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정원의별 21장, 왕궁의 회의 2

2025. 9. 10. 09:07나의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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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왕궁의 회의.2

황제의 말은 칼날 같았다. 엘은 그의 의미심장한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의 눈빛은 꿰뚫어 보는 듯 차가웠지만, 동시에 깊은 고뇌가 담겨 있었다. 황제가 엘을 온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엘의 힘을 믿지 못하는 것에 가까웠다. 한때 제국을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던 그림자 공작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은, 아무리 대지의 아이의 힘으로 정화되었다 할지라도 불안의 씨앗이었다.

"폐하의 현명한 판단에 따르겠습니다." 엘은 고개를 숙였다. "저의 힘이 제국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알현실에 모인 귀족들과 마법사들의 술렁임이 다시 커졌다. 그들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특히 황실 수석 마법사 아론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황제에게 항의했다.

"폐하! 저 힘은 통제할 수 없습니다! 역사는 이미 증명했습니다. 그림자 공작의 힘은 결국 제국을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저 여인은 우리 모두에게 독이 될 것입니다!"

아론의 외침에 알현실은 다시 격렬한 논쟁의 장이 되었다. 카이든의 추종자들은 아론의 주장에 동조하며 엘을 맹렬히 비난했고, 라이언 경과 리오에게 우호적인 귀족들은 엘의 편을 들며 그녀의 공적을 강조했다. 황제는 그들의 논쟁을 한참 동안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손을 들어 그들을 모두 침묵시켰다.

"모두 조용히 하라!" 황제의 목소리는 알현실 전체를 울렸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엘리시온 공작 영애는 제국의 미래를 위한 핵심 인물로 보호받을 것이다. 동시에 그녀의 힘은 마법사 탑의 감시를 받게 될 것이다."

이 선언에 아론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황제의 결정은 엘을 완전히 처단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신뢰하지도 않는 교묘한 정치적 타협이었다. 엘은 마법사 탑의 감시를 받게 되었지만, 동시에 황제의 보호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이는 그녀의 힘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마법사 탑의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리오 경," 황제는 리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의 공적은 매우 크다. 그대는 앞으로 나를 보좌하며 제국 기사단의 개혁을 이끌도록 하라. 그리고 엘리시온 공작 영애의 보호를 책임지거라."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폐하." 리오는 굳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눈빛에는 황제에 대한 깊은 신뢰와 함께 엘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다.

회의가 끝난 후, 엘은 리오, 라이언 경과 함께 알현실을 나섰다. 그들의 뒤에서는 여전히 귀족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졌다. 엘은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품에 안고 있는 케이에게만 집중했다. 케이는 마침내 평온한 잠에서 깨어나 엘의 품에 안겨 가느다란 숨을 내쉬고 있었다.


제22장: 새로운 동맹과 숨겨진 위협

왕궁의 회의 이후, 엘과 리오의 삶은 급변했다. 엘은 황제의 명에 따라 왕궁 내 특별 구역에 머물게 되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늘 황제가 파견한 기사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고, 마법사 탑의 감시자들은 매일 같이 그녀의 힘을 측정하고 기록했다. 아론은 끊임없이 그녀를 찾아와 위협적인 경고를 쏟아냈지만, 엘은 흔들리지 않았다.

"네가 가진 힘은 결국 너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림자 공작의 힘은 그렇게 간단히 정화되는 것이 아니야."

"그렇다면 저를 집어삼키기 전에, 그 힘으로 제국을 지키겠습니다." 엘은 단호하게 맞섰다.

한편, 리오는 황제의 명을 받아 제국 기사단의 개혁을 주도했다. 그는 라이언 경의 도움을 받아 카이든의 잔존 세력을 색출하고, 기존의 낡은 체제를 혁신했다. 그의 뛰어난 전략적 통찰력과 리더십은 기사단 내부에서 빠르게 신뢰를 얻었고, 그는 제국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어느 날, 리오는 엘을 찾아와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엘, 마법사 탑 내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를 찾았어."

"정말요? 어떻게?" 엘의 눈이 커졌다.

"아론에게 반기를 든 소수파 마법사들이 있어. 그들은 아론이 힘을 독점하고 카이든의 계획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지. 그들 중 한 명이 우리에게 협력하기로 했네."

새로운 동맹의 등장은 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녀는 마법사 탑의 감시망을 벗어나 비밀리에 그들과 접선했다. 동맹 마법사들은 그녀에게 마법사 탑의 숨겨진 구조와 아론의 비밀 실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들의 도움으로 엘과 리오는 카이든의 잔존 세력이 단순히 마법사 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국 곳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이든은 단순히 마법사 탑을 장악하려던 것이 아니었어. 그는 제국 전체를 잠식하려 했던 거야." 리오는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며 말했다. "잿빛 사도들이 제국 곳곳에 침투하여 불안을 조장하고, 그 혼란을 틈타 카이든의 잔존 세력들이 힘을 키우고 있어."

엘은 불안한 눈빛으로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죠?"

"우선, 아론을 경계해야 해. 그는 카이든의 계획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그가 왜 우리에게 적대적인지 알아내야 해." 리오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숨어 있는 잿빛 사도들을 찾아내고, 그들의 근원을 파괴해야 해. 이 모든 계획은 황제 폐하의 허락을 받아야 할 거야."

하지만 황제에게 모든 것을 보고하는 것은 위험했다. 황제는 여전히 엘의 힘을 불안해하고 있었고, 아론은 황제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계획을 세워야 했다.


제23장: 어둠 속의 추적

엘과 리오는 비밀리에 움직였다. 리오는 기사단 내에 신뢰할 수 있는 소수의 정예 부대를 조직했고, 엘은 동맹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 마법사 탑의 감시망을 피해 정보를 수집했다. 케이는 여전히 엘의 품을 떠나지 않고 그녀의 곁에 있었다. 그녀의 순수한 힘은 엘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어느 날, 동맹 마법사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아론이 과거 그림자 공작의 연구를 비밀리에 재개했다는 증거를 찾았습니다! 그는 그림자 공작의 힘을 제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힘을 자신이 소유하려는 것이었겠죠!"

엘의 심장이 철렁했다. 아론이 그녀를 그토록 비난했던 이유는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그림자 공작의 힘을 차지하려는 야심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은 황제에게 즉시 알려야 했다.

리오와 엘은 밤늦게 황제를 알현했다. 그들은 아론의 음모와 그가 진행하고 있는 비밀 연구에 대한 증거를 제시했다. 황제의 얼굴은 굳어졌고, 그는 리오와 엘의 보고를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론은 제국의 오랜 역사를 배신한 것이다." 황제는 낮게 읊조렸다. "하지만 증거가 부족해. 그가 직접 연루되었다는 확실한 물증을 가져오너라. 그리고 그가 연구하고 있는 장소를 찾아내야 한다."

엘과 리오는 황제의 명을 받들어 아론의 비밀 연구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법사 탑의 복잡한 미로 같은 통로를 헤쳐나갔다. 탑의 심층부로 내려갈수록 어둠의 기운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아론의 연구실은 탑의 가장 깊고 비밀스러운 곳에 숨겨져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굳게 닫힌 거대한 철문을 발견했다. 문에는 고대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었고, 리오는 오랜 시간의 연구 끝에 봉인을 해제하는 데 성공했다. 문이 열리자, 안에서는 기이한 마법 장치들과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긴 유리병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에는 잿빛으로 변해버린 마법석이 놓여 있었다.

"이건... 잿빛 사도들의 힘이 응축된 마법석이야." 엘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론은 이 마법석을 이용해 그림자 공작의 힘을 만들어내려 했던 거야."

그때, 방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론이었다. 그는 이미 그들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듯, 차가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엘리시온 공작 영애. 그리고 리오 경." 아론의 목소리는 비웃음으로 가득했다. "어리석은 아이들 같으니. 너희는 나의 위대한 계획을 이해하지 못해. 나는 그림자 공작의 힘을 완벽히 통제하여 제국을 지배할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론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에서 검은 그림자 같은 기운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엘이 어젯밤 사용했던 힘과 유사했지만, 훨씬 더 사악하고 어두운 기운을 뿜어냈다.

"폐하께서는 이미 나에게서 마음을 돌리셨다." 엘은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의 계획은 실패할 것입니다."

"아니, 나의 계획은 이제 시작이다." 아론은 크게 웃었다. "너희가 이곳에 온 덕분에, 나는 제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그의 웃음과 함께 방 안의 마법 장치들이 격렬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잿빛 마법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기운이 방 전체를 집어삼켰다. 엘과 리오는 위기에 처했다. 그들은 아론의 음모를 막고, 제국을 파멸의 위기에서 구해내야만 했다.

 

제24장: 그림자 공작의 유산

아론의 웃음소리가 마법 연구실에 불길하게 울려 퍼졌다. 잿빛 마법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벽과 바닥을 기어 다녔다. 엘과 리오는 동시에 검을 빼 들고 전투 태세를 갖췄다. 케이는 여전히 엘의 품에 안겨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어둠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커져 있었다.

"어리석군." 아론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림자 공작의 힘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나는 수십 년간 이 힘을 연구해왔다. 너희는 그저 내 위대한 계획의 일부가 될 뿐이다."

그의 손짓에 연구실 곳곳에 숨겨져 있던 마법 장치들이 활성화되었다. 그림자 기운이 응축된 구체들이 형성되어 엘과 리오를 향해 날아왔다. 리오는 검을 휘둘러 그림자 구체들을 베어냈지만, 그것들은 형태를 잃지 않고 다시 뭉쳐져 그들을 압박했다.

"엘, 케이를 부탁해!" 리오가 외쳤다. "내가 막고 있을 테니 봉인 장치를 찾아!"

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케이를 품에 안고 리오의 뒤로 물러났다. 아론은 엘을 향해 다시 그림자 구체를 날렸지만, 리오가 몸을 던져 막아냈다. 검은 기운이 리오의 몸에 닿자 '지지직'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괜찮아, 리오?" 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어서 가!" 리오는 고통을 참으며 소리쳤다.

엘은 리오를 뒤로하고 연구실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 마법석을 둘러싸고 있는 복잡한 마법진이 들어왔다. 마법진 곳곳에는 금이 가 있었고,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아론의 힘이 마법진을 억지로 깨뜨리며 마법석의 힘을 끌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마법진을 파괴하면 마법석의 힘이 폭주할 수도 있었다.

그때, 엘의 눈에 마법진을 구성하는 핵심 문양들이 보였다. 그것은 그녀의 가문에 전해 내려오던 고문서에 기록된 문양들과 흡사했다. 그녀는 고문서에서 읽었던 내용을 떠올렸다. 그림자 공작의 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대지의 아이의 힘으로 '정화'와 '봉인'을 동시에 시도해야 했다.

"정화와 봉인…" 엘은 중얼거렸다. 그녀는 케이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케이, 내가 잠시 떨어져 있어도 괜찮겠니?

케이는 불안한 눈빛으로 엘을 바라보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엘은 케이의 손을 잡고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케이의 손끝에서 따뜻한 빛이 흘러나와 엘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그것은 대지의 아이의 힘이었다.

엘은 심호흡을 하고 아론을 향해 달려갔다. 리오는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아론은 승리를 확신한 듯 여유롭게 웃었다.

"이제 포기해라, 엘리시온 공작 영애. 너 혼자서는 나를 막을 수 없다."

"아니." 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저는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는 당신의 어둠을 정화할 겁니다!"

엘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그녀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대지의 아이의 힘이었다.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은은한 빛은 어둠의 기운을 밀어내며 아론을 향해 뻗어나갔다. 아론은 엘의 힘에 놀라 뒤로 물러났다.

"대지의 아이의 힘이라고? 말도 안 돼! 그림자 공작의 피가 흐르는 네가 그 힘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어!"

"이것이 바로 진실입니다. 그림자 공작의 힘은 제국을 파멸시키기 위해 존재한 것이 아니라, 제국을 지키기 위해 존재했던 힘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대지의 아이의 힘에 의해 제어됩니다!"

엘은 마법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마법진의 금이 간 곳들을 메우고, 불안정하게 깜빡이던 문양들을 다시 안정시켰다. 빛의 기운이 마법진을 감싸자 마법석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기운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아론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수십 년을 기다렸다! 너 따위가 나의 계획을 방해하게 두지 않겠다!"

그러나 그때, 리오가 아론의 앞을 가로막았다. "네가 상상하는 위대한 계획은 그저 너의 욕심에 불과해. 제국의 미래는 너 같은 미치광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리오의 검이 아론의 팔을 스쳤다. 아론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엘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마법진을 완전히 봉인했다. 마법진이 완벽하게 빛을 발하자, 잿빛 마법석은 빛을 잃고 평범한 돌덩이로 변했다.

"안 돼! 나의 힘! 나의 모든 것이!" 아론은 절규했다.

그때, 아론의 등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아론의 몸을 집어삼켰다. 아론은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그림자는 점점 더 커지더니 결국 아론의 형체를 완전히 집어삼키고 사라졌다. 그림자 공작의 힘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음을 증명하듯, 그를 완전히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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