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애니

내 빵셔틀이 된 전직 일진녀

복날집 2026. 8. 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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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한 소년의 세상이 뒤집혔다.

학교의 절대권력자, 화려한 조명 아래서 모두의 부러움을 받던 소녀 A. 그리고 그녀의 주된 먹잇감이이자 계급 사다리의 최하층에 박혀 있던 '찐따' 소년 B. A에게 B를 괴롭히는 일은 일상적인 유희였고, B에게 학교는 매일 돌아오는 지옥이었다.

"야, B야. 매점 가서 체리콕 하나 사 와. 3분 준다. 늦으면 알지?"

B의 머리 위로 떨어지던 A의 캔 음료, 비웃음 가득한 눈빛, 그리고 동조하던 무리들의 킥킥거림. B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쥐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균열은 아주 갑자기, 그리고 잔인하게 찾아왔다.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 날, A의 부친이 운영하던 중견 건설사가 부도를 맞았다. 소문은 빛의 속도로 학교를 덮쳤다. 수백억 대의 빚, 가압류 딱지가 붙은 대저택, 그리고 야반도주한 아버지.

다음 날 학교에 나타난 A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늘 매끄럽게 정돈되어 있던 머리카락은 푸석했고, 브랜드 가방 대신 이름 없는 무지 가방을 들고 있었다. 매서웠던 그녀의 눈빛은 하얗게 질려 갈 곳을 잃은 채 흔들리고 있었다.

"야, A. 너네 집 망했다며?"
"진짜 거지 됐냐? 이제 무슨 돈으로 옷 사 입냐?"

어제까지 A의 뒤를 졸졸 따르며 딸랑거리던 무리들이 가장 먼저 이빨을 드러냈다. A는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예전의 힘이 전혀 없었다.

"시끄러워! 너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

"어이구, 아직도 공주님인 줄 아네. 미친년."

그날 이후, A의 위치는 곤두박질쳤다. 서열 파괴가 일어난 교실에서 가장 집요하게 공격받은 건 당연히 과거의 폭군, A였다. 사람들의 잔인함은 A가 예전에 남들에게 저질렀던 악행보다 더 지독하게 그녀를 갉아먹었다. A는 빠르게 고립되어 갔고, 어느새 교실 구석에서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는 '진짜 찐따'가 되어 버렸다.

비가 쏟아지던 금요일 방과 후.

A는 실내화 가방에 짓이겨진 청소용 걸레를 보며 무릎을 굴복당했다. 눈물이 뚝뚝 떨어져 젖은 바닥을 적셨다. 예전엔 남들에게 주던 절망이 이제는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흡... 흑..."

그때, 그늘진 복도 저편에서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A가 거칠게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자, 그곳엔 B가 서 있었다.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니던 B였지만, 지금 A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지독하리만큼 단단하고 차가웠다. A는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졌다. 하필이면 자신이 가장 벌레 취급하던 녀석에게 이런 꼴을 보이다니.

"뭐, 뭘 봐?! 구경났어?! 너도 나 비웃으러 왔냐?!"

A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하지만 B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다가와 A의 발밑에 덩그러니 놓인, 흙탕물이 튄 체리콕 캔을 내려다보았다.

과거 A가 B에게 던졌던 바로 그 음료였다.

"A."

B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빈 복도에 울렸다.

"기분이 어때?"

"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바닥에 처박혀서 누군가의 자비를 바라는 기분. 매일 아침 눈뜨는 게 지옥 같은 그 기분 말이야."

B가 천천히 허리를 숙여 A와 눈을 맞췄다. A는 B의 눈동자 속에서 넘쳐흐르는 깊은 어둠을 보았다. 예전의 순진하고 무력했던 B는 더 이상 없었다.

"너..."

"지옥에 온 걸 환영해."

B가 주머니에서 새 체리콕 캔 하나를 꺼내 A의 떨리는 손에 쥐여주었다. 캔의 차가운 감촉이 A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3분 준다. 마시고 가방 들어. 오늘부터 네가 내 거 사 와."

A는 거절하고 싶었다. 그를 발로 차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처참한 현실과, 당장 내일 학교에 와서 맞닥뜨릴 폭력이 두려웠다. 그리고 지금 자신을 보호해 주거나, 혹은 괴롭힐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B라는 잔인한 사실을 깨달았다.

A의 눈에서 다시 새로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캔 고리를 땄다.

칙- 소리와 함께 탄산이 터져 나왔다. A의 화려했던 과거가 완전히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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