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7. 15:03ㆍ자동차
1. 첫 번째 조각: 잊혀진 약속
주인공의 이름은 윤 해랑(潤 海浪). '바다의 물결이 윤택하게 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그의 삶은 잔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해랑은 30대 초반의 무명 고고학자로, 고서적과 역사적 미스터리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 특히 그를 사로잡은 것은 '시간의 경계'라 불리는, 고대 문헌 속에서만 언급되는 전설적인 유물에 대한 기록이었다.
2025년 가을, 해랑은 한국의 외곽 지역, 경북 영주 인근의 작은 폐사(廢寺) 유적지에서 뜻밖의 발견을 한다. 허물어진 석탑 아래, 수백 년간 봉인되어 있던 은제(銀製) 함이 발견된 것이다. 함 속에는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얇은 흑요석 조각 하나와, 알아볼 수 없는 고어로 적힌 양피지 두루마리가 들어 있었다.
해랑은 조각을 만지는 순간, 찌르르한 전류 같은 감각과 함께 섬광처럼 짧은 환영을 경험했다. 낯선 고대의 풍경,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귓가에 맴도는 한 마디: "기억하라, 경계는 무너졌다."
며칠 후, 해랑은 그의 고고학적 지식과 언어학적 능력을 총동원해 양피지를 해독하는 데 성공한다. 두루마리는 한 고대 부족의 멸망에 대한 기록이자, 흑요석 조각을 '시간의 조각'이라 칭하며, 이 조각이 고대 주술의 핵심이며 시간을 엮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이 기록이 바로 500년 전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이자 주술가였던 '아사달'의 친필이라는 것이었다.
그날 밤, 해랑의 집으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완벽하게 무장하고 있었으며, 군인이나 경찰과는 다른, 특수한 훈련을 받은 듯했다. 그들은 오직 한 가지만 요구했다. "시간의 조각을 내놓아라."
해랑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폐사 유적지에서 발견했던 다른 비밀 통로를 이용해 간신히 탈출한다. 그는 직감했다. 이 조각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비밀의 열쇠이며,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경계'가 될 것임을.
2. 두 번째 조각: 이중 시간의 흐름
해랑은 도피 생활을 시작하며 '시간의 조각'을 분석하는 데 몰두했다. 조각의 표면을 현미경으로 확대하자, 새겨진 문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일종의 미세한 회로처럼 보였다. 그리고 조각을 특정 각도에서 바라볼 때마다, 주변의 빛이 미세하게 왜곡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조각을 손에 쥐고 깊은 잠에 빠졌던 어느 날, 해랑은 또렷한 꿈을 꾼다. 꿈속의 그는 500년 전의 조선 시대로 이동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몸, 바로 아사달의 조수로 알려졌던 젊은 무사 '단휘'의 시점에서 세상을 보고 있었다.
단휘의 시각을 통해 해랑은 충격적인 진실에 접근한다. 아사달은 단순한 천문학자가 아니라, 시간을 다루는 고대 주술을 계승한 마지막 사람이었으며, '시간의 조각'은 완전한 형태의 '시간의 경계'를 만들기 위한 핵심 부품이었다. 아사달은 자신의 시대에 일어날 거대한 재앙을 막기 위해 '경계'를 완성하려 했지만, 알 수 없는 세력의 방해로 실패하고 조각을 여러 개로 찢어 숨긴 것이었다.
해랑은 잠에서 깨어났지만, 단휘의 기억과 감정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이제 21세기 고고학자 윤 해랑이자, 500년 전의 무사 단휘의 경험을 공유하는 이중적인 존재가 되었다.
문제는 쫓는 자들이다. 해랑을 쫓는 특수 조직은 '프록시마(Proxima)'라 불리는 비밀 단체였다. 해랑은 단휘의 기억을 통해 그들이 과거에도 아사달을 쫓았던 세력의 후예이며, 시간을 이용해 특정 역사를 조작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의 목표는 흩어진 '시간의 조각'들을 모두 모아 '시간의 경계'를 완성하고, 이를 이용해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 역사를 완전히 재편하는 것이었다.
3. 세 번째 조각: 500년의 연결고리
도피 중, 해랑은 우연히 한 인물을 만난다. 이루리. 그녀는 박물관에서 고대 유물을 복원하는 일을 하는 젊은 여성으로, 해랑과는 대학 시절 한 학회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루리는 '시간의 조각'에 새겨진 문양이 현존하는 어떤 문명에서도 발견된 적 없는 '고대 시계학(古代時計學)'의 기호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루리는 해랑의 이야기에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으나, 조각이 만들어내는 시간 왜곡 현상과 해랑이 보여주는 500년 전의 단휘만이 알 수 있는 정보(예: 폐사 아래 비밀 통로의 정확한 위치)에 설득당한다. 그녀는 조각이 단순한 주술 도구가 아니라, 고도로 발달된 '시간 에너지 융합 장치'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프록시마는 루리를 미끼로 해랑을 포위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해랑은 조각을 쥐고 단휘의 기억 속 무술 동작을 본능적으로 구사하여 포위망을 뚫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간의 조각'은 프록시마의 고성능 전자기 충격에 의해 잠시 과부하를 일으키고, 해랑과 루리는 일순간 사라진다.
그들이 다시 나타난 곳은 500년 전, 아사달이 '시간의 경계'를 완성하려 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해랑은 단휘의 몸이 아닌, 자신의 몸 그대로 조선 시대 한양의 외곽, 무너져 가는 아사달의 실험실에 서 있었다.
그곳에는 젊은 시절의 아사달이 있었고, 그 옆에는 아사달을 위협하는 낯선 존재가 있었다. 바로 프록시마의 선대(先代) 지도자였다. 해랑은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바로 이 시점임을 깨닫는다. 아사달은 경계를 완성하여 재앙을 막으려 했고, 프록시마는 경계를 파괴하고 조각을 찢어 현재까지 추적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역사를 만들려 했던 것이다.
4. 네 번째 조각: 찢겨진 진실의 완성
해랑은 과거와 현재의 지식, 그리고 단휘의 무술 능력을 결합하여 프록시마의 선대 지도자와 맞선다. 루리는 아사달에게 현대 물리학적 관점에서 '시간의 경계' 장치의 안정화 방안을 조언한다. 500년의 간극을 넘어선 협력.
해랑은 싸움 끝에 프록시마의 지도자를 제압하고, 아사달에게 찢겨진 '시간의 조각' 중 두 번째 조각을 건네받는다. 이 두 번째 조각을 첫 번째 조각과 합치자, 강력한 빛과 함께 진정한 '시간의 경계'가 일시적으로 활성화된다.
"경계가 완성되는 순간, 시간은 스스로를 복원하려 할 것입니다," 아사달이 말했다. "나는 실패했지만, 이제 당신이 시간의 복원자가 되어야 합니다. 흩어진 나머지 조각들을 찾아, 이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해랑은 두 개의 조각을 들고 루리와 함께 다시 21세기로 돌아온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폐사 유적지의 현재였다. 프록시마는 여전히 그들을 쫓고 있었지만, 해랑은 더 이상 도망자만은 아니었다. 그는 이제 500년의 비밀을 짊어진, 시대를 엮는 실마리를 쥔 시간의 파수꾼이었다.
그의 눈앞에는 이제 프록시마라는 거대한 조직과의 전면전, 그리고 나머지 조각들을 찾아 '시간의 경계'를 완전히 복원하여 500년 전 아사달이 막으려 했던 미래의 재앙을 막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놓여 있었다. '윤 해랑'의 삶은 사라지고, '시간의 조각'을 쫓는 거친 바다의 물결만이 남았다.
5. 다섯 번째 조각: 현대의 미스터리
21세기로 돌아온 윤 해랑과 이루리에게는 숨 쉴 틈이 없었다. 두 개의 조각이 합쳐지자, 해랑의 손에 쥐여진 '시간의 조각'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뛰기 시작했다. 해랑은 조각의 진동을 통해 다음 파편이 있는 위치에 대한 희미한 '잔상(殘像)'을 느낄 수 있었다.
잔상이 가리키는 곳은 서울 도심,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최고층 빌딩, '시그마 타워'의 지하 금고였다. 시그마 타워는 겉으로는 금융 및 IT 기업의 본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프록시마의 아시아 지부가 은밀하게 활동하는 본거지였다.
해랑과 루리는 시그마 타워에 접근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루리는 자신의 복원 전문가 경력을 이용해 타워 내부에 보관된 고대 예술품 감정팀으로 위장하여 잠입 루트를 확보했다. 해랑은 단휘의 무술 기억과 현대 해킹 기술을 결합하여, 타워의 삼엄한 보안망을 뚫고 지하 금고층으로 향했다.
지하 3층, 프록시마의 금고는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500년 동안 프록시마가 수집한, 시간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고대 유물과 첨단 장비가 혼재되어 있었다. 프록시마의 현 아시아 지부장인 '알파', 과거 조선 시대에도 아사달을 추적했던 선대 지도자의 직계 후손인 그는, 해랑이 조각을 가지고 이곳으로 올 것임을 예견하고 있었다.
금고 한가운데, 방탄 유리로 된 밀폐된 공간 안에 세 번째 '시간의 조각'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각은 이전 두 개와는 달리 붉은빛을 띠고 있었으며,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알파는 해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해랑에게 협상을 제안했다.
"윤 해랑. 당신의 몸에는 500년의 지혜와 능력이 담겨 있다. 당신이 우리와 협력한다면, 우리는 시간의 경계를 완성하고 인류가 완벽하게 통제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 그 모든 영광을 당신과 나누겠다."
해랑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경계를 완성하는 건 좋으나, 당신들이 말하는 '완벽한 통제'는 역사를 파괴하는 폭력일 뿐이다. 아사달이 막으려 했던 재앙은, 결국 당신들 프록시마 그 자체다."
6. 여섯 번째 조각: 시간의 역류, 단휘의 그림자
협상은 결렬되고, 해랑과 알파 사이에 치열한 격투가 벌어졌다. 알파는 육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프록시마의 첨단 기술이 융합된 무장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해랑은 단휘의 무술과 두 개의 '시간의 조각'에서 나오는 증폭된 시간 에너지를 이용해 맞섰다.
싸움 중, 해랑은 예상치 못한 감각을 느꼈다. 그의 몸 안에 잠들어 있던 '단휘'의 기억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휘는 과거 아사달이 조각을 찢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프록시마의 선대를 저지했던 순간의 고통과 분노를 해랑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해랑의 눈빛이 변하며, 그의 움직임은 더욱 빠르고 잔혹해졌다. 그는 마치 500년 전의 단휘가 복수를 위해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이 힘을 이용해 해랑은 알파의 슈트를 파괴하고, 세 번째 조각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세 개의 조각이 합쳐지자, 금고 전체가 뒤틀리는 강력한 시간 왜곡 현상이 발생했다. 해랑과 루리는 이 혼란을 틈타 타워를 탈출하려 했으나, 알파는 마지막 순간, 조각이 가장 취약한 순간을 노려 에너지 충격파를 발사했다.
충격파는 세 개의 조각을 강타했고, 조각들은 다시 분리되며 주변의 시간 에너지와 융합했다. 해랑과 루리는 시그마 타워에서 탈출하는 대신, 알 수 없는 시공간의 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들이 떨어진 곳은 놀랍게도 19세기 말, 조선이 개항을 앞두고 서양 열강과 충돌하던 격변의 시대였다.
7. 일곱 번째 조각: 19세기, 예언의 계승자
1886년, 한성. 해랑은 세 번째 조각이 이곳, 격동하는 시대 속에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이 시대 역시 아사달이 예견했던 '재앙'의 또 다른 분기점이었고, 프록시마가 역사를 조작하기 위해 개입했던 중요한 시기였다.
그들은 한 고풍스러운 시계탑 근처에서 정신을 차렸다. 루리는 이 시대의 과학 기술 수준을 관찰하며 '시간의 경계'를 완성하기 위한 네 번째 조각이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이 시대의 첨단 기술(당시의 정밀한 시계 제작 기술)과 융합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곳에서 해랑은 또 다른 조력자를 만난다. 이홍(二鴻), 시계탑을 관리하는 장인이자, 아사달의 먼 후손으로, 대대로 '시간의 파편'을 지키고 그 진실을 후대에 전하려 했던 '시간의 계승자' 가문의 마지막 인물이었다.
이홍은 해랑의 두 눈을 보자마자 그가 '시간의 경계'를 짊어진 인물임을 알아봤다. 이홍은 자신이 수십 년간 지켜온, 정밀하게 제작된 시계의 심장부를 해랑에게 건넨다. 그것은 놀랍게도 네 번째 '시간의 조각'이었다.
"시간은 단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엮이는 것입니다," 이홍이 말했다. "이 조각은 이 시대의 혼란을 막기 위해 아사달 님께서 남기신 마지막 예언이자 안전장치입니다. 이제 나머지 조각들을 찾아 당신의 시대에서 경계를 완성하십시오. 당신의 시대에 진정한 재앙이 도래할 것입니다."
프록시마의 19세기 지부 요원들이 시계탑을 포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홍은 자신을 희생하며 해랑과 루리가 시간의 문을 통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었다. 해랑은 네 개의 조각을 합치고, 강력해진 시간 에너지를 이용해 다시 한번 시공간의 문을 연다.
8. 여덟 번째 조각: 시간의 경계, 최종 임무
해랑과 루리는 다시 21세기, 시그마 타워 근처의 폐허로 돌아왔다. 그들의 손에는 네 개의 '시간의 조각'이 합쳐진, 절반쯤 완성된 '시간의 경계'가 있었다. 이 경계는 이제 해랑에게 다음 조각의 위치뿐만 아니라, '미래의 재앙'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고'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경고가 가리키는 재앙의 시점은 단 48시간 후. 장소는 지구의 자기장 에너지를 연구하는 국제 연구소, '제논 코어'였다. 프록시마는 제논 코어의 자기장 에너지를 이용해 '시간의 경계'의 최종 조각을 완성하고, 그 힘으로 세계를 재편하려 하고 있었다.
해랑은 이제 도망자가 아닌, 프록시마를 쫓는 추격자가 되어 제논 코어로 향한다. 루리는 그에게 마지막 조언을 건넨다.
"네 개의 조각은 힘을 증폭시킬 뿐, 최종적인 경계의 완성은 결국 당신, 윤 해랑의 '의지'에 달려 있어요. 500년 전 아사달은 결국 조각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어요. 당신은 그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해요."
해랑은 결전의 장소, 제논 코어의 중심부로 진입한다. 그곳에는 알파와 프록시마의 핵심 과학자들이 최종 조각을 거대한 에너지 장치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최종 조각은 다름 아닌 아사달이 자신의 심장에 숨겨두었던, 그의 마지막 희생의 파편이었다.
해랑은 네 개의 조각을 들고, 아사달의 마지막 파편을 향해 나아간다. 이제 남은 것은 프록시마와의 최후의 전투, 그리고 '시간의 경계'를 완성하여 500년 동안 이어진 역사의 파국을 막는 것뿐이었다. 윤 해랑은 자신의 이름처럼 잔잔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시대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물결이 되어 역사의 최종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다.
9. 아홉 번째 조각: 제논 코어의 결전
윤 해랑은 제논 코어의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한 메인 연구실로 진입했다. 이곳은 엄청난 자기장 에너지와 첨단 기술이 뒤섞여 있는 공간으로, 주변의 공기마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연구실 중앙에는 거대한 에너지 융합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위에 마지막 조각, 아사달의 심장이었던 다섯 번째 파편이 불안정하게 떠 있었다.
프록시마의 지부장 알파는 무장 슈트를 복구한 채 해랑을 맞이했다. 그의 주변에는 프록시마의 정예 요원들이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알파는 해랑을 향해 냉소적으로 말했다. "예상했던 대로군, 윤 해랑. 시간의 경계를 완성하려는 본능이 당신을 여기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최종 조각은 당신의 것이 될 수 없다."
알파는 마지막 조각을 에너지 장치에 통합하여 프록시마의 통제 아래 두는 순간, 과거 아사달이 막으려 했던 재앙, 즉 모든 역사의 분기점을 프록시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초기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목표는 과거의 불필요한 고통과 혼란을 제거하고, 완벽하게 통제되는 질서정연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해랑은 네 개의 조각이 합쳐진 '경계의 파편'을 손에 쥐고 알파와 맞섰다. 그의 몸에는 단휘의 무술 기억이 강력하게 발현되었고, 네 개의 조각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간 에너지가 그의 움직임을 초월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해랑은 프록시마 요원들의 총격과 알파의 첨단 무기를 피해 에너지 장치로 돌진했다.
치열한 격투 끝에 해랑은 알파의 방어선을 뚫고 최종 융합 장치에 도달했다. 해랑이 자신의 조각을 최종 조각과 결합하려는 순간, 알파가 전력을 다해 해랑을 공격했다. 해랑은 조각을 쥔 손을 보호하기 위해 온몸으로 충격을 받아냈다. 이 순간, 해랑은 다시 한번 단휘의 기억, 아사달이 조각을 찢을 때 느꼈던 극심한 고통과 희생의 의지를 생생하게 느꼈다.
10. 열 번째 조각: 시간의 경계, 완성
해랑의 육체는 한계를 넘어섰지만,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그는 네 개의 조각을 최종 파편과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다섯 개의 조각이 완전히 하나로 합쳐지자, 제논 코어 전체를 뒤흔드는 강력한 빛과 진동이 발생했다. 이것이 바로 전설로만 전해지던 '시간의 경계'였다.
완성된 시간의 경계는 엄청난 시간 에너지를 방출하며 주변의 시공간을 왜곡시키기 시작했다. 알파와 프록시마 요원들은 강력한 에너지 폭풍에 휘말려 쓰러졌다. 해랑은 경계의 중심에 서서, 경계가 보여주는 모든 과거와 미래의 분기점을 보게 되었다.
경계는 해랑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첫째, 프록시마의 의도대로 모든 역사를 '초기화'하고 완벽한 질서의 미래를 창조하는 것. 둘째, 아사달의 의지대로 경계를 '복원'하고 시간을 스스로 흐르게 두되, 프록시마가 만들어낸 500년의 시간적 오염만을 정화하는 것.
해랑은 두 번째 선택을 택했다. 그는 프록시마가 통제하는 미래가 아닌, 혼란스럽더라도 인간의 자유 의지와 자율성이 보장되는 역사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는 경계에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주입하며 복원 명령을 내렸다.
시간의 경계는 해랑의 의지에 따라 강력한 시간 복원파를 우주 전체로 방출했다. 이 파동은 500년 동안 프록시마가 역사의 틈새에 심어놓았던 모든 조작의 흔적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11. 복원된 시간의 물결
복원 파동이 끝난 후, 제논 코어는 폐허가 되었다. 해랑은 완전히 지쳐 쓰러졌지만, 그의 손에는 더 이상 '시간의 조각'이 없었다. 경계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스스로 시간 속으로 녹아 사라진 것이다. 알파를 포함한 프록시마의 잔당들은 경계의 에너지에 의해 모든 시간 조작 관련 지식과 기억을 잃고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해랑의 곁에는 루리가 있었다. 루리는 해랑이 사라진 시간 동안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세상은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프록시마라는 조직의 존재 자체가 지워졌고, 그들이 역사에 끼쳤던 사소한 오류들 역시 모두 복원되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해랑과 루리의 기억은 온전히 남아 있었다. 그들은 500년의 진실을 아는 유일한 존재들이었다. 해랑은 자신이 더 이상 단휘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며, 그저 평범한 고고학자로 돌아왔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변해 있었다. 그는 시간의 중요성과 역사의 소중함을 깨달은 진정한 '복원자'가 되었다.
해랑과 루리는 이제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파수꾼이 되었다. 그들은 다시 고고학자의 삶으로 돌아가, 미처 복원되지 않은 시간의 사소한 흔적들을 찾아내고 지켜보는 임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윤 해랑의 삶은 이제 더 이상 거친 파도가 아닌, 역사의 깊은 물결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되었다. 그의 이름처럼, 윤택하게 흐르는 바다의 물결, 그것이 그가 지켜낸 시간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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