낡은 사진 한 장만이 들어 있었다.

류지천의 거처는 감탄을 넘어선 위압감을 주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어떤 인간적인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잘 설계된 요새 같았다. 해아는 지천의 서재에서 첫 번째 임무를 받았다.

"이 아이의 행적을 추적해야 한다."

지천이 건넨 태블릿 화면에는, 자신과 놀랍도록 닮았지만 훨씬 부드럽고 불안정한 분위기를 풍기는 젊은 남자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류강하. 지천의 이복동생이자, 거대한 그룹 '천명'의 숨겨진 후계자 중 한 명. 그리고 지천이 말한 '심장'을 훔쳐 달아난 장본인.

"그 아이는 내게 가장 중요한 문서를 가지고 달아났다. 천명 그룹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지. 그리고... 그 아이가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접촉했던 사람들의 '과거 조각'을 보고, 강하의 현재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해아는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강하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또다시 강렬한 이미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 첫 번째 조각: 낡은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비치는 황혼의 빛. 강하가 누군가의 손에 붉은 장미 한 다발을 건네고 있었다. 상대방의 얼굴은 빛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 두 번째 조각: 해변가의 작은 오두막. 창문 너머로 거친 파도가 부서지고, 강하가 무언가를 끓어안고 흐느끼고 있었다. 그가 끓어안은 것은 낡은 곰인형이었다.

해아는 눈을 감았다. 지천은 조용히 그녀를 지켜보았다.

"성당, 붉은 장미, 해변 오두막... 단서는 너무 모호합니다." 해아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감정은... 깊은 상실감과 고독입니다. 그리고 맹렬한 복수심."

지천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복수심이라... 대상은 나겠지."

"아닙니다." 해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복수심은...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을 향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훔친 것은 단순한 문건이 아닙니다. 그가 유일하게 믿었던 사람의 마지막 흔적입니다."

지천은 해아의 통찰력에 경악했다. 해아의 말은 그의 내면 깊숙한 곳을 찔렀다. 류강하가 훔친 것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었다. 그것은 강하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담긴, '천명' 그룹의 창립자이자 그들의 아버지인 회장의 유언장이었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접촉한 사람 중 한 명을 알려주지." 지천이 말했다. "나채린. 강하의 약혼녀이자, 그의 모든 것을 감시하던 나의 비서였지."


📌로맨스의 실타래: 나채린의 눈물

지천은 해아에게 나채린과의 접촉을 지시했다. 해아는 나채린이 머물고 있는 호텔의 라운지로 향했다. 그녀를 만나는 순간, 해아의 능력은 즉각적으로 발동했다.

나채린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그 눈빛은 깊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조각'은 강하의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고통스러웠다.

  • 나채린의 결정적인 순간: 밀실. 강하가 자신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 "채린아, 제발... 나 좀 살려줘. 이 지옥에서 나가고 싶어." 채린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손에는 류지천이 준 것으로 보이는, 계약서와 같은 문서가 들려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강하)의 생존자신의 역할(지천의 감시자)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여인의 비극이었다.

해아는 채린에게 다가갔다. "류강하 씨가 당신에게 '장미'를 주었군요. 어디였는지 기억하십니까?"

채린은 해아의 질문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당신은... 누구죠?"

"저는 류지천 씨의 사람입니다." 해아는 거짓 없이 말했다. "하지만 저는 강하 씨를 찾으려는 것뿐, 해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해아는 채린의 눈에서 진실을 읽었다. 채린은 강하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지천에게 강하의 정보를 넘긴 것은 강하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었음을.

"성당이요... 시 외곽에 있는 성 마르코 성당이요. 강하 씨 어머니께서 자주 가시던 곳이에요. 그리고..." 채린은 흐느꼈다. "그분이 절 두고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주신 것이, 낡은 곰인형이었어요. 항상 제 방에 있었는데, 그걸 가져갔어요. 마치... 영원히 작별하는 것처럼."

해아는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성 마르코 성당, 곰인형, 그리고 해변 오두막.

"그 곰인형... 혹시 몸에 꿰맨 자국이 있습니까? 실 색깔이 짙은 남색이었나요?" 해아가 물었다.

채린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아셨죠? 안에는 강하 씨 어머니가 어릴 적부터 간직하던 자개 조각이 들어있었어요."

해아의 머리가 울렸다. 자개 조각. 그녀의 작은 배낭 속 낡은 사진. 사진 속에서 어린 해아가 손에 쥐고 있던 조각과, 강하 어머니의 자개 조각이 동일한 문양이었다.

"곰인형은... 강하 씨 어머니의 유품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강하 씨에게 가장 안전한 피난처의 좌표를 알려줄 겁니다." 해아는 나지막이 말했다. "해변 오두막은 **동해의 '푸른 파도 여인숙'**이었을 겁니다. 어머니가 비밀리에 마련해 두신 곳이죠."

채린은 해아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해아의 눈빛에는, 강하를 찾는 것 외의 다른 악의가 없었으므로.


🌪️지천의 딜레마

해아는 지천에게 모든 정보를 전달했다. 성 마르코 성당, 푸른 파도 여인숙, 그리고 곰인형 속의 자개 조각.

"푸른 파도 여인숙... 아버지가 생전에 어머니 몰래 사두었던 곳이군." 지천은 이를 갈았다. "당신의 능력은 놀랍군, 해아."

"류강하 씨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심장을 찾은 후, 저와 강하 씨가 안전하게 떠나게 해주셔야 합니다." 해아가 조건을 걸었다.

지천은 해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토록 맑은 눈을 가진 여자가, 자신의 더러운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것이 묘한 쾌감을 주었다.

"당신은 나에게 '그림자'가 되기로 했다. 그림자는 주인을 떠날 수 없지." 지천이 해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의 체온은 얼음처럼 차가웠으나, 그의 시선은 해아에게 맹렬한 소유욕을 드러냈다. "당신이 나의 심장을 찾든, 찾지 못하든... 당신은 이제 내 사람이다."

해아는 지천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가장 끔찍하고 중요한 조각이 떠올랐다.

푸른 파도 여인숙. 류강하가 지천이 쏜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는, 류지천의 아버지, 즉 천명 그룹 회장의 차가운 눈빛.

"당신이 강하 씨를 죽일 것입니다." 해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천의 얼굴에서 모든 감정이 사라졌다. 그는 해아의 어깨를 붙잡고 힘을 주었다. "내가... 강하를 죽여? 그럴 리 없지. 나는 단지 문서를 되찾으려는 것뿐이다."

"당신이 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신의 추적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겁니다." 해아는 지천의 눈을 응시했다. "저는 그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후회할 겁니다. 평생을."

류지천은 해아의 말을 믿지 않으려고 했지만, 해아의 눈에 비치는 절박함과 진실됨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그의 아버지... 천명 그룹 회장. 그가 모든 것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지천은 무시할 수 없었다.

"좋아. 해아." 지천은 결심했다. "동해로 간다. 하지만 당신은... 나와 함께 가야 한다. 당신이 본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든, 확인하기 위해서든."

지천은 해아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맹렬한 추적의 서막이었다. 그리고 해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천의 심장을 찾는 과정이, 결국은 그의 영혼을 구원하거나, 아니면 파멸로 이끌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임을.


🌊3부: 심장이 멈추는 해변

서울에서 동해까지의 새벽 길은 류지천의 거친 운전만큼이나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해아는 지천의 벤츠 조수석에 앉아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어둠을 응시했다. 그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통화하며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의 모든 움직임은 '천명' 그룹을 지휘하는 냉철한 지배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당신은 왜 그렇게 동생을 붙잡으려 합니까? 문서 때문만은 아니잖습니까."

해아가 조용히 물었다.

지천은 핸들 위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문서 때문이지. 그것이 터지면 천명 그룹은 무너진다. 그리고 천명은... 내가 물려받아야 할 것이다."

"아닙니다." 해아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의 '결정적인 순간'을 읽으려 할 때마다, 당신 뒤에는 항상 피의 잔상과 함께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당신은 문서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강하 씨가 당신의 아버지, 회장님께 이용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지천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갓길에 세웠다. 갑작스러운 정지에 해아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지천은 해아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밤의 바다처럼 깊고 어두웠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만약 강하 씨가 당신에게 복수하려 했다면, 그 문서를 언론에 뿌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숨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가진 문서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이기 때문입니다. 회장님께 맞서기 위한 유일한 카드." 해아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당신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문서를 되찾으려는 것입니다. 당신의 심장은... 당신의 아버지로부터 동생을 지켜내고자 하는 책임감입니다."

지천은 해아의 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은 차가웠지만, 떨리고 있었다. "당신은 위험한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의 그 통찰력은... 나를 무장해제시킨다."

그는 해아의 얼굴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들의 거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해아는 그의 눈동자 속에서, 수많은 상처와 외로움을 보았다. 그는 완벽한 지배자가 아니었다. 그저 거대한 그림자 속에서 홀로 싸우는, 외로운 소년이었다.

"내가 강하를 죽이는 미래를 보았다고 했지." 지천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를 멈춰라, 해아. 당신의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막아."

그는 해아의 입술에 자신의 차가운 입술을 맞대었다. 짧고, 맹렬하며, 슬픔이 담긴 키스였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미래를 바꾸고자 하는, 혹은 파국으로 함께 뛰어들고자 하는 맹세와 같았다.


🗝️결정적인 비밀, 자개 조각

차가 푸른 파도 여인숙 앞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동해의 바다는 거칠게 포효하고 있었다. 여인숙은 낡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듯 고독해 보였다.

지천은 경호원들을 외곽에 배치하고, 해아와 단둘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가장 안쪽 방에서 류강하를 발견했다. 강하는 낡은 침대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다. 그의 옆에는 나채린이 말했던, 남색 실로 꿰맨 자국이 있는 낡은 곰인형이 놓여 있었다.

지천은 강하에게 다가가려는 것을 멈추고 해아를 바라보았다. 해아는 곰인형을 집어 들었다.

"강하 씨를 깨우지 마세요." 해아가 속삭였다. "저는 이 곰인형 속에서 당신이 찾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해아는 곰인형의 봉합된 부분을 조심스럽게 뜯어냈다. 그 안에서 은은한 빛을 내는 자개 조각이 나왔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달의 조각 같았다. 해아는 재빨리 자신의 배낭을 열어 낡은 사진 속의 자개 조각을 꺼냈다.

두 개의 조각. 해아는 그 조각들을 합쳤다.

찰칵.

두 개의 조각은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 결합된 자개 조각의 뒷면에, 얇은 종이 한 장이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문서가 아니라, 강하의 어머니가 남긴 편지였다.

내 아들 강하에게.

만약 네가 이 편지를 읽는다면, 네가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다는 뜻이겠지. 너는 이 잔혹한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내 심장이었단다. 이 자개 조각은 내가 아닌, 너의 진짜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다. 너는 천명 그룹의 피를 받지 않았단다.

네가 어릴 때 잃어버린 네 진짜 어머니의 이름은... 이해아였다. 그리고 그분은 너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회장에게 희생당했단다. 네 진짜 어머니는 나의 하나뿐인 친동생이었다. 나는 너를 지키기 위해 너를 나의 아들로 키웠다. 너의 곁을 지켜준 자개 조각은... 네 어머니의 유품이자, 너의 진짜 이름을 증명하는 유일한 단서이다.

해아는 편지를 읽는 순간,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이마가 차가워지고, 시야가 흔들렸다.

"이해아..." 지천이 해아의 어깨 너머로 편지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해아의 잊힌 이름, 그녀의 '결정적인 순간'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드러났다. 해아는... 류강하의 친어머니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몰랐다. 해아의 낡은 사진 속의 어린 소녀와 자개 조각... 그것은 강하의 어머니와 관련된, 해아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유일한 기억이었다.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 해아의 심장을 찔렀다.

강하야. 네 친어머니는 너의 오빠를 남겨두었단다. 그는 천명 그룹에 가장 깊숙이 박힌 회장의 눈이 될 것이다. 그 아이를 찾아. 그가 너를 지켜줄 유일한 사람이다.

지천과 강하에게 또 다른 형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파국: 운명을 거스르는 입맞춤

그때, 침대에 잠들어 있던 강하가 인기척에 눈을 떴다. 그가 지천을 본 순간,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공포와 증오로 물들었다.

"형... 형이 드디어 나를 죽이러 왔군." 강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강하야, 오해야. 나는 문서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다. 나는..." 지천이 강하에게 다가섰다.

"거짓말!" 강하가 소리쳤다. "형은 아버지의 개잖아! 아버지의 심장 대신 나의 모든 것을 뺏으려는 도구일 뿐이야!"

바로 그때, 문밖에서 굉음이 들렸다. 지천의 경호원들이 무언가에 제압당하는 소리였다.

"류지천, 네 동생은 내 것이다!"

여인숙 현관으로 들어선 것은, 류지천의 아버지가 아닌, 지천의 보좌관이자 경호실장이었다. 그는 회장의 지시를 받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강하가 가진 문서를 강하의 '어머니 유언장'으로 둔갑시켜, 지천과 강하를 모두 제거하려는 회장의 최종 목표를 실행하러 온 것이었다.

보좌관은 망설임 없이 총을 뽑아 지천을 겨냥했다. 지천은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강하를 감쌌다.

해아의 머릿속에, 그 미래의 조각이 다시 떠올랐다.

강하가 지천이 쏜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해아는 직감했다. 강하가 총에 맞는 그 미래는, 지천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지천이 강하를 보호하려다 대신 총을 맞고, 그 총알이 지천을 관통해 강하에게도 치명상을 입히는 비극적인 순간이었다는 것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해아의 행동뿐이었다.

총성이 울리는 바로 그 찰나. 해아는 몸을 날려 지천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그의 입술에 다시 한번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멈춰요! 당신의 심장은... 당신의 심장은 강하를 향하고 있어요!"

그녀의 입맞춤은 강렬한 충격파와 같았다. 지천은 모든 판단을 멈추고, 해아의 눈을 응시했다. 해아의 눈빛 속에서, 지천은 자신의 내면에 숨겨왔던 강하를 향한 진정한 보호 본능을 깨달았다.

지천의 경호원들은 제거되었지만, 보좌관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해아의 입술에 닿은 지천은 총구를 겨눈 보좌관이 아닌, 천장의 전등을 향해 재빨리 손을 뻗었다.

총성이 울리고, 전등이 터져 나가며 방 안은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 지천은 해아의 허리를 낚아채 강하와 함께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다.

어둠 속에서 그들은 해변의 모래밭에 떨어졌다. 파도가 그들의 발목을 핥았다. 지천은 강하와 해아를 자신의 몸으로 막으며 소리쳤다.

"강하야, 도망쳐! 지금 당장!"

강하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해아와 지천을 번갈아 보았다. 그는 해아의 손에 쥐어진, 어머니의 편지를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형이 자신을 해치러 온 것이 아니었음을.

"형..." 강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가!" 지천이 다시 한번 외쳤다.

강하는 해변을 따라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보좌관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총을 쏘았다.

"류지천! 너는 회장님의 명령을 거역했다! 넌 이제 끝이야!"

지천은 부상을 입었지만, 해아를 품에 안고 거친 바다로 몸을 던졌다. 차가운 파도가 그들을 덮쳤다. 그들은 바닷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물속에서, 지천은 해아에게 마지막 말을 속삭였다.

"당신이... 나의 심장이다, 해아."

그리고 지천은 해아에게 산소를 불어넣으며, 그녀의 몸을 거친 조류에 맡겼다. 해아는 의식을 잃어갔지만, 그녀의 눈은 지천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차가운 지배자의 얼굴에, 처음으로 인간적인 온기사랑이라는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4부: 차가운 심장의 고독한 항해

고요하던 새벽 바다는 순식간에 두 사람의 생사를 가르는 무덤이 되었다. 류지천은 마지막 힘을 쥐어 해아에게 산소를 밀어 넣고, 그녀의 몸을 거친 조류에 맡겨 해변 쪽으로 밀어냈다. 그는 알았다. 자신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하지만 해아만은 살아남아 이 지옥 같은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심장이었으므로.

해아는 차가운 물속에서 의식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지천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그 거대한 어둠의 지배자가 자신에게 내비친 지극한 연약함과 맹목적인 사랑. 그것이 해아의 영혼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되살아난 과거의 이름

해아는 모래사장에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되었다. 그녀를 발견한 것은 류강하가 아니었다. 도주 중이던 강하는 해변을 뒤덮은 경호원들의 검은 그림자를 보고 다시 산속으로 몸을 숨겼다.

해아는 눈을 떴을 때, 낯선 어촌의 작은 민가에 누워있었다. 노파 한 분이 그녀를 간호하고 있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류지천... 류지천 씨는요?"

노파는 고개를 저었다. "밤새도록 바다가 사납게 울었지. 자네 말고는 아무도 못 봤네. 젊은 남자가... 자네를 밀어 올리더니, 스스로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지. 대단한 사랑이야."

해아는 절망했다. 그녀의 눈앞에 자신이 보았던 미래의 조각이 다시 떠올랐다. 지천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은 피했지만, 그가 바다에서 사라지는 이 장면은... 그녀의 능력 밖의 일이었다.

해아는 주저앉아 류강하 어머니의 편지와 두 조각을 합친 자개 조각을 다시 꺼냈다. 조각을 손에 쥐는 순간, 그녀의 몸을 강렬한 전류가 통과했다.

파앗!

새로운, 압도적인 '조각'이 해아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은 과거의 기록이었다.

  • 세 번째 조각 (진실): 강하의 진짜 어머니이자, 자신과 같은 이름이었던 이해아 (강하의 어머니)의 젊은 모습. 그녀는 천명 그룹 회장의 첫 번째 비밀 연인이었으나, 회장의 잔인함에 희생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어린 두 아이가 있었다. 이해아(강하의 어머니)의 친아들과, 그녀가 임신했던 회장의 아들(강하).
  • 충격적인 깨달음: 강하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남겼다. 편지 속의 **"너의 오빠"**는 류지천이나 류강하가 아닌, 이해아(강하 어머니)의 친아들이었다. 그 아들은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회장의 곁에 머물렀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천명 그룹의 가장 깊은 곳에 침투했다. 그가 바로, **회장이 믿고 의지하는 '천명의 눈'**이었다.
  • 류지천의 정체: 류지천은 이 모든 진실을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강하를 지켜야 할 책임감에 시달렸다. 그의 심장은 형제애와 회장에게서 받은 고독으로 뭉쳐 있었다. 그리고 해아가 보았던 '피의 잔상'은 지천의 운명이 아닌, 그의 진짜 어머니(두 번째 부인)의 비극적인 죽음이었다.

해아는 깨달았다. 그녀는 '이해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 (강하의 어머니)과 깊은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녀의 잃어버린 과거는 그 여인의 동생, 또는 그 여인의 친오빠가 숨긴 마지막 핏줄이었다.

그녀의 낡은 사진 속 자개 조각은, 죽은 이해아가 세상에 남긴 세 번째 유산이었던 것이다.


🌊다시, 심장의 궤적을 쫓다

해아는 지천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자신에게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었을 때, 그녀의 능력은 지천의 생명력에 연결되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지천의 가장 강렬한 감정의 잔상을 추적했다. 그녀의 능력은 과거와 미래뿐 아니라, 맹렬한 의지가 남아있는 생명체의 궤적도 쫓을 수 있었다.

'살아남아라.' '그림자는 주인을 떠날 수 없다.'

지천의 목소리가 바다의 포효를 뚫고 해아의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해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다로 향했다. 그녀는 파도 속에서, 지천이 마지막으로 힘을 준 특정한 방향을 감지했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조류. 그 조류는 여인숙에서 10km 떨어진, 버려진 '화물 선착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재회: 영혼의 닻

해아는 곧바로 선착장으로 달려갔다. 낡고 부서진 선박들이 정박된, 버려진 듯한 부두. 그녀는 직감했다. 지천은 이곳에 있을 것이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창고 안. 해아는 웅크리고 쓰러져 있는 지천을 발견했다. 그는 총상으로 인해 심각한 출혈을 하고 있었다. 그의 몸은 차가웠고, 숨소리는 희미했다.

"류지천!"

해아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지천은 의식이 거의 없었지만, 해아의 목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

"왔군... 그림자..." 그의 목소리는 찢어질 듯 갈라졌다.

"당신이... 당신이 저를 살린 겁니다." 해아는 눈물을 참으며 상처를 지혈할 만한 천 조각을 찾았다. 그녀의 손은 떨렸지만, 이 순간 그녀는 점쟁이가 아닌, 지천의 유일한 구원자가 되어야 했다.

"강하... 강하는..."

"강하 씨는 안전합니다. 당신의 심장이 그를 살린 겁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의 심장을 지켜야 할 차례입니다." 해아는 지천의 뺨에 손을 얹었다. "당신의 심장은 문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입니다."

해아는 지천의 총상을 묶고, 그에게 매달려 속삭였다. "우리의 운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편지를 읽었습니다. 천명 그룹에 당신과 강하 씨의 또 다른 형제가 있습니다. 당신의 진짜 어머니와 강하 씨의 친어머니에게서 이어진, 우리 모두의 운명입니다."

지천은 해아의 말에 고통 속에서도 미세하게 떨리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더 이상 이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질 필요가 없었다. 이 소녀가, 그의 그림자이자, 그의 심장이자, 그의 이 되어주었으므로.

"당신은 나의 빛이다, 해아..."

지천은 의식을 잃었다. 해아는 지천을 끌어안고 주변을 경계했다. 그녀는 이제 단순한 운명의 관찰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류지천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새로운 '미래의 조각'이 떠올랐다.

  • 네 번째 조각 (새로운 임무): 서울의 한 고급 갤러리. 류지천이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있고, 류강하가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곁에,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제3의 인물. 그가 바로 편지에서 언급된 '천명의 눈', 지천과 강하의 이복 형제이자 복수의 화신이었다. 그 인물의 등 뒤로, 해아의 낡은 사진 속 자개 조각과 똑같은 문양이 새겨진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천명의 눈, '이헌'을 찾아야 한다."

해아는 지천을 부축하여 선착장의 깊은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제 해아의 추적은 로맨스가 아닌, 진실을 밝히고 연인을 구해야 하는 처절한 미션이 되었다.


🏥5부: 그림자 속의 밀회와 이헌의 그림자

류지천은 해아의 필사적인 응급처치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해아는 지천을 부축해 작은 어선을 훔쳐 타고 먼 바다로 나갔다가, 지천의 충성스러운 비서였던 김 비서에게 연락했다. 김 비서는 지천에게 위험 신호가 감지된 후부터 회장의 감시망을 피해 은신해 있었고, 해아의 연락을 받고 즉시 움직였다.

류지천은 김 비서가 비밀리에 관리하던 서울 외곽의 고급 은신처로 옮겨졌다. 이곳은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방탄 시설을 갖춘 갤러리 겸 작업실이었다. 해아가 보았던 미래의 조각, '고급 갤러리'가 현실이 된 것이다.

지천은 중환자실 수준의 의료 장비와 전문 인력의 보살핌 속에 누워있었다. 총상 부위가 심각해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해아는 24시간 그의 곁을 지키며 간병했다. 지천의 체온을 느낄 때마다, 해아는 그가 자신을 위해 바다에 몸을 던졌던 그 순간의 감정을 되새겼다. 그녀의 점쟁이로서의 능력은 이제 연인의 생명줄을 지키는 헌신적인 간병으로 바뀌었다.


🔎이헌: 천명의 눈을 찾아서

해아는 지천이 회복하는 동안, 류강하와 제3의 인물, 이헌에 대한 추적을 시작했다.

강하는 여전히 도주 중이었지만, 김 비서의 도움으로 해아와 비밀리에 접촉할 수 있었다. 해아는 강하에게 그의 친어머니가 남긴 편지의 진실과, 자신들이 모두 이헌이라는 공통된 형제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헌이라고요? 저희 아버지(회장)는 아들이 셋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형과 저, 그리고 돌아가신 이복 누나뿐이라고..." 강하는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당신의 어머니는 '이해아'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친어머니와 깊은 인연이 있었습니다. 이헌은 당신의 친어머니의 피를 받은 아들입니다. 회장님은 이 사실을 평생 숨겨왔습니다." 해아가 설명했다.

강하는 해아에게 천명 그룹 내에서 이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를 제공했다. "제가 도망치기 직전, 회장님 서재에서 이헌이라는 이름이 적힌 파일을 봤습니다. 그는 회장님 직속의 '유물 감정팀' 소속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어요. 그는 회장님이 가장 신뢰하는 감정가였죠."

해아는 이헌이 유물 감정가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헌이 회장의 신뢰를 얻은 방식은 지식예술이었다. 이것이 바로 지천의 잔혹한 권력과 강하의 불안정한 감정과는 다른, 이헌의 복수 방식일 가능성이 높았다.


🖼️갤러리의 밤: 운명의 세 번째 퍼즐

해아는 지천이 누워있는 갤러리 내부를 다시 살폈다. 이 갤러리는 지천이 '천명' 그룹의 압력에서 벗어나 유일하게 평온을 느끼던 공간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갤러리 중앙에 걸린 거대한 유화에 멈췄다. 제목은 '피안의 꽃'. 강렬한 붉은색과 섬세한 푸른색이 뒤섞인 그림이었다.

해아는 그림 앞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집중했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자개 조각이 미세하게 떨렸다.

파앗!

새로운 '조각'은 이헌의 명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 다섯 번째 조각: 이헌. 날카로운 지성과 냉담한 눈빛을 가진 남자. 그는 '피안의 꽃' 그림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에는 자개 문양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 이헌의 진실된 계획: 이헌이 이 그림을 감정했다. 그리고 그림의 캔버스 뒷면에는, 강하가 찾던 것과 같은 **'천명 그룹의 비리 문서'**가 숨겨져 있었다. 이헌은 강하가 이 문서를 훔치도록 유도했고, 지천이 강하를 쫓게 만들어 삼형제가 서로를 겨누게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회장에게 복수하는 동시에, 두 형제를 이용해 천명 그룹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것이었다.

해아는 깨달았다. 이헌은 지천이 가장 아끼는 갤러리에, 가장 중요한 증거를 심어두고, 지천이 총에 맞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바로 그때, 갤러리의 비밀 문이 조용히 열렸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들어섰다. 그는 '피안의 꽃' 그림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손가락에는 해아가 미래의 조각에서 보았던, 자개 문양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찾았다, 이헌." 해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는 해아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류지천의 냉정함과 류강하의 불안정함을 합친 듯, 지독하게 차가웠다.

"이해아... 제 어머니와 같은 이름을 가진 분이시군요." 이헌이 비아냥거렸다. "역시 류지천의 옆에 있는 여자는 평범하지 않군요. 그가 마지막으로 의지한 사람이 당신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헌은 지천이 누워있는 침대를 바라보았다. "저희 형은 끝까지 감상적이었죠. 불필요한 동생을 지키려다 스스로를 파멸시켰으니."

"당신은 왜 형제들을 파멸시키려 합니까?" 해아가 물었다. "당신의 복수는 회장에게 향해야 합니다!"

"복수는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를 가장 사랑하는 두 아들이 서로를 파괴하고, 마지막 남은 아들이 그 잔해 위에서 회장을 심판하는 것. 그것이 완벽한 복수죠." 이헌이 차갑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당신이 나타나 모든 것을 망쳤군요. 특히, 류지천을 살려두다니."

이헌은 주머니에서 작은 주사기를 꺼냈다. "걱정 마세요. 류지천의 운명은 여기서 끝입니다. 심장에 주입하면 고통 없이 영원히 잠들겠죠."


🔥타오르는 사랑, 최후의 방패

이헌이 지천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해아는 이헌과 지천 사이에 몸을 던졌다.

"물러서요, 이헌! 당신의 복수는 당신의 형제들을 파괴할 수 없습니다!" 해아는 이헌의 눈을 응시하며,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그녀는 이헌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상실감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보았다.

"당신과 저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신 어머니의 자개 조각과 저의 자개 조각... 우리는 모두 희생된 이해아의 흔적입니다. 복수가 끝났을 때, 당신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해아의 외침은 이헌의 심장을 관통했다. 이헌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해아는 지천의 침대 옆에 놓인 비상 버튼을 눌렀다.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이헌! 문서는 이 그림 뒤에 숨겨져 있습니다. 회장을 무너뜨리세요. 형제들을 파괴하지 마세요!"

이헌은 분노와 혼란 속에서 해아를 노려보았다. 그는 결국 주사기를 던지고, 그림 '피안의 꽃'을 찢어버렸다. 캔버스 뒤에서, 천명 그룹의 비리가 담긴 결정적인 파일이 쏟아져 나왔다. 이헌은 그 문서를 움켜쥐고 비밀 문을 통해 달아났다.

모든 것이 끝난 후, 해아는 숨을 몰아쉬며 지천의 곁으로 돌아왔다. 지천은 희미하게 의식을 되찾고 있었다.

"해아..." 지천이 해아의 손을 잡았다. "당신은 항상... 나를 지켜주는군."

해아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심장은 맹렬하게 타올랐다. 이 잔혹한 진실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운명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었다.

"우리는 함께 살아남아야 합니다. 당신이 나의 심장이듯, 당신의 심장은... 나의 생명줄이니까."


🏥6부: 최후의 심판 (The Final Judgment)


🚨천명의 붕괴와 회장의 최후의 발악

이헌이 류지천의 갤러리에서 빼낸 '피안의 꽃' 그림 뒤의 결정적인 파일은 곧바로 언론을 강타했다. 천명 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불법 유물 거래, 그리고 경쟁 기업에 대한 잔혹한 공작이 낱낱이 공개되었다.

"천명 그룹, 뿌리부터 썩었다!"

국제적인 특종 보도와 함께 그룹의 주가는 폭락했고, 하루아침에 천명 그룹은 명목상의 껍데기만 남은 채 붕괴 직전에 놓였다. 회장은 모든 공식 직함과 재산을 압류당하고, 그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탐욕의 성채, 서울 외곽의 비밀 요새 같은 저택으로 도피했다. 이것이 그의 '최후의 발악' 무대였다.

류지천은 해아의 헌신적인 간호 덕분에 빠르게 회복했다. 아직 총상 후유증으로 몸이 무거웠지만,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타올랐다. 옆에는 그의 모든 것을 희생했던 충신 김 비서가 마지막 계획을 위해 대기했다.

그리고 그들 앞에, 류강하가 나타났다.

"형님... 해아 씨." 강하는 이헌의 냉정한 복수 방식을 혐오했지만, 결국 천명 그룹의 종말이 모두에게 필요한 결말임을 인정했다. "이헌이 문서를 공개했지만, 아버지는 혼자서 모든 증거를 묻고 자폭하려 할 겁니다. 제가 이 저택의 설계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우리 세 형제가 끝내야 합니다."

류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천명의 시작이자 끝이다. 해아, 당신은 위험해."

"아니요, 제가 이 모든 비극의 시작과 끝을 봐야 합니다." 해아는 손에 쥐고 있던 자개 조각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녀는 이헌이 떨어뜨리고 간 자개 문양의 반지 조각을 찾아 자신의 것과 합쳤다. 세 번째 자개 조각이 온전한 모양을 갖추자, 그녀의 눈빛은 한층 더 깊고 신비롭게 빛났다. 그녀의 점쟁이로서의 능력은 이제 운명을 통제하는 방패가 되었다.


🚪종말의 요새: 삼형제의 맹세

회장의 저택은 철옹성이었다. 해아, 지천, 강하는 김 비서가 마련한 은밀한 통로를 이용해 침투했다. 그들이 마침내 저택 최상층, 회장의 비밀 집무실 문을 열었을 때, 회장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왔구나, 나의 실패작들." 회장의 얼굴은 광기로 일그러져 있었다.

집무실 중앙에는 회장이 평생 동안 모은 수많은 유물과 예술품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류지천이 아꼈던 '피안의 꽃' 그림의 찢겨진 캔버스가 놓여 있었다.

"이헌이 내 그룹을 파괴했지만, 내가 너희를 파멸시킬 것이다." 회장은 손에 쥔 리모컨을 들어 올렸다. "이 리모컨을 누르면, 이 집은 5분 안에 지하에서부터 폭발할 것이다. 모든 증거, 그리고 너희 세 아들이 함께 묻히는 완벽한 엔딩이지."

류지천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아버지. 천명 그룹은 이미 끝났습니다. 더 이상 비겁하게 도망치지 마십시오."

"도망? 나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회장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만약 그 여인만 아니었다면!"


📜이해아의 진실: 운명의 고리

분노에 찬 회장은 마침내 숨겨왔던 진실을 토해냈다.

"너희 이복형 이헌의 어머니, 이아연은 내게 '천명'의 성공을 예언한 천재 화가였다. 그리고... 네 옆에 있는 여자의 어머니, 이해아는 내게 다가올 파멸을 예언한 저주받은 점쟁이였다!"

지천과 강하, 그리고 해아는 얼어붙었다.

"나는 아연을 사랑했지만, 이해아의 예언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아연을 탐욕의 제물로 바칠 거라고 했지! 나는 이해아의 입을 막고, 아연을 버렸다. 그리고 그 죄책감을 덮기 위해, 이해아의 저주받은 '자개' 조각을 빼앗아, 아연의 아들인 이헌을 후계자 수업에서 제외했다!"

회장은 류지천을 후계자로 삼은 것이 아니라, 단지 이헌을 후계자 자리에서 멀리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던 것이다.

"너희 엄마들이 왜 죽었는지 아느냐? 모두 나 때문이다! 나는 너희 어머니들을 파멸시켰고, 너희 형제들을 서로 죽이게 만들었다! 이제 함께 심판을 받자!"

회장이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해아는 결심했다.

파앗!

그녀는 온전한 자개 조각을 회장의 눈앞으로 내밀었다. 자개 조각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며 회장의 눈동자를 꿰뚫었다.

그 순간, 해아는 자신의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녀는 회장에게 **'과거의 거울'**을 보여주었다. 그의 눈앞에, 젊은 시절의 순수했던 자신, 그리고 그가 파멸시킨 이아연과 이해아의 비통한 모습이 고통스럽게 펼쳐졌다.

회장의 손에 힘이 풀렸다. 리모컨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광기 어린 눈은 이미 과거의 후회와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아... 아연... 이해아..." 회장은 무너져 내리는 건물을 뒤로하고, 그가 파멸시킨 두 여인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했다.

지천은 쓰러지는 회장을 부축하려 했지만, 회장은 그를 밀쳐내고, 광기에 찬 눈으로 저택의 잔해 속으로 사라졌다. 이헌은 저택의 옥상에서 이 모든 장면을 냉담하게 지켜본 후, 회장의 파멸을 확인하고는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에필로그: 피안의 꽃은 사랑으로 다시 피어나고

5년 후.

천명 그룹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류지천과 류강하 형제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악몽'을 스스로 파괴했다. 강하는 해외로 건너가 예술 치료사로 새 삶을 시작했다. 이헌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의 복수는 세 형제 모두에게 자유를 선물했다.

류지천은 서울 외곽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작은 갤러리를 열었다. 그곳은 류지천이 가장 평온했던 곳, 해아와 함께 도피했던 그 은신처였다. 그는 더 이상 냉혈한 기업인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예술가의 감성을 되찾고, 조각과 그림을 만들며 살았다.

갤러리 한쪽 벽에는, 찢겨진 '피안의 꽃' 그림을 복원한 흔적이 역력한, 새로운 작품이 걸려 있었다. 그림 속 붉은색과 푸른색은 여전히 강렬했지만, 절망 대신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해아는 지천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점쟁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지천의 운명을 바꾸는 연인이었다. 자개 조각은 더 이상 그녀의 손에 들려 있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 지천이 만든 조각 작품 안에 영원히 봉인되어, 그들의 새로운 삶을 상징하는 예술품이 되었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지천은 해아의 손을 잡았다.

"내가 처음 총에 맞았을 때, 당신이 내게 미래를 보았다고 했지. 어떤 미래였어?"

해아는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더 이상 슬픈 예언의 그림자가 없었다.

"그 미래에는... 내가 당신의 곁에서 영원히 당신의 심장이 되는 장면뿐이었습니다."

류지천은 해아를 품에 안았다. 그들의 사랑은 잔혹한 운명과 피로 얽힌 비극 속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답고 맹렬한 피안의 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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