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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장미"
(A Rose for the Emperor)
📖 줄거리
제국 최고의 가문에서 태어난 로잘린 드 에르노아. 그녀는 황제 폐하의 명으로 제국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인 칼릭스 황태자와 정략결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결혼은 단순한 혼인이 아니다. 황태자를 노리는 세력들 사이에서 그녀는 왕궁의 장미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한낱 희생양이 될 것인가?
그러나 칼릭스 황태자는 차갑고 무심한 인물. 정략결혼 상대인 로잘린에게조차 냉담한 태도를 보이며 그녀를 멀리한다. 하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 너머에는 감춰진 비밀이 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가면무도회에서 정체를 숨긴 채 나타난 신비로운 남자. 그의 따뜻한 손길과 속삭이는 목소리에 로잘린의 심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그러나 그녀는 몰랐다.
그 남자가 바로, 그녀의 정략결혼 상대인 칼릭스 황태자였다는 것을.
📚 1장: 장미의 서약
궁전의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로잘린 드 에르노아는 자수 장식이 정교하게 새겨진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황궁 정원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의 앞에는 칼릭스 황태자가 서 있었다.
"로잘린 드 에르노아. 황제 폐하의 명으로 그대와 혼인 서약을 맺는다."
황태자는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듯.
"……영광입니다, 황태자 전하."
로잘린은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얼음장 같은 분위기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때, 황태자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손길이 닿는 순간, 그녀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가슴이 뛰었다.
"이 결혼에 감정을 기대하지 마라."
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단호했다.
그러나 로잘린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이 차가운 남자의 가슴 속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위험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 2장: 가면 속의 황태자
로잘린은 긴장된 손길로 화려한 금빛 가면을 고쳐 썼다. 오늘 밤은 황궁에서 열리는 가면무도회, 그녀가 공식적으로 황태자의 약혼자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 무도회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황궁에 들어온 뒤, 그녀는 늘 차가운 황태자의 눈길 아래에서 숨죽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곳 무도회에서는 얼굴을 가린 채, 오로지 자유로운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궁정의 화려한 샹들리에가 찬란한 불빛을 쏟아냈고, 곳곳에서 부드러운 음악과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로잘린은 그 어떤 대화에도 섞이지 않고 홀로 창가에 서 있었다.
그때였다.
"혼자 계십니까, 아가씨?"
깊고 낮은 목소리.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에 로잘린이 돌아보았다. 그녀 앞에 선 남자는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그가 뿜어내는 분위기는 이곳의 누구보다도 위험하고 치명적했다.
"당신은…?"
그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손을 뻗어 그녀에게 청했다.
"한 곡 춤을 청해도 될까요?"
로잘린은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도 자신의 신분을 알지 못한다. 오늘 밤만큼은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음악이 흐르고, 둘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은 놀랍도록 따뜻했다. 황태자와 춤출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
"당신의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름이 중요할까요? 이 밤이 지나면 잊힐 텐데."
로잘린의 심장이 묘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 낮은 목소리, 강렬한 눈빛… 그런데 이상했다.
‘어쩐지… 황태자를 떠올리게 해.’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황태자는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이었다. 이렇게 유혹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그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 남자가 바로—
칼릭스 황태자였다는 것을.
📖 3장: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로잘린은 알 수 없는 떨림을 느끼며 춤을 추었다. 가면을 쓴 남자의 손길은 다정하면서도 강렬했다. 그는 그녀를 리드하며 은밀하게 속삭였다.
“이곳에서의 밤은 현실과는 다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매혹적이었다. 로잘린은 한순간 숨을 삼켰다.
"당신은 누구죠?"
그녀가 조용히 묻자, 남자는 가면 너머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내 정체를 알게 되면…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그의 말에 로잘린의 심장이 더 세차게 뛰었다.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황궁에서 이런 분위기를 풍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귀족이거나, 아니면 더 높은 지위의 인물일 터였다.
그러나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음악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를 천천히 끌어당기며 가까이 속삭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군요. 따라오시겠습니까?”
이끌리듯,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조용한 발코니로 향했다.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곳에서,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가면을 쓴 남자가 조용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가면을 벗었다.
로잘린의 눈이 커졌다.
"…황태자 전하?"
그녀는 숨을 멈췄다.
칼릭스 황태자.
그 차갑고 냉정한 남자가… 바로 방금까지 그녀를 유혹하던 그 남자였다니.
그는 변함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빛은, 궁정에서 늘 보이던 냉혹한 시선이 아니었다.
"놀란 모양이군."
칼릭스는 천천히 다가왔다.
"이제 알겠나? 나도…"
그의 손끝이 그녀의 뺨을 스치듯 닿았다.
"너를 원하고 있다는 걸."
로잘린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러나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 순간부터, 그녀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 4장: 황태자의 비밀
로잘린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칼릭스 황태자가 자신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 차가운 남자가, 늘 무심한 눈길을 보내던 그가—
하지만 로잘린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건 단순한 유희일까? 아니면 정말…?
"황태자 전하."
로잘린은 겨우 입을 뗐다.
"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칼릭스는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달빛이 그의 날카로운 윤곽을 부드럽게 감쌌다.
"나는… 너를 지켜야 하니까."
"…네?"
그 순간, 발코니 아래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칼릭스의 표정이 단숨에 차가워졌다.
"이곳을 떠나야겠군."
그는 단호하게 로잘린의 손목을 잡았다.
"전하, 기다려 주세요!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러나 칼릭스는 그녀를 데리고 황궁의 어두운 복도를 따라 빠르게 걸어갔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마침내, 그들은 한적한 서고로 들어섰다.
칼릭스는 문을 잠그고,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너에게 말해줘야 할 게 있다, 로잘린."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은 망설임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나는… 이 황궁에서 너를 지켜야 할 유일한 사람이다."
"그게 무슨 뜻이죠?"
칼릭스는 천천히 그녀의 손을 쥐었다.
"곧 네가 알게 될 거다.
하지만 네가 조심해야 할 사람이 있다."
로잘린은 숨을 삼켰다.
조심해야 할 사람…?
"그게 누구죠?"
칼릭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를 깊이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이제부터… 내 곁을 떠나지 마라, 로잘린."
그 순간, 복도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전하?"
문이 열리며 나타난 한 사람.
로잘린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황제 폐하.
📖 5장: 황제의 경고
서고의 문이 열리는 순간, 차가운 기운이 방 안을 휘감았다.
로잘린은 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제국의 황제, 레오폴드 3세.
그의 깊고 날카로운 시선이 서고 안을 훑었다.
그 시선이 로잘린과 칼릭스에게 멈췄을 때, 황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그 미소에는 위험한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이 밤중에… 무슨 일이지?"
황제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권위가 실려 있었다.
로잘린은 입을 열지 못했다.
이 밤에 황태자와 단둘이 서고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의 입지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 순간, 칼릭스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의 표정은 평소처럼 차갑고 무표정했다.
"서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폐하."
황제는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깊은 눈동자가 로잘린에게 향했다.
"로잘린 드 에르노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황제의 목소리는 가볍게 들렸지만, 그 안에는 묘한 압박감이 있었다.
"너는 참으로… 흥미로운 아이로군."
로잘린은 조용히 손을 쥐었다.
"과분한 말씀입니다, 폐하."
황제는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네가 이 황궁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명심해라."
황제는 칼릭스를 흘끗 보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곁에 있는 이 자가… 언제나 너를 지켜줄 거라 믿지 마라."
로잘린은 놀라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칼릭스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얼굴로 서 있었다.
황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서고를 떠났다.
그가 사라진 후에도, 로잘린은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전하."
그녀는 칼릭스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황제 폐하는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죠?"
그러나 칼릭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어둠이 스며 있었다.
📖 6장: 황태자의 비밀
황제가 떠난 후, 서고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남았다.
로잘린은 여전히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칼릭스를 바라보았다.
"황제 폐하는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죠?"
그러나 칼릭스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어두운 심연처럼 깊었다.
그 침묵이, 로잘린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전하, 제게 숨기시는 게 있습니까?"
그녀가 조용히 묻자, 칼릭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그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로잘린."
"…그럴 수 없습니다."
로잘린은 한 걸음 다가섰다.
이제 그녀도 알 것 같았다.
칼릭스 황태자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비밀이 아니라, 제국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거대한 진실일 것이다.
칼릭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황제가 되면… 너는 반드시 위험에 처할 것이다."
로잘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 황궁에서는, 힘이 없으면 죽는다.
그리고 네가 내 곁에 있는 한, 너는 표적이 될 것이다."
그 순간, 로잘린은 깨달았다.
칼릭스 황태자는 그녀를 밀어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를 멀리하려고 하신 건가요?"
그녀의 물음에 칼릭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답 대신—
그는 그녀를 조용히 끌어안았다.
로잘린의 눈이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릭스의 목소리는 낮고도 깊었다.
"나는 널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로잘린."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은 그의 심장과 같은 박동을 이루며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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