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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애니

화산 매화 (火山梅花)

by 복날집 2025.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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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깎아지른 듯한 화산 절벽을 타고 불어왔다. 매화나무 가지는 앙상했지만, 그 끝에는 붉은 꽃망울이 맺혀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화산파의 제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도장에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칼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기합 소리가 화산의 정기를 울렸다.

백의도포를 입은 한 사내가 매화나무 아래 앉아 홀로 검을 닦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유청명, 화산파의 차기 고수로 손꼽히는 제자였다. 유청명의 검은 섬뜩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그는 검날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굳게 다문 입술, 날카로운 눈매, 그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사형, 여기서 뭐 하십니까?"

낭랑한 목소리가 유청명의 귓가에 닿았다. 뒤돌아보니 앳된 얼굴의 소녀가 매화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유청명의 사매, 백아린이었다.

"아린, 왔느냐.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유청명은 검을 거두고 백아린을 맞이했다. 백아린은 유청명의 옆에 앉아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밝은 웃음소리는 차가운 화산에도 온기를 불어넣는 듯했다.

"오늘 훈련은 어떠셨습니까? 저는 오늘 검로가 조금 헷갈려서 혼났습니다."

"괜찮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너도 훌륭한 검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청명은 빙긋 웃으며 백아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백아린은 기쁜 듯 눈을 반짝였다.

"정말입니까? 사형처럼 강해질 수 있을까요?"

"물론이다. 너는 재능이 있으니까. 그리고... 곁에는 내가 있지 않느냐."

유청명의 눈빛이 따뜻하게 빛났다. 그 순간, 매화나무 가지에서 붉은 꽃잎이 흩날렸다. 꽃잎은 바람을 타고 춤추듯 흩어져 유청명과 백아린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손으로 뻗어 흩날리는 매화잎을 잡으려던 백아린의 손길이 멈칫했다. 그녀의 맑은 눈망울이 유청명을 향했다. “사형… 혹시 무슨 고민 있으십니까?”

유청명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의 눈빛은 다시금 아까의 비장함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린, 너도 알다시피… 강호는 늘 평화롭지만은 않다.”

백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파는 비록 정파의 명문이지만, 강호에는 수많은 문파와 세력이 얽혀 있었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암투가 벌어지곤 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사파의 세력이 점점 강성해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며칠 전, 강호에 심상치 않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마교의 잔당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유청명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마교는 과거 강호를 피로 물들였던 사파의 거두였다. 정파 무림은 힘을 합쳐 마교를 격퇴했지만, 그 잔당들은 여전히 암중모색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백아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마교… 정말입니까? 그들이 다시 나타난다면….”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강호는 다시 한번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유청명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화산파는 정파의 선봉, 마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만 한다.”

백아린은 유청명의 굳은 결의에 찬 눈빛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사형을 돕겠습니다. 화산파의 제자로서, 강호의 평화를 위해….”

유청명은 백아린의 어깨를 다독였다. “고맙다, 아린.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네 자신의 안전이다. 마교는 잔혹하고 교활하다. 함부로 나섰다가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형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실 수는 없습니다.” 백아린은 물러서지 않았다. “저도 화산파의 제자입니다.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유청명은 백아린의 강단 있는 모습에 감탄했다. 그는 백아린의 손을 잡고 힘주어 말했다. “좋다. 함께 가자. 함께 마교의 그림자를 쫓고, 강호의 평화를 지켜내자.”

두 사람의 눈빛이 굳게 얽혔다. 화산의 매화는 붉게 피어나고 있었지만, 강호에는 다시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화산파의 젊은 제자들은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하고 강호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앞날에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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