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 08:29ㆍ자동차
20장: 새로운 오명, 암영검의 시대
묵룡교의 멸망 소식은 강호 전체를 뒤흔들었지만, 그 승리의 그림자에는 '류진의 재림'이라는 공포가 드리워졌다. 정파 연합군의 수장인 청명검 서문해가 폐인이 된 채 돌아오면서, 류진은 '묵룡교의 잔당' 혹은 '묵룡교보다 더 악랄한 새로운 마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류진의 목적은 명예 회복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이 오명을 이용하기로 했다. 정파가 자신을 두려워할수록, 그들의 위선적인 가면이 더 쉽게 벗겨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스스로를 '암영검(暗影劍)'이라 칭하며, 강호의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존재가 되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소림사'의 방장, '혜명대사'였다. 혜명대사는 강호에서 덕망 높기로 유명했지만, 지난 생 류진은 혜명대사가 묵룡교의 묵령과 은밀하게 거래를 했으며, 묵룡교의 존재를 알면서도 정파의 이익을 위해 이를 묵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의 위선은 서문해보다 더욱 뿌리 깊었다.
류진은 소림사에 잠입하기 위해 다시 만천상회의 정보를 이용했다. 혜명대사는 최근 '소림사의 비급'을 탐내는 강호의 세력들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류진은 이 세력들 중 하나인 '녹림(綠林)' 도적단의 행적을 미리 파악했다.
류진은 녹림 도적단보다 먼저 소림사 비급이 보관된 '경장각'에 잠입했다. 그의 '허무무진' 검결과 '무영'의 경지는 소림사의 삼엄한 경계를 무력화시켰다.
경장각 깊은 곳, 류진은 혜명대사가 은밀히 숨겨둔 '비밀 문서'를 발견했다. 그것은 혜명대사와 묵령이 주고받은 서신이었다. 서신에는 혜명대사가 묵룡교의 독액을 일부러 묵인하고, 그 대가로 묵령에게서 소림사의 오랜 숙적이었던 다른 문파의 약점을 공유받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소림사의 방장이 고작 문파 간의 세력 다툼 때문에 천하를 위협하는 마도 세력을 묵인했다니.'
류진은 서신을 회수하고, 곧바로 혜명대사의 처소로 향했다.
21장: 소림사의 밤, 혜명대사의 타락
혜명대사는 참선 중이었다. 류진은 조용히 그의 방에 들어섰다. 혜명대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류진의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혜명대사. 참으로 깊은 경지에 드셨군요. 살기조차 감지하지 못하다니." 류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혜명대사는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눈앞에는 낡은 옷을 입은, 열여섯 살의 소년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소년의 눈빛은 세월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
"누구냐! 소림사에 감히 무단 침입하다니!" 혜명대사가 버럭 소리쳤다.
류진은 혜명대사 앞에 묵령과의 서신을 던졌다.
"저는 '암영검'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대사님께서 '묵언'으로 지키고자 했던 진실입니다."
혜명대사는 서신을 확인하고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이... 이것을 네가 어떻게... 류진! 네놈이냐!"
"예. 제가 류진입니다. 3년 전, 대사님은 묵룡교의 위협을 알고도 묵인했습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이 피를 흘렸습니다. 모두 대사님과 같은 위선적인 무림인들의 '편의' 때문이었습니다."
혜명대사는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자, 갑자기 무서운 살기를 내뿜으며 류진에게 달려들었다.
"이 악마 같은 놈! 네놈이 그 더러운 마공으로 나의 명예를 더럽히려 드는구나! 내가 오늘 너를 처단하여 소림사의 위엄을 지키겠다!"
혜명대사의 권법은 소림사의 정통 무공으로, 류진이 상대했던 서문해보다 훨씬 노련하고 예측하기 힘들었다. 류진은 목검 대신, 자신의 몸을 이용해 혜명대사의 권법을 피했다.
파앗! 파앗! 혜명대사의 주먹은 류진의 몸을 스치듯 지나갔지만, 류진은 항상 한 치의 차이로 공격을 피하며 혜명대사의 힘을 소모시켰다. 류진은 싸우는 대신, 혜명대사의 무공의 '빈틈'을 찾고 있었다.
마침내, 혜명대사가 공격을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순간. 류진은 재빨리 움직였다.
류진은 혜명대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후, 그의 손목을 목검으로 눌렀다. 그리고 '공진'의 내공을 혜명대사의 정수리 중앙, 가장 중요한 '백회혈'에 주입했다.
혜명대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의 몸은 그대로 굳어졌고, 내공은 순식간에 역류하여 의식마저 잃었다. 류진은 혜명대사의 모든 무공을 파괴하지 않고, 단지 '말하고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들었다.
류진은 혜명대사의 방을 떠나기 전, 묵령과의 서신을 소림사 외부의 언론에 은밀히 공개되도록 만천상회에 지시했다.
이튿날 아침, 소림사는 발칵 뒤집혔다. 방장 혜명대사는 멀쩡한 몸으로 벙어리가 되었고, 그가 묵룡교와 거래했다는 서신이 강호 전체에 퍼졌다. 정파 무림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혜명대사가 자백할 수 없었기에, 그의 타락은 더욱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류진은 묵룡교를 멸망시킨 후, 정파의 맹주와 소림사 방장까지 무너뜨림으로써 강호 전체를 불신과 공포 속에 몰아넣었다. 사람들은 '암영검' 류진이 강호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 한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류진은 이제 마지막 복수 대상이자, 그를 파멸시킨 가장 깊은 배후를 노리고 있었다.
22장: 숨겨진 배후, 마지막 퍼즐 조각
류진은 소림사의 혼란을 뒤로하고, 강호의 외진 곳에 있는 고대 사찰의 폐허에 은거했다. 그가 서문해와 혜명대사를 무너뜨린 것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다. 이 두 사람이 몰락하면서 강호는 극심한 권력 공백 상태에 빠졌고, 이로 인해 지난 생 류진을 파멸로 이끈 진정한 배후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지난 생, 류진은 자신이 마공을 익히는 과정에서 정파의 견제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죽기 직전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자신을 마인으로 몰아 처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파 맹주단의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류진의 힘을 이용하여 묵룡교를 제거하게 만든 후, 정파를 장악할 목적으로 류진을 제거하고 모든 공로를 가로채려 했다.
류진은 만천상회로부터 지난 생 그가 죽기 직전, 정파 맹주단 내부에서 류진의 처단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인물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만천상회의 답변은 류진의 예상대로였다.
그 인물은 바로 '천룡문의 문주'이자 정파의 원로, '제갈현(諸葛賢)'이었다.
제갈현은 겉으로는 온화하고 지혜로운 원로였지만, 사실은 강호 무림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극도의 야심가였다. 그는 류진의 무력을 이용해 가장 큰 위협이었던 묵룡교를 제거하고, 류진을 희생양 삼아 서문해, 혜명대사 같은 라이벌들을 숙청할 명분을 만들려 했던 것이다. 지난 생, 서문해가 류진을 죽일 때 그 자리에 제갈현이 있었고, 그의 눈빛은 승리의 쾌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갈현. 네놈이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네 지략은 묵령보다 교활했고, 네 위선은 서문해보다 깊었다.'
류진은 제갈현을 만천상회의 정보망을 이용해 조용히 관찰했다. 제갈현은 서문해와 혜명대사가 몰락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파 연합군을 재정비하며 새로운 맹주 자리를 차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류진을 '마인'이라 규정하고, 류진을 토벌하는 것을 새로운 정파의 구심점으로 만들려 했다.
23장: 천룡문의 함정, 류진의 역공
제갈현은 류진이 자신에게 복수하러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류진은 지난 생 자신이 익혔던 마공이 아닌 '허무무진' 검결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제갈현은 류진의 본질이 '복수심에 불타는 마인'이라고 믿었다.
제갈현은 류진을 잡기 위해 '천룡문' 본산에 공개적으로 함정을 팠다. 그는 류진을 유인하기 위해 '정파 무림인들의 영웅적인 희생을 기리는 의식'을 거행한다고 공표하고, 정파의 모든 주요 인사를 천룡문으로 집결시켰다.
류진은 이 함정을 알고 있었다. 천룡문은 강호에서 방어력이 가장 뛰어난 곳이었고, 제갈현은 그곳에 자신의 최정예 무사들을 배치하고 류진을 기다릴 터였다.
류진은 만천상회에게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천룡문 주변에 있는 제갈현의 모든 은밀한 비자금 처소와 비밀 창고의 위치를 확보해라. 그리고 천룡문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물류의 운송 경로와 시간을 파악하라."
류진은 천룡문으로 곧장 가지 않았다. 그는 '암영'으로서 행동했다.
천룡문에서 성대한 의식이 거행되기 전날 밤. 류진은 단신으로 제갈현의 모든 비자금 처소와 창고를 급습했다. 그는 돈이나 보물을 훔치지 않았다. 대신,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모든 장부와 계약서를 회수했다. 그 장부에는 제갈현이 정파의 명목을 이용해 수많은 상인들을 착취하고, 무림 문파들을 매수했던 모든 증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류진은 천룡문의 중요 물류가 운송되는 주요 길목을 미리 선점했다. 그는 목검 대신, 자신이 직접 만든 '연막탄'과 '미약한 독침'을 준비했다. 무공이 아닌 '지략'과 '독'을 이용한 교란 작전이었다.
24장: 최후의 심판, 제갈현의 파멸
천룡문에서 성대한 의식이 시작되었다. 제갈현은 의기양양하게 단상에 서서, 류진을 '강호의 재앙'으로 규정하며 정파의 새로운 맹주로 추대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천룡문 입구에서 커다란 소란이 일어났다.
"천룡문 문주, 제갈현은 강호의 공적이다! 그는 마도(魔道)의 묵룡교와 거래하고, 정파 무림을 착취했다! 증거가 있다!"
소란을 일으킨 것은 만천상회의 벽란과 그녀가 고용한 수백 명의 언론인과 무림의 중소 문파 인사들이었다. 그들은 류진이 회수한 제갈현의 모든 비리 장부와 서문해, 혜명대사의 타락 증거까지 들고 와 천룡문 문앞에서 폭로했다.
제갈현은 경악했다. 그의 모든 비밀 장부가 한순간에 공개되다니!
"무... 무슨 헛소리냐! 저들을 당장 잡아라!" 제갈현은 노발대발했다.
제갈현의 명령에 따라 천룡문의 무사들이 달려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쉬쉬쉬쉬익!
어둠 속에서 류진이 던진 독침과 연막탄이 천룡문의 무사들을 덮쳤다. 류진이 만든 독침은 치명적이지 않았지만, 수십 명의 무사들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거나 시야를 가렸다.
무사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류진은 천룡문 경비병들이 가장 취약한 '물류 운송로'를 따라 진입했다. 류진의 목표는 오직 제갈현 한 명이었다.
류진은 경장각의 비밀 통로를 이용해 단상 뒤편으로 접근했다. 제갈현은 자신의 계획이 무너지자 공포에 질려 도주하려 했다.
"제갈현! 어디로 도망가려 하는가!"
류진은 제갈현을 가로막았다. 류진의 목검이 제갈현의 심장을 겨냥했다.
"류진! 네놈이 감히! 너는 이미 강호의 버려진 마인이다! 네가 나를 죽여도 강호는 너를 용서하지 않는다!" 제갈현이 발악했다.
류진의 눈빛은 무덤덤했다.
"강호의 용서? 나는 이미 용서받을 생각도, 영웅이 될 생각도 없다. 나는 단지 너와 같은 위선자들이 다시는 천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할 뿐이다. 네가 나를 파멸로 몰아넣었듯이, 나도 네놈의 모든 것을 파멸시키겠다."
류진은 목검으로 제갈현의 양쪽 손목을 정확히 '공진'의 힘으로 가격했다. 서문해와 마찬가지로, 제갈현은 다시는 무공을 사용할 수 없는 폐인이 되었다.
파앗!
류진은 제갈현의 입에 그가 과거 천기를 통해 묵룡교에 제공하려 했던 '진정 독'을 억지로 먹였다. 이 독은 치명적이지 않지만, 영원히 헛소리를 하게 만드는 독이었다.
"네놈의 남은 삶은 네가 그토록 혐오하던 마인(魔人)이 되어, 모든 사람들 앞에서 네 죄를 고백하는 광대처럼 살게 될 것이다."
류진은 천룡문 전체가 혼란에 빠진 틈을 타 홀로 유유히 사라졌다. 제갈현의 모든 비리는 만천상회의 손을 거쳐 강호에 퍼졌고, 천룡문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강호는 혼돈에 빠졌다. 묵룡교는 멸망했지만, 정파의 세 맹주가 모두 몰락하고 그들의 위선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류진은 강호의 모든 곳에서 '암영검'이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증오나 복수심을 느끼지 않았다.
'강호는 스스로의 오만과 위선 때문에 무너졌다. 나는 단지 그들의 파멸을 앞당겼을 뿐이다.'
류진은 이제 무림을 떠났다. 그의 뒤에는 황폐해진 정파 무림과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는 강호가 남았다. 그는 더 이상 '멸혼검'이 아닌, 강호의 역사를 뒤흔든 '암영검'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복수를 완성하고, 홀로 무림을 벗어나 평범한 삶을 찾기로 결심했다.
('절망의 나락에서 피어난 검혼'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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