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6. 21:18ㆍ만화 애니
쿠우우웅-!
집채만 한 멧돼지 두 마리가 좌우에서 동시에 쇄도했다. 거대한 엄니가 공기를 찢으며 레온의 작고 연약한 육체를 박살 내기 위해 들이닥쳤다.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뼈도 추리지 못할 파괴력이었다.
하지만 레온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돌진하는 두 괴수의 사잇각으로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성기사단 보법, 제3식. 광막(光幕).’
찰나의 순간, 레온의 신형이 기묘하게 꺾이며 멧돼지의 엄니 스치듯 비껴갔다. 털 가죽에 묻은 끈적한 마기의 잔흔이 뺨을 스쳤지만, 레온의 눈동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스쳐 지나가는 찰나, 레온은 왼손으로 땅을 짚으며 몸을 회전시켰다.
스우우우-!
오른손에 쥔 나뭇가지 위로 보랏빛 공허의 마력이 한층 더 짙게 압축되었다. 단전에 있던 마력 15 중 절반에 가까운 양이 한순간에 뿜어져 나왔다.
‘성기사단 검식, 제4식. 횡선(橫線).’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수평의 궤적. 보랏빛 호선이 밤하늘을 가르듯 어둠 속에서 번쩍였다.
서어억-!
“쿠어어억-!”
오른쪽에 있던 멧돼지의 거대한 다리 두 개가 단번에 잘려 나갔다. 균형을 잃은 괴수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단단한 뼈와 근육, 그리고 상처를 보호하던 오염된 마기까지 레온의 공허 속성 앞에서는 아무런 방어벽이 되지 못했다. 모든 존재를 소멸시키는 힘은 마기의 방어막마저 깨끗하게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한 마리.”
레온은 착지하자마자 멈추지 않고, 다리가 잘려 쓰러진 멧돼지의 정수리를 향해 나뭇가지를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푸욱!
뇌수를 관통하는 감각과 함께 두 번째 괴수가 거친 숨을 거두었다.
“쿠아아아아-!”
홀로 남은 마지막 멧돼지가 동료들의 참혹한 죽음에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큼지막한 등 가죽의 종기들이 터지며 끈적하고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괴수는 입에서 불길한 흑색 연기를 내뿜으며 레온을 향해 광폭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연기가 닿는 풀과 나무들이 순식간에 썩어 들어갔다. 광역 침식 능력을 가진 마기의 독무(毒霧)였다.
‘독인가.’
레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열 살짜리 육체는 독기에 극도로 취약했다. 스치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녹아내릴 터였다.
그때, 귀가 먹먹해지는 시스템의 음성이 뇌리를 때렸다.
[시스템] 경고! 치명적인 마기 오염에 노출되었습니다. [시스템] 고유 특성 ‘복수귀(EX)’가 광포한 살의에 반응합니다! [시스템] 모든 유해 상태 이상에 대한 저항력이 상시 30% 상승합니다. [시스템] 특수 효과 : 복수의 대상(카이엔)의 힘이 섞인 공격에 가해지는 대미지가 50% 증폭됩니다.
‘카이엔의 힘…….’
레온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이 멧돼지들을 오염시킨 마기의 근원은 훗날 마왕의 파편을 받아들일 카이엔의 짓이었다.
독무가 코앞까지 밀려오는 절체절명의 순간, 레온은 도망치는 대신 남은 마력을 전부 나뭇가지에 쏟아부었다.
화아아아악!
나뭇가지가 검은 보랏빛의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너무 거대한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한 나뭇가지가 표면부터 바스러지기 시작했지만, 레온은 개의치 않았다. 단 한 번의 격돌이면 충분했다.
“카이엔, 네놈이 뿌린 장난감은 이 정도로 부서진다.”
레온이 지면을 박찼다.
콰아아아아!
밀려오는 독무의 중심을 향해, 레온의 보랏빛 검격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지이이이익-!
기괴한 마찰음이 숲을 울렸다. 멧돼지가 뿜어낸 검은 연기는 레온의 공허 마력에 닿자마자 거짓말처럼 소멸하며 증발했다. 독기를 찢고 들어오는 소년의 모습에 마지막 괴수의 눈에 선명한 ‘공포’가 서렸다.
그리고 그것이 괴수가 본 마지막 풍경이었다.
스각-!
레온의 나뭇가지가 멧돼지의 미간을 지나 꼬리 끝까지 완벽하게 양분했다. 거대한 육체가 좌우로 갈라지며 바닥으로 무겁게 추락했다.
바스스스…….
동시에 레온이 쥐고 있던 나뭇가지 역시 완전히 한계를 맞이하고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려갔다.
“하아…… 하아…….”
레온은 무릎을 짚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을 쥐어짜듯 마력을 소모한 탓에 손끝이 가볍게 떨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승리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열 살의 육체로 마기를 두른 변종 마수 세 마리를 상처 하나 없이 완벽하게 사냥해 낸 것이다.
그때, 눈앞에 화려한 푸른빛의 알림창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시스템] 돌발 퀘스트 : [숲의 오염을 추적하라] 완료! [보상] ‘중급 근력 영약’ 1개가 인벤토리에 지급되었습니다. [보상] 시스템 기능 : [스테이터스 창]이 추가 개방됩니다.
[시스템]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Lv.1 ➔ Lv.4) [시스템] 마력 수치가 상시 상승합니다. (15 ➔ 28)
“스테이터스…….”
레온이 나직하게 읊조리자, 전생에는 보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명확한 수치들이 눈앞에 정렬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창을 확인한 레온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수들의 사체 너머로, 단순한 사냥 이상의 ‘거대한 복선’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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