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피의 변론: 법정의 악마가 춤출 때

by 복날집 2025. 12. 4.
반응형

 

제1화: 검은 수트를 입은 사냥꾼

1. 달빛 아래의 전장

이른 아침 7시 40분. 서울의 금융 중심지에 우뚝 솟은 거대한 ‘헤르메스 빌딩’ 62층. 이 건물 전체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달무리 로펌’ 본사 회의실은 이미 차가운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이 도시를 비추고 있었지만, 로펌 내부의 공기는 마치 깊은 밤의 달빛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서이혜 변호사는 창밖의 마천루를 내려다보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시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녀의 나이는 서른 중반. 법조계에서 그녀는 우아한 외모와 달리 ‘법정의 여제’ 혹은 ‘승률 100%의 사냥개’로 불렸다. 맡은 사건은 그 난이도와 상관없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기어이 승소를 쟁취해내는 집념의 화신이었다. 달무리 로펌 내에서도 그녀는 가장 복잡하고, 가장 어두운 권력형 사건만을 전담하는 ‘특수 대응팀’의 실질적인 사령탑이었다.

오늘의 안건은 단순한 기업 비리가 아니었다. 바로 이 나라 경제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기업, ‘대산 그룹’ 총수인 김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사건이었다. 검찰은 이미 김 회장을 곧 소환할 예정이었고, 여론은 그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달무리 로펌은 이 나라 최고 권력층의 운명이 걸린 이 재판의 방어자 역할을 맡았다.

"검찰의 증거 목록입니다."

맞은편에 앉은 후배 변호사, 이훈호가 두꺼운 보고서를 테이블 중앙으로 조심스럽게 밀어놓았다. 훈호는 잔뜩 긴장한 듯 보였지만, 서이혜는 단지 겉표지만 응시할 뿐 파일을 펼치지 않았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회계 장부만 1500페이지에 달했고, 김 회장의 지시가 담긴 녹취 파일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객관적인 전황은 저희에게 매우 불리합니다, 선배님. 회계 팀장인 박 모 씨의 진술이 결정적입니다. 김 회장의 직접 지시를 받아 역외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미 감형을 약속받은 듯합니다." 훈호가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속삭였다.

서이혜는 미세한 떨림도 없이 차분하게 입술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단단한 강철 같은 확신이 담겨 있었다. "객관적인 전황은 중요하지 않아. 법정은 사실을 입증하는 싸움이지, 진실을 밝히는 곳이 아니야. 이훈호 변호사. 회계 팀장이 단순히 감형 때문에 자백했다고 생각해?"

"그럼 다른 이유가...?"

서이혜는 창밖에서 이훈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 냉정했다. "검찰이 왜 이 사건에 이렇게 필사적일까를 생각해 봐. 이 사건은 대산 그룹의 횡령 사건으로 끝나지 않아. 그들이 노리는 것은 김 회장의 장부 안에 깊숙이 숨겨진 '검은 거래'의 연결고리들, 즉 이 나라 정계의 거물들까지야."

2. 봉인된 과거의 기록

점심시간이 되자, 서이혜는 헤르메스 빌딩 지하 4층, 달무리 로펌이 보유한 비밀 자료 보관소로 내려갔다. 이곳은 철저한 생체 인증 보안 시스템으로 보호되며, 달무리 로펌이 지난 수십 년간 다루었던 모든 대형 사건 기록들이 시간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그녀가 찾은 파일은 15년 전, 대산 그룹이 막 초거대 그룹으로 발돋움할 무렵의 ‘도시 개발권 관련 소송’ 기록이었다. 당시 대산 그룹은 핵심 개발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 중소 건설사를 파산시켰고, 모든 법적 책임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 당시 기록에는 모든 것이 합법적인 '채무 불이행'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서이혜는 낡은 서류를 펼치며, 건설사 대표의 이름,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의 이름, 그리고 소송에 관여했던 로펌의 이름을 꼼꼼히 대조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한 줄의 기록에 멈췄다. 파산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설사 대표가 남겼다는 '유언장'의 내용. 공식적으로는 단순한 유산 분배 문서였지만, 서이혜는 직감했다. 그 유언장 안에 김 회장이 대산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처음으로 맺은 '피의 서약'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15년 전의 원한이, 15년 후 현재의 비자금 사건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목표는 김 회장의 완벽한 무죄 입증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 사건을 통해 검찰이 얻으려는 '진짜 카드', 즉 김 회장에게 칼날을 겨누는 배후의 권력자들을 먼저 파악하고, 그들의 패를 역이용하여 대산 그룹을 지켜내는 것이었다. 달무리 로펌의 윤리는 언제나 '절대적인 승리'였다.

3. 달무리 아래의 비밀 회동

자정을 향해가는 시각, 달무리 로펌의 최고 권력자인 김 대표가 서이혜를 자신의 개인 집무실로 불렀다. 김 대표는 한국 법조계의 거대한 그림자 그 자체였으며, 그의 말 한마디는 법의 정의보다 더 무거운 힘을 가졌다.

"이혜. 자네가 맡은 이번 사건, 그저 단순한 횡령 사건이 아니라는 건 알겠지?" 김 대표가 고급 위스키 잔을 흔들며 말했다. 그의 눈빛은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깊고 냉정했다.

"네, 대표님. 김 회장님의 장부는 이 나라 권력 구조의 축소판입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김 회장님을 무너뜨리고, 그 축소판 전체를 손에 넣으려 합니다."

"정확해. 우리가 대산 그룹을 방어하는 것은 단순히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야. 대산 그룹이 무너지면, 우리가 유지해 온 이 나라의 '질서' 자체가 무너져. 우리는 그 질서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서이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회계 팀장의 진술과 녹취 파일은 매우 강력합니다. 김 회장님의 직접적인 지시라는 증언은 법정에서 쉽게 무력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김 대표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달무리 로펌의 가장 은밀한 카드를 주는 것이지. 15년 전, 대산 그룹 때문에 파산했던 그 건설사 대표의 아들. 그의 이름은 강민준. 그는 현재 서울 중앙지검의 특수부 핵심 검사다. 그리고 김 회장 사건 수사팀의 실질적인 책임자이지."

서이혜의 눈빛이 섬광처럼 빛났다. 15년 전 아버지를 잃은 원한을 품은 검사가, 그 원한의 대상인 김 회장의 사건을 맡아 복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단순한 경제 사건이, 복수와 권력, 그리고 거대한 음모가 얽힌 생사를 건 드라마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김 대표가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자네의 임무는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것 이상이야. 강민준 검사의 끓어오르는 복수심을 역이용하여, 대산 그룹의 장부를 노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들이 김 회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숨겨둔 결정적인 증거를 우리가 먼저 손에 넣는 것. 이것이 달무리 로펌이 이기는 방식이다. 그는 지금 복수심에 눈이 멀어 실수를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서이혜는 위스키 잔을 들어 잔에 담긴 차가운 황금빛 액체를 바라보았다. 법정이라는 전장에서 원한을 가진 검사와, 승리를 위해서라면 악마의 제안도 받아들일 변호사가 마주 서게 되었다.

 

제2화: 복수심에 눈 먼 검사

1. 첫 번째 덫

강민준 검사는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 사무실에서 서이혜 변호사의 프로필을 내려다보았다. '승률 100%의 여제', '법정의 사냥개', '달무리 로펌 특수 대응팀 사령탑'. 그의 눈에는 이 모든 화려한 수식어들이 15년 전 그의 아버지를 절망에 빠뜨렸던 거대 로펌의 차가운 미소로 비쳤다.

"강 검사님, 대산 그룹 김 회장 수사 보고서입니다." 수사관이 파일을 내밀었다.

강민준은 보고서를 훑어보지도 않고 말했다. "박 모 회계 팀장의 진술은 확보했다. 하지만 그 진술만으로는 김 회장에게 '불가피한 지시'라는 방어 논리를 뚫기 어려워. 서이혜는 분명 그 팀장이 김 회장의 '희생양'인 것처럼 프레임을 짤 거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15년 전의 기록, 즉 아버지의 파산과 의문의 유언장이 있었다. 그 유언장에는 대산 그룹 김 회장이 건설사를 집어삼키기 위해 사용했던 은밀한 자금 흐름의 단서가 숨겨져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그리고 그 단서는 현재의 비자금 조성 방식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다음 카드는 '시간'이다." 강민준은 칠판에 적힌 '김 회장 소환 D-7'이라는 문구를 응시했다. 그는 회계 팀장 자백 직후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놓쳤던 결정적인 증거, 즉 김 회장의 개인 집무실 금고에 숨겨져 있던 '비밀 서신'의 존재를 파악했다. 이 서신에는 김 회장과 과거 정계 거물 A의 은밀한 거래 내역이 담겨 있었다.

강민준은 수사관에게 지시했다. "달무리 로펌에게 이 정보를 흘려. '김 회장의 집무실 금고에서 새로운 서신이 발견되었으며, 정계 인사의 연루 가능성이 포착되었다'고."

이것이 서이혜에게 던지는 첫 번째 덫이었다. 서이혜가 그 서신을 막기 위해 움직인다면, 그녀는 달무리 로펌이 이 사건을 단순히 대산 그룹 방어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질서'를 지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동시에 강민준은 그 서신을 확보해 서이혜의 방어를 한 단계 더 복잡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2. 달무리 로펌의 심야 회의

밤 10시, 서이혜는 이훈호 변호사와 함께 달무리 로펌의 특수 대응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정체불명의 정보원으로부터 들어온 제보 메모가 놓여 있었다.

'김 회장 집무실 금고. 정계 거물 A 관련 서신. 검찰 추가 영장 신청 준비 중.'

"이훈호 변호사, 이 정보가 진짜라고 보나?" 서이혜가 냉철하게 물었다.

이훈호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구체적입니다. 만약 검찰이 정말 정계 인사를 엮으려 한다면, 이 사건은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해집니다. 이 서신이 유죄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서이혜는 잠시 침묵했다. 김 대표의 지시, 즉 '강민준 검사의 원한을 역이용해 배후의 '보이지 않는 손'을 파악하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정보는 강민준이 서이혜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던진 미끼일 수도 있었다.

"정보의 출처는 강민준 검사 측이겠지." 서이혜는 확신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이 서신에 겁을 먹고, 달무리 로펌이 정계의 개입을 막으려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거야. 그렇게 되면 그는 우리가 김 회장의 개인 변호인이 아니라, '권력의 수호자'임을 확신하게 되겠지."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검찰이 서신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이훈호가 다급하게 물었다.

서이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가 이 함정에 걸리면, 강민준에게 이 사건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꼴이 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서신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서신의 내용을 '무력화'시키는 거야."

그녀는 이훈호에게 지시했다. "15년 전, 김 회장의 부동산 매입 소송 당시, 김 회장의 알리바이를 증언했던 운전기사의 소재를 파악해. 그리고 그 운전기사에게 이번 회계 팀장 진술에 대한 '반박 증언'을 준비시켜."

강민준은 현재의 횡령 사건에 15년 전의 '원한'을 엮으려 한다. 서이혜는 그 원한의 고리를 '거짓 알리바이'라는 새로운 덫으로 끊어내려 했다.

3. 법정 외곽의 기싸움 (D-5)

강민준 검사는 달무리 로펌이 자신이 흘린 서신 정보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들은 추가 압수수색을 막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신, 달무리 로펌은 이례적으로 김 회장의 전직 운전기사를 언론에 노출시키며 회계 팀장의 진술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특보: 대산 그룹 변호인 측, "김 회장은 회계 부정 당시 해외 출장 중" 알리바이 증언 준비]

강민준은 서이혜의 전략을 파악하고 비웃었다. "겨우 알리바이? 15년 전에도 써먹은 낡은 수법을 또 쓰겠다는 건가?"

하지만 강민준은 15년 전의 기록을 다시 꺼내보았다. 그 운전기사는 당시 소송에서도 김 회장의 결정적인 '알리바이'를 제공하여 승소를 이끌었던 핵심 인물이었다. 만약 그 운전기사가 이번에도 김 회장이 횡령 지시를 내릴 당시 해외에 있었다고 증언한다면, 회계 팀장의 진술은 신빙성을 잃게 된다.

강민준은 15년 전 운전기사의 진술서와 이번 회계 팀장의 진술서의 시점을 정밀하게 대조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오류를 찾아냈다.

'운전기사 진술 (15년 전): 김 회장은 20XX년 5월 7일 밤 10시에 출장지 호텔에서 나를 만났다.' '회계 팀장 진술 (현재): 김 회장은 20XX년 5월 7일 밤 10시 30분에 내게 지시를 내렸다.'

두 시점은 불과 30분 차이였지만, 15년 전 운전기사가 증언한 시간은 '밤 10시'였고, 회계 팀장이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 시간은 '밤 10시 30분'이었다.

강민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서이혜가 과거의 덫을 현재로 가져온 것처럼, 강민준은 과거의 흠집을 이용해 현재의 방어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는 즉시 해당 운전기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할 것을 지시했다. "서이혜 변호사. 당신이 과거의 증거를 쓰려 한다면, 나는 그 증거의 '오염'을 증명해 보이겠다."


제3화: 30분의 진실

1. 운전기사의 압박

소환된 운전기사는 검찰청 조사실에서 심각한 압박에 시달렸다. 그는 이미 달무리 로펌 측으로부터 '해외 출장 알리바이'를 다시 증언할 것을 요청받았지만, 강민준 검사가 들이민 15년 전 진술서와 현재 회계 팀장의 진술서의 '30분 간격' 앞에서 동요하기 시작했다.

"운전기사 김 씨. 15년 전에는 밤 10시에 김 회장을 만났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회계 팀장은 같은 날 밤 10시 30분에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신은 30분 만에 김 회장이 해외 출장지에서 서울로 돌아와 지시를 내렸다고 믿습니까?" 강민준의 목소리가 조사실에 날카롭게 울렸다.

운전기사는 당황하며 침묵했다. 그는 사실 15년 전의 알리바이가 김 회장의 '특정 시간'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 증언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 30분은 김 회장이 은밀한 거래를 성사시킨 시간이었다.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은 15년 전의 거짓말을 반복할 것입니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하고 새로운 죄를 짓지 않을 것입니까? 달무리 로펌이 당신에게 준 대가와 김 회장의 운명,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강민준은 운전기사의 심리적 약점을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결국 운전기사는 무너졌다. 그는 15년 전의 진술이 '거짓'이었음을 인정하고, 그 대가로 김 회장으로부터 받았던 금품 수수 내역을 털어놓았다.

2. 달무리 로펌의 긴급 대응

운전기사가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는 소식은 달무리 로펌에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서이혜의 후배인 이훈호는 망연자실했다.

"선배님, 우리가 준비했던 알리바이 카드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15년 전 알리바이가 거짓이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 김 회장님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훈호가 흥분하여 말했다.

서이혜는 오히려 차분했다. 그녀는 운전기사의 배신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강민준 검사가 15년 전의 자료까지 파고들었을 때, 그가 단순히 횡령 사건을 넘어 '복수'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복수심은 강 검사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지만,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기도 했다.

"운전기사가 무너진 것은 중요하지 않아. 오히려 좋아." 서이혜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네? 오히려 좋다니요?" 이훈호가 놀라서 되물었다.

"강민준은 지금 '아버지의 복수'라는 렌즈로만 이 사건을 보고 있어. 그가 15년 전의 거짓 알리바이를 폭로했을 때, 그는 자신이 정의를 구현했다고 믿겠지. 하지만 이 폭로로 인해 김 회장의 도덕성은 무너질지언정, 현재의 '비자금 횡령' 혐의에 대한 직접적인 유죄 증거는 아니야."

서이혜는 칠판에 적힌 '비밀 서신'을 가리켰다. "강민준이 운전기사를 붙잡고 과거에 매달릴 때, 그는 놓친 게 있어. 바로 우리가 흘려주었던 '정계 거물 A의 비밀 서신'이야. 강민준은 지금 복수라는 쾌감에 취해 이 서신을 확보할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는 거야."

서이혜는 이훈호에게 은밀하게 지시했다. "지금 즉시 김 회장 집무실로 가. 김 대표님의 지시사항이다. 그 서신을 확보해. 그리고 그 서신이 검찰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그 내용을 '선택적으로' 조작할 방법을 찾아."

3. 강민준의 맹점

같은 시각, 강민준은 운전기사의 자백을 받아낸 것에 대해 승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서이혜 변호사를 상대로 첫 번째 심리전에서 이겼다고 확신했다.

"서이혜도 별 수 없군. 과거의 부정을 덮으려다 오히려 발목이 잡혔어."

하지만 그의 옆에 있던 선배 검사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 검사. 서이혜 변호사가 운전기사 카드에 너무 쉽게 포기한 것 같지 않나? 그녀답지 않아. 그리고 우리가 확보하려던 '정계 거물 A 관련 서신'은 어떻게 되었지?"

강민준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운전기사의 자백에 집중하는 동안, 그는 서신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는 즉시 김 회장의 집무실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때,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속보: 대산 그룹 김 회장, 개인 집무실 화재 발생... 중요 기록물 소실 확인]

강민준은 경악했다. 서이혜가 운전기사의 배신이라는 '패배'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을 과거에 묶어두고 가장 중요한 증거인 서신을 '소각'시킨 것이다. 그것이 소각이든, 은닉이든, 강민준은 결정적인 패를 놓쳤다.

"서이혜..." 강민준은 이를 악물었다. '법정의 여제'는 패배 속에서도 승리를 낚아채는 잔혹한 사냥꾼이었다.


제4화: 불타는 증거와 새로운 거래

1. 소각된 진실

서이혜는 김 대표의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았다. 이훈호는 김 회장 집무실의 소방 시스템 오류를 이용해 비밀 서신이 들어있던 금고 주변에서 '화재'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서신은 완전히 재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훈호가 머뭇거렸다.

"다만?" 서이혜가 냉정하게 다그쳤다.

"저희가 서신을 소각하기 직전에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정계 거물 A와의 거래 내역은 맞습니다. 하지만 서신에는 A뿐만 아니라, 현재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거물 B의 이름도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서이혜의 눈빛이 흔들렸다. 김 대표가 말했던 '보이지 않는 손'이 단순한 정치적 경쟁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 사건은 김 회장 한 사람을 넘어, 국가 권력의 최상층부를 뒤흔들 태풍이 될 조짐을 보였다.

"B의 이름이 확인된 이상, 이 서신이 검찰에 들어갔다면 달무리 로펌도 안전하지 못했겠군." 서이혜는 판단했다.

"하지만 이제 강민준 검사는 서신이 소각되었다고 믿고, 저희를 증거 인멸죄로 몰아세울 것입니다." 이훈호가 걱정했다.

"아니. 증거 인멸? 강민준은 증거가 소실되었다는 사실만 알 뿐,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몰라. 그가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소각된 서신이 아니라, 현재의 횡령 사건이야." 서이혜는 전략적인 포커스를 잃지 않았다.

2. 김 회장의 소환과 검찰의 카드 (D-1)

김 회장의 검찰 소환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달무리 로펌은 김 회장의 소환에 앞서 최종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김 회장님, 검찰은 회계 팀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사적인 유용'에 초점을 맞출 겁니다. 당신이 해외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만 '회사 자금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주장해야 합니다." 서이혜가 김 회장에게 최종 지시를 내렸다.

김 회장은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걱정 마시오, 서 변호사. 내가 이 바닥에서 30년을 버틴 사람이야. 검찰의 질문 따위는 모두 빠져나갈 구멍이 있지."

하지만 그날 밤, 강민준 검사는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검찰은 김 회장의 소환 전야에 대산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대산 건설'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압수수색의 명분은 '15년 전 부동산 매입 건'에 대한 재수사였다. 즉, 강민준은 김 회장이 현재의 횡령 사건에 집중하는 틈을 타, 15년 전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과거의 원한'을 공식 수사선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는 김 회장이 과거의 부정까지 해명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3. 복수는 현재 진행형

새벽 2시, 서이혜는 김 대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김 대표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서이혜. 강민준 그 친구, 미쳤군. 15년 전 사건을 지금 끌어내는 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야. 이건 '법적 테러'에 가까워."

"강민준 검사는 저희가 운전기사를 통해 알리바이를 방어하려던 시도를 '과거 은폐 시도'로 규정하고, 대산 그룹의 근간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서이혜가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가 그 광기를 멈춰야 해. 그가 15년 전 사건을 들추는 진정한 목표는 김 회장을 무너뜨려 '정계 거물 B'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을지도 몰라. 자네는 이제 강민준 검사에게 직접 '거래'를 제안해야 한다."

서이혜는 잠시 망설였다. 검사와의 직접적인 거래는 달무리 로펌의 명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었다.

"어떤 거래를 말씀하십니까?"

김 대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 회장은 지금 무너져서는 안 돼. 강민준에게 '아버지의 복수'와 '대산 그룹'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해. 우리가 대산 그룹의 일부 부실 계열사를 포기할 테니, 15년 전 사건 수사를 멈추고 현재의 횡령 사건에만 집중하라고."

서이혜는 전율했다. 달무리 로펌은 승리를 위해 '의뢰인의 일부'를 희생시키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 거래는 강민준의 복수심을 자극하면서도, 그의 정의감을 시험하는 잔혹한 제안이었다.


제5화: 심장이 뛰는 거래

1. 검찰청 앞, 은밀한 만남

김 회장의 검찰 소환 직전, 서이혜는 강민준 검사에게 은밀한 만남을 제안했다. 장소는 검찰청 인근의 인적이 드문 한강 공원. 두 사람은 어둠이 깔린 강변에서 마주 섰다.

강민준은 냉소를 머금었다. "달무리 로펌의 사냥개가 꼬리를 내리고 왔군. 무슨 거래를 제안하려는 겁니까, 서 변호사. 내 아버지를 다시 죽일 돈이라도 가져왔습니까?"

서이혜는 그의 도발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강 검사님. 당신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복수는 지금 '보이지 않는 손'에게 이용당하고 있습니다."

"무슨 헛소리입니까? 내가 이용당한다니?"

"당신은 15년 전의 원한에 사로잡혀 현재의 횡령 사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대산 그룹의 과거를 파헤치는 동안, 당신이 노리는 정계 거물 A는 오히려 김 회장을 제거하고 거물 B와 손잡을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당신의 칼날은 엉뚱한 방향을 향하고 있어요."

서이혜는 강민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거래를 제안합니다. 달무리 로펌은 김 회장의 부실 계열사인 '대산 건설'을 포기하고, 그곳에 숨겨진 김 회장의 모든 비리 자료를 당신에게 넘길 것입니다. 대신, 당신은 15년 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현재의 횡령 사건에만 집중하십시오. 당신의 복수를 위한 '피의 제물'은 내가 준비하겠습니다."

2. 복수냐, 정의냐

강민준의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대산 건설은 그의 아버지가 파산했던 바로 그 건설사의 재개발 부지를 소유한 계열사였다. 그곳의 자료를 확보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모든 진실을 손에 넣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의 평생의 숙원이 눈앞에 있었다.

"내가 대산 건설을 얻는다면, 김 회장은 횡령 혐의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군요." 강민준이 이를 갈며 말했다.

"김 회장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15년 전 사건과 현재 사건을 모두 쫓는다면, 그는 시간을 벌어 당신의 수사를 피할 겁니다. 당신의 선택은 하나뿐입니다. '완벽한 정의'를 놓치고 '가능한 복수'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불완전한 정의'라도 실현할 것인가."

강민준은 고민했다. 서이혜의 제안은 잔혹했지만, 합리적이었다. 아버지의 복수에 집중할수록, 그는 '정계 거물 B'라는 더 큰 그림을 놓치게 될지도 몰랐다. 그는 복수심에 눈이 멀어 검사로서의 본분을 잊고 있었다.

"좋습니다. 거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당신이 넘기는 모든 자료는 털끝만큼의 조작도 없어야 합니다. 만약 내게 거짓을 넘긴다면, 나는 당신과 달무리 로펌 전체를 파멸시킬 겁니다."

"약속합니다. 다만, 이 거래는 달무리 로펌 최고위층의 지시입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당신의 검사 경력은 끝장날 것이고, 나는 이 바닥에서 사라질 겁니다. 당신과 나는 지금부터 '공범'입니다." 서이혜가 말했다.

3. 검은 공범의 시작

다음 날, 김 회장은 검찰에 소환되었다.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김 회장은 마치 모든 것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로 검찰 조사에 임했다.

"맞습니다. 회계 팀장에게 역외 계좌 설립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개인의 유용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비밀 자금 확보' 차원이었습니다. 대산 건설의 부실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김 회장의 진술은 달무리 로펌의 시나리오대로였다. 그는 일부 혐의를 인정함으로써 '회사의 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웠고, 동시에 대산 건설을 희생양으로 내세웠다.

같은 시각, 강민준은 달무리 로펌으로부터 받은 대산 건설 관련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그의 아버지를 파산으로 몰고 간 불법적인 내부 거래 기록과 김 회장의 서명이 담긴 결정적인 증거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강민준은 복수심과 검사로서의 사명감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는 거래에 따라 15년 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했다. 대신 그는 대산 건설 자료를 현재의 횡령 사건에 편입시켜, 김 회장의 '회사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데 집중했다.

서이혜와 강민준.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목표를 가졌지만, 하나의 '검은 비밀'로 묶인 채 법정이라는 거대한 전쟁터에 들어섰다.


제6화: 법정의 서막, 엇갈린 변론

1. 세기의 재판 개시

김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법정은 취재 열기로 가득 찼고, 국민들의 분노가 서린 시선이 달무리 로펌의 변호인단을 향했다.

강민준 검사는 공소 유지를 위해 나섰다. 그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김 회장의 횡령 혐의를 설명했다. "피고인 김 모 씨는 회사 자금 수천억 원을 부하 직원에게 지시하여 역외 페이퍼 컴퍼니로 빼돌렸습니다. 이는 명백한 사적 유용이며, 기업 윤리를 저버린 행위입니다."

그는 결정적인 증거로 회계 팀장의 진술과 함께, 달무리 로펌이 넘긴 대산 건설의 내부 자료 중 일부를 공개했다. "피고인 측은 이 자금이 대산 건설 부실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대산 건설 내부 자료에는 피고인이 이미 수년 전부터 이 자금을 이용해 개인적인 정치 로비를 벌여왔다는 정황이 포착됩니다."

강민준은 서이혜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진짜 목적'을 교묘하게 현재의 횡령 사건에 끼워 넣어 김 회장을 압박했다.

2. 서이혜의 반격

서이혜 변호사가 변호인석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우아하지만 강렬한 존재감으로 법정을 압도했다.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검찰은 피고인이 '탐욕스러운 기업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 하지만, 진실은 다릅니다. 피고인이 역외 계좌를 통해 자금을 운용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목적은 사적인 유용이 아닌, 급변하는 국제 경제 환경 속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비상금' 확보 차원이었습니다."

서이혜는 반격의 카드로 '해외 비상 경영 위기' 관련 전문가의 증언을 신청했다. 그리고 이훈호 변호사에게 지시하여, 해외 유수의 금융 전문가를 법정에 세웠다.

전문가는 증언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 대산 그룹과 같은 대규모 기업들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미승인 자금을 운영하는 것이 암묵적인 관행이었습니다. 이 자금은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었습니다."

서이혜는 강민준이 복수를 위해 제시한 '로비 정황'은 모호한 추측일 뿐,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녀는 김 회장의 혐의를 '범죄'가 아닌 '경영 판단의 오류'로 포장하려 했다.

3. 강민준의 딜레마

강민준은 서이혜의 교묘한 변론에 분노했다. 그는 김 회장의 사악한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서이혜와의 거래 때문에 '15년 전의 원한'이라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쓸 수 없었다. 그는 거래를 지켜야 했기에, 횡령 혐의에만 집중해야 했다.

점심 휴정 시간, 서이혜는 강민준에게 다가갔다.

"강 검사님, 당신의 복수심 때문에 정의로운 검사로서의 능력을 낭비하고 계시는군요. 대산 건설 자료를 통해 당신은 아버지의 한을 풀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제 김 회장의 '죄'는 내가 책임질 테니,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십시오."

강민준은 서이혜의 비웃음 같은 조언에 치를 떨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거래를 통해 '대산 건설'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얻었지만, 그 대가로 '전체 진실'을 폭로할 기회를 잃고 있었다.


제7화: 배후의 그림자

1. 숨겨진 의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서이혜는 강민준의 행동 패턴을 분석했다. 강민준이 대산 건설 자료를 횡령 사건에 활용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정교'했다. 마치 누군가 뒤에서 그에게 법적 전략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서이혜는 이훈호에게 지시했다. "이훈호 변호사, 강민준 검사가 최근 접촉한 외부 인물을 모두 조사해. 특히 법조계나 정치권 인물 중 최근에 복직했거나, 갑자기 영향력이 커진 인물을 찾아봐."

이훈호는 며칠 밤낮으로 자료를 뒤진 끝에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강민준 검사가 최근 몇 달간 '원로 법조인 C'와 주기적으로 접촉했다는 기록이었다. 원로 법조인 C는 과거 김 대표와 대립했던 인물로, 현재는 법조계를 은퇴하고 막후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원로 C... 이 사람이 '보이지 않는 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는 김 회장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자신의 영향력을 심으려 할 겁니다." 이훈호가 보고했다.

서이혜는 확신했다. 강민준은 복수심에 눈이 멀어 원로 C의 정교한 계획에 이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로 C는 강민준에게 대산 건설 자료를 넘겨받을 기회를 만들어 주었고, 강민준은 그 기회에만 집중하느라 뒤에 숨은 거대한 배후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2. 김 대표의 경고

서이혜는 이 사실을 김 대표에게 보고했다. 김 대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로 C라니... 그 친구는 항상 질서를 무너뜨리려 했지. 자네가 거래한 것은 강민준이지만, 사실은 원로 C의 덫에 걸려든 거야. 그는 자네가 대산 건설을 포기하게 만들어, 김 회장의 약점을 더 확실하게 확보하려 한 거지."

김 대표는 서이혜에게 경고했다. "이제부터는 강민준과의 거래를 잊어. 원로 C의 계획을 역이용해야 해. 그는 김 회장을 무너뜨려 정계 거물 B를 총장 자리에 앉히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달무리 로펌까지 집어삼키려 할 것이다."

서이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다음 목표는 김 회장의 무죄 입증이 아니라, 원로 C와 그 배후의 '정계 거물 B'의 관계를 폭로하는 것이 되었다.


제8화: 청문회의 폭풍

1. 거물 B의 등장

김 회장 재판이 한창이던 시점에, '정계 거물 B'에 대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열렸다. 거물 B는 원로 C의 든든한 후원 아래, 차기 검찰총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었다.

서이혜는 이훈호와 함께 청문회 자료를 분석했다. "B는 자신의 경력 중 단 하나의 오점도 없는 완벽한 엘리트로 포장되어 있어. 하지만 과거 김 회장의 비자금 서신에 그의 이름이 언급되었다면, 그의 과거 어딘가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거야."

이훈호는 끈질긴 추적 끝에, 거물 B가 15년 전 대산 그룹의 부동산 매입 소송 당시, 해당 지역 지방법원의 판사로 재직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강민준 검사의 아버지가 파산했던 그 소송이었다.

"선배님, 거물 B는 그 당시 대산 그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주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강민준 검사의 아버지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인물이죠!" 이훈호가 흥분했다.

2. 달무리 로펌의 역공

서이혜는 이 정보를 강민준에게 직접 흘려주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청문회 직전에 김 회장의 변호인단 명의로 익명의 제보를 흘렸다. 제보의 내용은 간단했다.

'거물 B, 15년 전 대산 그룹 소송 당시 판사 재직. 판결 과정 투명성 의문 제기.'

이 제보는 청문회장을 뒤집어 놓았다. 야당 의원들은 즉각적으로 거물 B의 과거 판결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고, 거물 B는 당황하여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강민준 검사 역시 이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의 복수심의 대상이었던 김 회장을 도운 배후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존경했던 법조계의 거물이었다는 사실에, 그는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원로 C는 B를 통해 김 회장을 견제했고, 그 과정에서 강민준의 아버지가 희생되었던 것이다.

3. 강민준의 분노

강민준은 서이혜를 다시 찾아갔다. 이번에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서이혜 변호사! 당신이 나에게 대산 건설 자료를 넘겨준 것은, 내가 '거물 B'를 놓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군! 당신은 나를 복수심에 눈이 먼 사냥개로 만들고, 뒤로는 더 큰 권력을 지키려 했어!"

서이혜는 강민준의 분노를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내가 당신에게 준 것은 '복수의 도구'였을 뿐, 진실을 감춘 것은 아닙니다. 강 검사님. 당신의 아버지의 죽음 뒤에는 김 회장뿐만 아니라, 당신이 검찰총장으로 모시려 했던 '정의로운 거물 B'도 있었습니다."

"당신은 왜 나에게 이 정보를 직접 주지 않았지? 왜 청문회라는 방식으로 나를 흔들어야 했나?"

"당신은 나를 믿지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당신은 '거래' 때문에 15년 전 사건에 개입할 수 없어. 하지만 나는 김 회장의 변호인으로서, 의뢰인을 방어하기 위해 '거물 B'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지만, 당신의 복수심은 달무리 로펌의 방어 전략에 이용당하고 있는 겁니다."

강민준은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서이혜는 악마 같았지만, 그녀의 말은 진실이었다. 그의 분노는 이제 김 회장을 넘어, '거물 B'와 그를 조종하는 '원로 C'를 향하기 시작했다.


제9화: 배신자와의 재회

1. 서이혜의 제안

거물 B의 청문회 논란이 커지자, 강민준은 김 회장 재판에 대한 공소 유지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그의 초점은 이제 '거물 B의 과거 비리'로 완전히 옮겨갔다.

서이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김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한 변론을 마무리하기 위해, 결정적인 증인을 법정에 세우려 했다. 바로 '박 모 회계 팀장'. 김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장본인이자, 강민준이 감형을 약속하고 회유했던 배신자였다.

서이혜는 감옥에 수감된 박 팀장을 찾아갔다. "박 팀장님. 강민준 검사가 당신에게 약속한 감형, 지금 제대로 이행되고 있습니까? 거물 B의 사건 때문에 강민준 검사는 지금 김 회장 사건에 집중할 여력이 없을 겁니다. 당신은 검찰에게 버려졌습니다."

박 팀장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스쳤다. 그는 강민준 검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지만, 검찰이 자신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서이혜는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다. "달무리 로펌은 당신이 김 회장의 횡령에 대해 '사적인 유용이 아닌 회사 유동성 확보 목적'이었다고 다시 증언해 준다면, 당신의 가족을 위한 법적 보호와 막대한 생활 자금을 보장할 것입니다. 당신은 김 회장을 감옥에 보내는 대신, 당신의 가족을 지킬 수 있습니다."

2. 증인의 번복

박 팀장은 결국 서이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법정 증인으로 다시 출석했고, 법정은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박 팀장. 검찰 조사에서 김 회장의 지시가 '사적인 유용'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입니까?" 서이혜가 물었다.

"아닙니다. 제가 검찰 조사 당시 심리적인 압박으로 진술을 잘못했습니다. 김 회장님의 지시는 '회사 경영의 위기를 대비한 비상 자금' 확보 목적이었습니다. 사적인 유용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습니다." 박 팀장은 침착하게 진술을 번복했다.

강민준 검사는 분노에 떨었지만, 이미 박 팀장은 검찰의 손을 떠난 후였다. 그는 서이혜의 잔혹한 심리전과 자본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서이혜는 '거래'를 통해 강민준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고, 그 사이에 결정적인 증인을 매수하여 김 회장의 혐의를 완전히 희석시킨 것이다.

3. 무죄와 유죄 사이

박 팀장의 진술 번복으로 인해, 김 회장의 횡령 혐의는 급격히 약해졌다. 검찰은 김 회장의 '사적인 유용'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대산 그룹의 방어 논리인 '회사 유동성 확보'가 더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결국 재판부는 김 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회장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사실상 '풀려나는' 판결을 받았다. 달무리 로펌은 여론의 비난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김 회장의 '자유'를 쟁취하며 승리했다.

서이혜는 법정을 나오며 강민준을 바라보았다. 강민준은 패배감과 분노, 그리고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배신감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서이혜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이겼지만, 당신은 악마입니다, 서이혜." 강민준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서이혜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법정은 선악을 가리는 곳이 아닙니다, 강 검사님. 당신의 정의는 당신의 복수심 때문에 흐려졌습니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진짜 적, '거물 B'를 심판할 차례입니다."


제10화: 승리의 대가, 새로운 사냥

1. 달무리 로펌의 잔혹한 승리

김 회장 재판의 판결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여론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법조계와 달무리 로펌을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달무리 로펌 내부에서는 승리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김 대표는 서이혜에게 축하를 건넸다. "자네 덕분에 달무리 로펌과 이 나라의 질서가 지켜졌어. 강민준의 복수심과 원로 C의 음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네."

서이혜는 승리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녀는 김 회장이라는 거물 뒤에 숨겨진 '거물 B'와 '원로 C'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김 회장을 구하기 위해 강민준과의 거래를 파기하고 박 팀장을 매수했다는 사실은, 그녀의 양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훈호는 서이혜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님, 저희는 이겼지만, 정말 이게 정의였을까요? 김 회장님은 명백히 죄를 지었고..."

서이혜는 이훈호의 말을 끊었다. "정의는 승자의 논리야, 이훈호. 우리가 졌다면, 김 회장은 물론이고 달무리 로펌까지 무너졌을 거야. 우리는 생존한 거야. 하지만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2. 강민준의 새로운 목표

같은 시각, 강민준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모든 대산 그룹 관련 서류를 치우고, '거물 B'에 대한 수사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김 회장을 놓쳤지만, 서이혜의 잔혹한 승리 덕분에 자신의 진짜 복수 대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강민준은 이제 검사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거물 B'의 과거 판결 비리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는 15년 전 대산 그룹에게 유리했던 판결에 대한 증거를 수집했고, 이 과정에서 과거 거물 B와 김 회장 사이를 연결했던 익명의 '중개인'의 존재를 발견했다.

3. 서이혜의 제안

며칠 후, 서이혜는 강민준에게 다시 한번 만남을 요청했다. 장소는 강민준의 아버지가 즐겨 찾던 오래된 국밥집이었다.

"강 검사님, 당신의 새로운 목표를 알고 있습니다. '거물 B'와 '원로 C'의 배후를 파헤치려는 거죠."

강민준은 냉담하게 말했다. "당신이 나를 또다시 이용하려는 수작이라면 사양하겠습니다."

"이용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에게 '협력'을 제안합니다. 달무리 로펌은 당신에게 김 회장에게서 확보했던 '거물 B와 중개인 간의 모든 접촉 기록'을 넘길 것입니다. 대신, 당신은 이 수사 과정에서 달무리 로펌이나 김 회장에게 불리한 사실이 발견되더라도, 그것을 공소 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당신은 왜 김 회장을 구해놓고, 다시 '거물 B'를 무너뜨리려 합니까?" 강민준이 의문을 제기했다.

서이혜는 차갑게 답했다. "김 대표님은 '질서'를 지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거물 B'는 질서를 흔드는 인물이고, 그를 조종하는 '원로 C'는 달무리 로펌의 오랜 숙적입니다. 당신의 복수심은 이제 달무리 로펌의 생존 전략에 가장 필요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거물 B'를 무너뜨리면, 우리는 원로 C로부터 안전해집니다.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거래입니다."

강민준은 국밥집 창밖의 거리를 응시했다. 그는 악마와의 거래를 또다시 제안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는 그의 복수와 검사로서의 정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처럼 느껴졌다.


제11화: 중개인의 그림자

1. 악마와의 동행

강민준은 결국 서이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달무리 로펌이 제공한 거물 B와 '중개인 X' 사이의 은밀한 접촉 기록 파일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파일에는 15년 전 대산 그룹 소송 당시, 거물 B(당시 판사)가 중개인 X를 통해 김 회장으로부터 은밀한 '대가'를 받았다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서이혜가 준 정보치고는 너무 깨끗하군. 덫이 없을 리가 없어." 강민준은 파일을 의심했지만, 복수를 위한 정보가 너무나 절실했다.

그는 중개인 X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중개인 X는 15년 전 사건 이후 갑자기 은퇴하여 해외로 잠적한 인물이었다. 강민준은 해외 수사 공조를 요청하며 중개인 X의 행적을 쫓았다.

2. 이훈호의 갈등

달무리 로펌에서 이훈호 변호사는 강민준에게 자료를 넘기는 서이혜의 행동에 대해 깊은 의문을 품었다.

"선배님, 강 검사님에게 거물 B의 치명적인 자료를 넘겨주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강 검사님은 결국 저희에게 칼끝을 돌릴 겁니다."

서이혜는 단호했다. "물론 강민준은 우리를 믿지 않아. 하지만 그의 복수심은 어떤 위협보다도 강력한 통제 수단이야. 우리는 그가 '거물 B'에 매달리는 동안, 우리가 놓친 다른 진실을 은폐할 시간을 벌어야 해."

서이혜가 강민준에게 자료를 넘긴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서신을 소각하기 직전, 그녀는 '중개인 X'가 거물 B뿐만 아니라, 달무리 로펌의 김 대표와도 은밀히 접촉했다는 아주 미세한 기록을 발견했었다. 이 기록은 김 회장 사건보다 더 깊은, 달무리 로펌 자체의 부패를 암시했다.

서이혜는 중개인 X를 향해 강민준의 칼끝을 돌림으로써, 중개인 X가 입을 열기 전에 달무리 로펌이 먼저 그를 처리할 시간을 벌려 했던 것이다.

3. 중개인의 귀환

강민준의 끈질긴 추적 끝에, 중개인 X가 국내로 은밀히 귀국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강민준은 즉시 체포 작전을 지시했다. 중개인 X는 거물 B의 과거 비리뿐만 아니라, 15년 전 강민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중개인 X의 귀국 소식은 달무리 로펌에도 전달되었다. 서이혜는 김 대표에게 보고했고, 김 대표는 단 하나의 지시를 내렸다.

"중개인 X가 강민준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그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달무리 로펌의 모든 것을 걸고, 이 작전을 수행해."

법정을 떠난 두 사냥꾼, 서이혜와 강민준은 이제 '중개인 X'라는 하나의 먹잇감을 두고 도시의 어둠 속에서 숨 막히는 추격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제12화: 쫓는 자와 쫓기는 자

1. 중개인 X의 은신처

중개인 X, 본명 박진만은 귀국 직후부터 서울 외곽의 폐쇄된 공장 지대에 숨어 있었다. 그는 강민준 검찰팀의 추격을 따돌리며 서이혜 변호사의 연락을 기다렸다. 박진만은 김 회장과 거물 B의 연결고리였을 뿐만 아니라, 과거 달무리 로펌 김 대표와도 긴밀하게 일했던 '줄타기 전문가'였다.

서이혜는 이훈호에게 달무리 로펌의 모든 사설 정보망을 동원하여 박진만을 추적할 것을 지시했다.

"이훈호 변호사. 강민준 검사보다 우리가 먼저 박진만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우리에게 유리한 진술을 확보해야 해. 특히 15년 전의 사건과 김 대표님과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도록 해야 합니다." 서이혜가 말했다.

"하지만 강 검사님 쪽에서도 특수부 요원들이 총동원되어 추격 중입니다. 저희가 선수를 치기 어렵습니다." 이훈호가 걱정했다.

"선수를 치는 게 아니야. '덫'을 놓는 거지." 서이혜는 박진만의 과거 패턴을 분석했다. 박진만은 위기에 몰릴수록 가장 안전하고 예측 불가능한 장소를 선택하는 습성이 있었다. 그녀는 박진만이 다음으로 숨을 장소가 해외 도피 직전 그의 아내와 딸이 살았던 '오래된 별장'일 것이라 예측했다.

2. 어둠 속의 공조

서이혜는 강민준에게 은밀한 연락을 취했다. "강 검사님. 박진만의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그가 남쪽 항구를 통해 재도피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찰의 수사 인력을 항구 쪽으로 집중하십시오."

강민준은 서이혜의 제보를 의심했지만, 동시에 그것이 '중개인 X'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정보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검찰 인력의 절반을 항구 쪽으로 보냈다.

하지만 서이혜가 예측한 박진만의 진짜 은신처는 정반대 방향인 북쪽의 오래된 별장이었다. 서이혜는 이훈호와 함께, 달무리 로펌이 고용한 베테랑 사설 정보원들을 이끌고 별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강민준을 이용해 박진만을 잡을 기회를 얻고, 검찰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린 것이다.

3. 별장의 불청객

새벽 3시, 별장 주변은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서이혜와 이훈호는 별장 내부로 조용히 침투했다. 예상대로 박진만은 별장 지하의 은밀한 금고 앞에서 과거의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박진만 씨, 달무리 로펌의 서이혜 변호사입니다." 서이혜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박진만은 놀랐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서 변호사님. 저는 달무리 로펌의 김 대표님과도 잘 아는 사이입니다. 저를 구하러 오셨군요."

"김 대표님의 지시로 왔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자료를 넘겨받아야만 합니다. 특히 15년 전 대산 그룹 사건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서이혜는 단호하게 요구했다.

박진만은 피식 웃었다. "김 대표님께서는 저를 구하는 동시에 제 입을 막으려 하시는군요. 물론 자료는 넘겨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료를 받으면 서 변호사님은 김 대표님과 검사 강민준, 그리고 당신 자신 중 누구를 믿어야 할지 깊은 혼란에 빠질 겁니다."

그 순간, 별장 외부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강민준 검사가 서이혜의 속임수를 알아채고 소수의 특수부 요원들과 함께 별장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서이혜 변호사! 거기서 멈추시오! 중개인 박진만은 검찰의 중요 참고인입니다!" 강민준의 목소리가 별장 안에 울려 퍼졌다.


제13화: 밀실의 딜레마

1. 세 남자의 대치

별장 지하의 좁은 방 안에서, 서이혜, 이훈호, 그리고 중개인 박진만은 긴장감 속에 강민준 검사를 맞이했다. 강민준은 권총을 겨눈 요원들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섰다.

"서 변호사! 당신은 지금 증거 인멸을 시도했습니다. 당장 박진만 씨에게서 떨어지시오." 강민준의 눈빛은 살기가 느껴졌다.

서이혜는 흔들리지 않았다. "강 검사님. 박진만 씨는 달무리 로펌의 과거 고객입니다. 저는 의뢰인을 보호할 법적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무력으로 저를 막는다면, 우리는 당신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것입니다."

강민준은 서이혜의 완벽한 논리에 잠시 주춤했다. 그는 박진만을 체포할 명확한 증거는 있었지만, 서이혜를 방해했다는 명분으로 법정 싸움에 휘말릴 위험은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박진만이 강민준에게 몸을 돌렸다. "강 검사님. 저는 협조하겠습니다. 대신 서이혜 변호사님께도 요청드립니다. 제가 가진 자료를 모두 공개할 테니, 제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 주십시오."

박진만은 자신의 가방을 열어 낡은 서류철 하나를 꺼냈다. "이것이 바로 15년 전, 거물 B가 당신의 아버지 사건에서 김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대가로 받았던 은밀한 자금 수수 기록입니다."

2. 달무리 로펌의 치부

강민준은 서류를 낚아채듯 받아들고 내용을 확인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은 흔들렸다. 서류에는 거물 B의 이름뿐만 아니라, 박진만이 '김 대표님께 전달했다'고 명확히 적힌 자금 흐름 기록이 있었다.

강민준은 서이혜를 노려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15년 전 김 회장을 도운 배후에, 당신의 '김 대표'도 깊숙이 연루되어 있었다는 뜻이 아닙니까?"

서이혜 역시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김 대표가 이 사건에 연루되었을 것이라 추측만 했을 뿐, 직접적인 증거는 보지 못했다. 그녀의 내면에서 윤리와 충성심 사이의 갈등이 폭발했다.

"박진만 씨, 이 기록의 진위는...?" 서이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사실입니다. 김 대표님은 당시 대산 그룹 사건의 핵심 자문 변호사였습니다. 김 회장과 거물 B를 연결하고, 이 모든 불법 거래를 설계한 분이 바로 김 대표님입니다." 박진만은 서이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달무리 로펌은 창립부터 이 나라 권력의 어둠과 함께 해왔습니다."

3. 거래의 파기

강민준은 이제 더 이상 서이혜를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서이혜가 자신에게 김 회장의 정보를 넘긴 것이, 사실은 김 대표의 더 큰 죄를 숨기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이혜 변호사. 당신과의 거래는 여기서 끝입니다. 당신의 로펌은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의 로펌이야말로 내 아버지의 죽음의 뿌리였군." 강민준은 박진만을 향해 손짓했다. "박진만 씨, 당신은 지금부터 검찰의 보호를 받습니다. 이훈호 변호사, 서이혜 변호사를 이곳에서 내보내십시오. 협조하지 않을 시,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할 것입니다."

서이혜는 이훈호의 제지를 받으며 별장을 나섰다. 그녀는 패배했지만, 중요한 진실을 손에 넣었다. 그녀는 김 대표를 지키기 위해 검찰과 싸워야 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양심을 위해 김 대표의 과거를 밝혀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제14화: 김 대표의 배신

1. 달무리 로펌의 균열

서이혜는 본사로 돌아오자마자 김 대표에게 박진만이 검찰에 체포되었으며, 김 대표가 15년 전 사건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고했다.

"박진만! 그자가 결국 입을 열었군." 김 대표는 당황했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서이혜. 자네가 왜 박진만을 막지 못했지? 달무리 로펌의 모든 것을 걸고 막으라고 하지 않았나!"

"제가 도착했을 때 강 검사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박진만이 자발적으로 자료를 넘겼습니다. 대표님, 박진만의 진술대로라면 15년 전 사건은 단순한 변론이 아니라, 직접적인 범죄 공모입니다. 달무리 로펌 전체가 위험합니다." 서이혜가 냉정하게 말했다.

김 대표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위험? 달무리 로펌은 지난 수십 년간 이 나라의 법과 질서를 만들어 왔어. 이 정도 그림자는 언제나 있어왔지. 문제는 자네야, 서이혜."

2. 서이혜의 숙청

김 대표는 서이혜를 향해 돌변했다. "자네가 박진만을 막지 못한 것은 명백한 직무 태만이야. 게다가 자네는 강민준 검사와 은밀히 거래했지. 달무리 로펌의 기밀을 외부의 적에게 넘긴 것은 '배신'이야."

김 대표는 서이혜를 특수 대응팀에서 해임하고, 그녀가 맡았던 모든 사건에서 손을 떼도록 지시했다. "자네는 이제 달무리 로펌의 이름으로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어. 당분간 근신하도록."

서이혜는 자신이 김 대표의 과거를 덮으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버려졌음을 깨달았다. 김 대표는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모든 책임을 서이혜에게 전가하려 한 것이다.

"대표님. 저는 달무리 로펌의 승리를 위해 싸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저를 이렇게 버린다면, 저는 저 자신과 진실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서이혜가 단호하게 선언했다.

3. 이훈호의 선택

서이혜가 모든 직위를 박탈당하고 로펌에서 고립되자, 이훈호 변호사는 갈등에 빠졌다. 그는 서이혜를 존경했지만, 달무리 로펌의 힘과 안락함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이훈호를 불러 서이혜의 자리를 제안했다. "이훈호 변호사. 서이혜는 이제 로펌의 배신자야. 자네가 그녀의 자리를 맡아 달무리 로펌의 충성심을 증명하게."

이훈호는 겉으로는 김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는 밤마다 비밀리에 서이혜와 접촉했다.

"선배님. 저는 대표님의 지시를 따르는 척하며 내부 정보를 빼내겠습니다. 대표님은 선배님을 '배신자'로 몰아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 합니다. 제가 내부에서 선배님을 돕겠습니다." 이훈호는 자신의 양심과 서이혜에 대한 신뢰를 선택했다.


제15화: 강민준의 승리

1. 거물 B에 대한 공소장

강민준 검사는 박진만의 결정적인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거물 B'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했다. 15년 전 판결 비리, 즉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로 거물 B에 대한 공소장이 법원에 접수되었다.

뉴스 헤드라인은 '전 검찰총장 후보, 15년 만에 비리 판결로 기소'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쏟아냈다. 이는 강민준 검사 개인에게는 15년 동안 쌓아온 복수의 결실이자, 검찰 특수부의 큰 승리였다.

강민준은 거물 B를 기소한 후, 다음 목표를 설정했다. 바로 '원로 C'. 원로 C는 거물 B를 배후에서 조종하여 김 회장을 무너뜨리려 했던 장본인이었다. 그리고 박진만은 원로 C와 김 대표 사이의 연결고리까지 알고 있었다.

강민준은 박진만을 다시 심문했다. "박진만 씨. 원로 C와 달무리 로펌 김 대표 사이의 관계를 말하십시오. 그들이 서로 싸우는 척하며 뒤로는 무엇을 거래했습니까?"

박진만은 잠시 침묵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두 분은 겉으로는 정적이었지만, 사실은 '서로의 약점을 보존해 주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 대표님은 원로 C의 정치 자금 세탁을 도왔고, 원로 C는 김 대표님의 과거 비리를 덮어주었습니다. 15년 전, 강 검사님의 아버지 사건 역시 두 분의 '암묵적인 거래' 속에서 처리된 것입니다."

2. 고립된 서이혜

달무리 로펌에서 쫓겨난 서이혜는 자신의 오피스텔에 갇힌 채, 이훈호가 비밀리에 넘겨주는 로펌 자료를 분석했다. 그녀는 박진만의 진술을 통해 김 대표의 배신과 로펌의 뿌리 깊은 부패를 재확인했다.

'나는 평생 악마를 위해 일했군.' 서이혜는 자괴감에 빠졌다. 그녀는 김 대표의 비밀을 폭로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될 터였다.

그녀는 강민준에게 비밀리에 연락했다. "강 검사님. 당신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하지만 '원로 C'를 잡으려면 당신은 '김 대표'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들의 동맹은 상상 이상으로 단단합니다. 김 대표는 원로 C가 가진 모든 약점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왜 당신의 보스를 팔려 합니까?" 강민준이 물었다.

"나는 더 이상 그들의 충직한 사냥개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저지른 죄를 갚고, 내 양심을 회복하려 합니다. 강 검사님, 저는 당신에게 '내부 고발자'가 될 것을 제안합니다. 달무리 로펌 내부의 모든 기밀을 넘기겠습니다."

3. 강민준의 도박

강민준은 서이혜의 제안에 깊이 고민했다. 서이혜는 배신자였지만, 그녀가 가진 정보는 원로 C를 무너뜨릴 유일한 열쇠였다. 그는 결국 복수와 정의를 위해 서이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좋습니다. 서 변호사. 당신을 믿을 수 없지만, 당신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당신이 나에게 주는 정보가 조금이라도 조작되었다면, 나는 김 대표뿐만 아니라 당신까지 법정에 세울 겁니다."

서이혜는 강민준과의 새로운, 그리고 가장 위험한 공조를 시작했다. 그녀는 이훈호를 통해 김 대표의 모든 기밀 자료를 빼내 강민준에게 넘기기 시작했다. 달무리 로펌의 심장부에서 '배신자' 서이혜의 그림자가 강민준의 복수극을 조종하고 있었다.


제16화: 달무리 로펌의 심장부

1. 배신자의 정보

이훈호는 김 대표의 비서실에서 일하며, 서이혜에게 김 대표의 모든 일정, 통화 기록, 비밀 문서들을 암호화하여 전달했다. 이훈호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며 자신의 행위가 발각될까 두려워했지만, 서이혜의 정의를 향한 의지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

서이혜는 이훈호가 넘겨준 자료를 분석하며 '원로 C'의 거대한 정치 자금 세탁 네트워크의 실체를 파악했다. 원로 C는 수십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정치 자금을 모았고, 이 자금 세탁의 법률 자문을 달무리 로펌 김 대표가 맡아왔다.

"원로 C는 김 대표가 이 거래의 증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김 대표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 거야. 이것이 바로 두 사람의 '공범 계약'의 실체였어." 서이혜가 진실을 깨달았다.

2. 원로 C의 움직임

원로 C는 거물 B가 기소되자,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는 배후에서 김 대표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 박진만이 입을 열었네. 자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시간문제야. 자네가 살고 싶다면, 달무리 로펌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박진만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음을 입증해야 해." 원로 C는 김 대표에게 협박을 가했다.

김 대표는 서이혜를 희생양으로 내세웠다. 그는 언론에 '서이혜 변호사의 독단적인 행동이 이번 사건을 키웠다'고 발표하며, 서이혜를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몰아갔다.

3. 강민준의 질문

강민준은 서이혜가 넘겨준 자료를 통해 원로 C의 네트워크를 완벽하게 파악했지만, 여전히 서이혜를 의심했다.

"서 변호사. 당신이 나에게 주는 이 모든 정보가 당신의 로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당신은 왜 스스로 파멸을 자초합니까?"

서이혜는 차가운 눈빛으로 답했다. "강 검사님. 저는 김 회장 재판에서 이겼지만, 그 승리는 거짓 위에 세워진 탑이었습니다. 저는 그 탑에서 내려오고 싶을 뿐입니다. 당신이 '원로 C'를 심판하면, 당신은 복수를 이루는 동시에, 내가 저지른 모든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겁니다."

강민준은 서이혜가 단순히 복수를 돕는 것을 넘어, '자살 특공대'처럼 움직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속죄'였다.


제17화: 내부 고발자의 위험

1. 김 대표의 역습

서이혜의 내부 고발 활동은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었다. 김 대표는 이훈호가 서이혜와 접촉하고 있다는 미세한 증거를 포착했다. 그는 이훈호를 추궁하지 않고, 역으로 이훈호를 이용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훈호에게 극비 자료라며 '달무리 로펌의 고객 명단'을 건네주었다. 명단에는 원로 C뿐만 아니라, 현재 정부 요직에 있는 거물들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훈호 변호사. 이 명단은 달무리 로펌의 생명줄이야. 자네가 이것을 지켜야 해."

이훈호는 이 명단을 서이혜에게 넘겼다. 서이혜는 명단을 보고 경악했다. 명단이 공개되면 이 나라의 권력 구조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었다. 그녀는 이 정보를 강민준에게 넘겨야 할지, 아니면 이 나라의 '질서'를 위해 숨겨야 할지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2. 이훈호의 정체 발각

김 대표는 이훈호가 명단을 서이혜에게 넘겼다는 확신을 얻자, 이훈호를 불렀다.

"이훈호 변호사. 자네는 서이혜의 지시에 따라 로펌의 기밀을 외부로 유출했어. 자네는 달무리 로펌의 '배신자'야." 김 대표는 이훈호의 목숨을 위협하는 듯한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이훈호는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대표님, 저는 죄송합니다. 하지만 서이혜 선배님은 저에게 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달무리 로펌은 너무 많은 어둠을 숨기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훈호를 해고하는 대신, 더 잔인한 명령을 내렸다. "자네를 해고하지 않겠어. 대신, 서이혜 변호사를 만나서 '달무리 로펌의 명단을 검찰에 넘기지 말라'고 전해. 만약 그 명단이 공개되는 순간, 자네의 가족은 물론, 서이혜의 모든 주변인이 위험에 처할 거야. 자네가 진정 서이혜를 돕고 싶다면, 명단을 지켜야 해."

3. 서이혜의 선택

이훈호는 김 대표의 협박을 서이혜에게 전달했다. 서이혜는 자신이 얻은 '정의의 무기'가 동시에 무고한 사람들을 해칠 '파멸의 폭탄'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김 대표의 협박이 사실이라면, 이 명단은 원로 C를 잡는 것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어. 이훈호, 우리는 이 명단을 당분간 강 검사에게 넘길 수 없어." 서이혜가 고심 끝에 결정했다.

이 결정은 강민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그는 원로 C를 잡을 결정적인 단서가 눈앞에 있었지만, 서이혜가 갑자기 침묵했기 때문이었다. 강민준은 서이혜를 다시 한번 '자신의 이익을 쫓는 배신자'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제18화: 중개인의 증언대

1. 거물 B 재판의 핵심 증인

강민준 검사가 기소한 '거물 B'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되었다. 강민준은 15년 전 아버지의 복수와 정의 실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안고 증인대에 '중개인 X, 박진만'을 세웠다.

박진만은 법정에서 15년 전 거물 B와 김 회장 사이의 불법적인 자금 거래를 상세하게 증언했다. 그는 거물 B가 김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았음을 입증했다.

강민준은 박진만에게 물었다. "증인은 이 모든 거래를 달무리 로펌의 김 대표와 상의했습니까?"

박진만은 잠시 서이혜를 의식하는 듯했지만, 곧 단호하게 답했다. "네. 김 대표는 이 모든 거래의 법률 자문을 제공했습니다. 그는 거래의 합법성을 가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증언은 달무리 로펌 전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폭탄과 같았다.

2. 서이혜의 마지막 카드

서이혜는 방청석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김 대표가 이 모든 것을 서이혜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려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카드를 준비했다.

재판이 끝난 후, 서이혜는 강민준에게 '익명의 제보'를 보냈다. 제보의 내용은 '원로 C가 박진만에게 김 대표를 향한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증거'였다.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강민준이 서이혜에게 물었다.

"강 검사님. 김 대표가 박진만의 진술에 연루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원로 C는 지금 이 상황을 이용해 박진만을 협박하여 김 대표에게 필요 이상의 죄를 덮어씌우려 합니다. 원로 C의 최종 목표는 김 대표를 무너뜨려 달무리 로펌 전체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서이혜는 자신이 김 대표의 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그녀는 단지 '정적의 음모'를 막기 위해 진실을 재단하려 했다. 강민준은 서이혜가 넘긴 '원로 C의 협박 증거'가 조작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3. 검찰의 내부 분열

강민준은 서이혜가 넘긴 자료를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강민준의 상급자는 원로 C와 가까운 인물이었다. 상급자는 강민준에게 '원로 C에 대한 수사는 중단하고, 달무리 로펌 김 대표와 서이혜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라'고 명령했다.

강민준은 충격에 빠졌다. 그의 복수와 정의는 또다시 권력의 암투 속에서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자신이 '원로 C'의 음모를 파헤치는 대신, 오히려 '원로 C'에게 이용당해 달무리 로펌 내부의 정적을 제거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강민준은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원로 C에 대한 비밀 수사를 강행하기로 결심했다. 이로써 강민준은 검찰 내부의 모든 지원을 잃고, 홀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제19화: 원로 C의 반격

1. 달무리 로펌에 대한 윤리 조사

원로 C는 강민준이 거물 B를 기소하고 김 대표를 위협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았다. 그는 법조계 윤리 위원회를 움직여 달무리 로펌에 대한 대대적인 '윤리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의 명분은 '달무리 로펌이 고객의 불법 행위를 방조하고 은폐했다'는 것이었다. 원로 C는 언론을 통해 달무리 로펌을 '법 위에 군림하는 악마의 소굴'로 몰아갔고, 여론은 분노했다.

김 대표는 위기에 처하자 서이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데 더욱 집중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이혜 변호사의 독단적인 변론 방식과 비윤리적인 거래가 로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2. 이훈호의 위험한 활동

이훈호는 서이혜를 돕기 위해 윤리 조사팀의 내부 정보를 서이혜에게 몰래 넘겼다. 조사팀은 서이혜가 김 회장 재판 과정에서 박 팀장을 회유하고, 강민준과 은밀히 거래한 증거를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있었다.

"선배님. 윤리 조사팀의 칼끝이 선배님에게만 향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모든 것을 선배님 책임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선배님은 변호사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습니다." 이훈호가 서이혜에게 경고했다.

서이혜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김 대표의 목표는 나를 변호사 자격 정지로 묶어 두는 거야. 내가 법정에서 증언하거나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지만 내가 법정에 설 수 없다면, '법정 밖의 전쟁'을 시작하면 돼."

3. 언론을 이용한 역공

서이혜는 이훈호에게 달무리 로펌의 '핵심 기밀'인 '원로 C의 정치 자금 세탁 증거' 중 일부를 언론에 흘릴 것을 지시했다. 물론 이 증거에는 달무리 로펌의 이름은 최대한 가렸다.

[긴급 폭로: 거물 B 배후, 원로 C의 수백억대 불법 정치 자금 세탁 정황 포착]

이 폭로는 윤리 조사팀의 시선을 달무리 로펌에서 '원로 C'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원로 C는 자신이 언론의 표적이 되자, 윤리 조사팀을 통해 달무리 로펌을 공격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로써 서이혜는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벌었지만, 그녀는 김 대표와 원로 C라는 두 거대한 권력에 동시에 맞서 싸워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제20화: 원로 C의 딜레마

1. 달무리 로펌과 원로 C의 교착 상태

원로 C에 대한 언론의 공격이 거세지자, 원로 C는 김 대표에게 '휴전'을 제안했다.

"김 대표. 우리의 싸움은 이 나라의 질서를 무너뜨릴 뿐이야. 이제 이 싸움을 멈추고, 서이혜와 강민준이라는 '배신자들'만 공동으로 처리하자." 원로 C는 김 대표를 설득했다.

김 대표는 원로 C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서이혜를 변호사 자격 박탈로 몰아세우고, 강민준을 검찰 내부에서 완전히 고립시켜 무력화시키는 데 합의했다.

2. 서이혜, 법정 밖의 변론

서이혜는 변호사 자격 박탈 위기에 놓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변호사로서의 지위 대신, '내부 고발자'와 '피해자'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취했다.

서이혜는 자신의 스캔들을 취재하는 언론사 기자에게 김 대표와 원로 C의 공모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녹취 파일 일부를 넘겼다. 이 녹취 파일은 김 대표가 이훈호에게 서이혜를 배신자로 몰도록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충격 단독: 달무리 로펌 대표, 부하 변호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윤리 조사 무마 시도]

이 폭로로 인해 김 대표는 윤리 조사에서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그는 서이혜를 희생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배신자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었다.

3. 강민준의 증인 확보

한편, 강민준 검사는 상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원로 C에 대한 비밀 수사를 계속했다. 그는 원로 C의 정치 자금 세탁 네트워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원로 C의 핵심 비서였던 인물을 증인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비서는 원로 C가 거물 B를 조종하여 김 회장 사건을 처리하도록 지시했으며, 그 대가로 달무리 로펌 김 대표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강민준에게 진술했다.

강민준은 이제 '원로 C를 기소할 명백한 증거'를 손에 넣었지만, 검찰 내부의 압력으로 인해 공소장을 접수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제21화: 폭풍 전야, 고독한 싸움

1. 최후의 카드

서이혜는 변호사 자격 박탈 청문회를 앞두고 있었다. 그녀는 청문회에서 자신이 저지른 모든 죄를 인정하고, 대신 김 대표와 원로 C의 범죄를 모두 폭로하기로 결심했다.

서이혜는 이훈호에게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이훈호 변호사. 내가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폭로하는 순간, 김 대표는 즉시 달무리 로펌의 모든 기밀 서버를 파괴할 거야. 서버 파괴 직전에, '달무리 로펌의 고객 명단'과 '원로 C의 모든 세탁 자료'를 백업해 강민준 검사에게 전달해 줘.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기회야."

이훈호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서이혜의 마지막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다.

2. 강민준의 결단

강민준은 상부의 압력과 서이혜가 넘겨준 '폭탄' 같은 자료 사이에서 깊은 고뇌에 빠졌다. 그는 상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검사 경력이 끝날 위기에 처했지만, 원로 C를 심판하지 않으면 자신의 복수와 정의 모두 실패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민준은 결국 상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원로 C를 '공직자 비리' 혐의로 긴급 체포할 것을 계획했다.

그는 서이혜에게 마지막 연락을 했다. "서 변호사. 당신의 청문회 날, 나는 원로 C를 체포할 겁니다. 당신은 그곳에서 당신의 변론을 하십시오. 우리는 각자의 전장에서 싸웁시다."

3. 운명의 청문회 D-day

서이혜의 변호사 자격 박탈 청문회가 열렸다. 법조계의 거물들이 모두 참석했고, 언론의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청문회가 시작되는 동시에, 강민준 검사의 특수 수사팀은 원로 C의 집무실을 전격적으로 덮쳤다. 도시의 어둠 속에서, 서이혜의 '속죄'와 강민준의 '복수'라는 두 개의 거대한 움직임이 동시에 시작된 것이다.

제22화: 심판대에 선 배신자

1. 청문회의 폭탄 선언

서이혜 변호사의 자격 박탈 청문회장. 법조계의 원로들과 윤리위원들이 냉엄한 표정으로 서이혜를 응시했다. 김 대표는 뒤쪽에 앉아 서이혜가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이혜는 변호사로서의 마지막 변론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죄를 숨김없이 고백했다.

"저는 대산 그룹 김 회장의 재판에서 승리했습니다. 저는 이 승리를 위해 증인을 회유하고, 검사와 은밀히 거래했으며, 진실을 은폐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청문회장이 술렁였다. 하지만 서이혜의 폭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가 저지른 죄는 달무리 로펌 김 대표와, 원로 C로 불리는 특정 법조계 인사의 공모 관계 속에서 설계된 결과입니다. 김 대표는 저를 희생양으로 삼아 로펌의 뿌리 깊은 부패를 덮으려 했습니다. 15년 전 강민준 검사의 아버지 사건부터, 달무리 로펌은 이 나라 권력의 어둠을 대변해 왔습니다."

서이혜는 김 대표와 원로 C가 정치 자금 세탁과 사건 조작을 통해 서로의 약점을 보호하는 '공범 계약'을 맺었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폭로했다. 그녀의 진술은 법조계 전체를 향한 선전포고였다.

2. 원로 C 체포 작전의 실패

같은 시각, 강민준 검사는 서울 모처에 위치한 원로 C의 은밀한 집무실을 특수 수사팀과 함께 급습했다. 강민준은 원로 C의 핵심 비서 증언을 바탕으로 체포 영장을 집행하려 했다.

하지만 집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원로 C는 이미 몇 시간 전 모든 중요 서류를 파기하고 도피한 상태였다. 집무실에는 강민준을 조롱하는 듯한,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만이 남아 있었다.

수사팀은 원로 C의 도피 경로를 추적했지만, 이미 그의 측근들이 완벽하게 도피를 도운 뒤였다. 강민준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자신이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무리하게 움직였음을 원로 C가 예측하고 역이용한 것이다.

3. 김 대표의 마지막 방어

서이혜의 폭로에 김 대표는 당황했지만, 노련하게 대처했다. 그는 즉시 청문회장에서 일어나 서이혜의 진술을 반박했다.

"서이혜는 지금 자신의 자격 박탈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진술은 모두 증거가 없는 억측이며,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것입니다. 우리 로펌은 서이혜의 모든 비윤리적인 행위를 조사하고 보고했습니다. 서이혜는 달무리 로펌의 '배신자'일 뿐입니다!"

윤리위원회는 서이혜의 폭로의 충격적인 내용에는 동의했지만, 서이혜의 진술 외에 직접적인 물증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최종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서이혜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23화: 마지막 백업

1. 청문회 종료와 파문

서이혜의 폭로 직후, 청문회는 중단되었고 법조계는 거대한 혼란에 빠졌다. 김 대표는 즉시 달무리 로펌으로 돌아가 전산팀에 모든 서버의 파기와 서이혜 관련 자료의 영구 삭제를 지시했다.

"단 1분도 지체하지 마! 서이혜가 검찰에 자료를 넘기기 전에 모든 것을 없애!" 김 대표가 광분하며 명령했다.

하지만 이훈호는 이미 행동을 시작했다. 그는 김 대표의 비서실에서 김 대표의 서버 접근 암호를 이용해 달무리 로펌의 모든 비밀 자료를 외장 하드에 복제하고 있었다. 그가 복사하는 파일은 '달무리 고객 명단', '원로 C 자금 세탁 기록', '15년 전 김 대표의 개입 증거' 등이었다.

2. 이훈호의 탈출

이훈호가 마지막 파일의 복사를 완료했을 때, 전산실 경보가 울렸다. 김 대표가 직접 전산실로 향하고 있다는 무전이 들렸다.

이훈호는 외장 하드를 자신의 코트 깊숙한 곳에 숨긴 채, 비상 계단을 통해 로펌을 빠져나왔다. 그는 곧바로 강민준 검사에게 연락했다.

"강 검사님!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가 곧 서버를 파괴할 겁니다. 저는 지금... 검찰청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훈호는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했다.

3. 검은 자료의 전달

이훈호가 검찰청 별관 앞에서 강민준을 만났을 때, 그의 모습은 땀과 두려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강 검사님... 이 안에 달무리 로펌의 모든 것이 있습니다. 김 대표님과 원로 C의 모든 범죄가..." 이훈호는 외장 하드를 강민준에게 건네주며 숨을 몰아쉬었다.

강민준은 외장 하드를 받아 들고 굳은 표정으로 이훈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맙네, 이 변호사. 이제 자네는 검찰의 증인으로서 보호를 받게 될 걸세."

자료가 전달된 직후, 달무리 로펌의 메인 서버는 김 대표의 명령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김 대표는 증거가 완전히 인멸되었다고 믿었지만, 이미 이 나라의 권력 지도를 바꿀 폭탄이 강민준의 손에 넘어간 뒤였다.


제24화: 변호사 자격 박탈

1. 서이혜의 운명

청문회위원회는 서이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렸다. 비록 그녀가 폭로한 내용의 진위 여부는 계속 조사해야 했지만, 그녀가 '증인 회유'와 '검사와의 은밀한 거래'를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은 즉각 박탈되었다.

[속보: 서이혜 전 변호사, 자격 박탈. 달무리 로펌은 책임론 확산]

서이혜는 오피스텔에서 뉴스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적어도 김 대표와 원로 C의 가면을 벗기고 이 나라 권력의 진실을 강민준에게 전달하는 임무는 완수했다.

그녀의 방에 이훈호가 찾아왔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제가 막지 못했습니다."

"아니, 이훈호. 자네가 성공했어. 자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을 거야. 이제 자네는 달무리 로펌의 '정의로운 배신자'로서, 강민준 검사를 도와 진실을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해." 서이혜는 자격을 잃은 대신, 자신의 신념을 되찾았다.

2. 강민준, 권력의 핵을 쥐다

강민준 검사는 이훈호가 넘겨준 외장 하드에 담긴 자료를 분석했다. '달무리 고객 명단'에는 현직 장관, 국회의원, 대법관 등 이 나라를 움직이는 모든 거물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건 단순한 비리 기록이 아니야. 이 나라 권력 구조의 '설계도'군." 강민준은 충격을 받았다. 달무리 로펌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 나라 권력층의 '죄를 관리하는 기관'이었던 것이다.

특히 '원로 C 자금 세탁 기록'은 원로 C를 즉시 체포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이었다. 강민준은 이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두 거물을 동시에 심판할 수 있는 칼을 손에 쥐게 되었다.

3. 김 대표의 역공 준비

달무리 로펌의 김 대표는 서버가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자료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그는 즉시 원로 C에게 연락했다.

"원로 C! 이훈호가 서이혜의 지시를 받고 모든 기밀 자료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우리의 모든 것이 노출되었습니다!"

원로 C는 당황하지 않았다. "김 대표. 우리가 쥐고 있는 마지막 카드가 있지 않은가. 바로 '강민준의 치명적인 약점'과 그가 받은 '배신자의 자료'가 위법하게 수집되었다는 점이야. 이제 우리가 공세로 전환할 차례네."

두 거물은 마지막 공모를 시작했다. 그들은 강민준이 가진 자료의 합법성을 공격하고, 강민준을 직권남용과 윤리 위반으로 엮어 검사 자리에서 끌어내려 할 계획이었다.


제25화: 벼랑 끝의 검사

1. 강민준에 대한 조사 개시

강민준 검사의 상급 부서는 김 대표와 원로 C의 압력으로 강민준에 대한 긴급 감찰을 시작했다.

감찰의 명분은 '강민준 검사가 서이혜라는 배신자와 은밀히 공조했으며, 위법하게 취득된 정보를 이용해 원로 C와 거물 B를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것이었다.

강민준은 검찰 내부의 모든 지원을 잃고 고립되었다. 그는 압수된 외장 하드의 내용에 손댈 수 없었으며, 수사는 중단되었다.

"강 검사, 당신은 지금 위법한 방법으로 얻은 자료를 가지고 권력자들을 공격하려 했습니다. 당신은 검사로서의 윤리를 저버렸습니다. 모든 수사를 중단하고 감찰에 응하십시오." 감찰팀장이 강민준에게 명령했다.

2. 서이혜, 그림자 조언자

강민준은 서이혜에게 연락하여 상황을 알렸다.

"서 변호사(이제 서이혜 씨). 당신의 자료가 위법하게 취득되었다는 이유로 수사가 중단되었습니다. 그들은 내가 당신과 공모했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서이혜는 냉철하게 조언했다. "강 검사님. 김 대표와 원로 C는 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료의 '내용'이 아닌, 자료를 얻은 '절차'의 위법성을 공격할 겁니다. 당신은 그들의 허점을 역이용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이 가진 자료 중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부분을 먼저 공개해야 합니다. 달무리 고객 명단은 잠시 잊으십시오. 원로 C의 정치 자금 세탁 기록이 '공익 제보'를 통해 들어왔다는 명분을 만드십시오. 그리고 이훈호 변호사를 공식적인 '내부 고발자'로 보호해야 합니다." 서이혜는 이제 법정 밖에 선 '그림자 변호사'가 되어 강민준을 지휘했다.

3. 검찰의 반격 선언

강민준은 서이혜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훈호를 공식적인 '내부 고발자'로 지정하고 검찰의 보호 아래 두었다. 그리고 이훈호의 진술을 근거로 '원로 C의 불법 정치 자금 세탁'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청원을 언론에 흘렸다.

[속보: 강민준 검사, 내부 고발자 보호 요청 및 '원로 C 비리' 특검 요구]

이 움직임은 김 대표와 원로 C의 예상 밖이었다. 그들은 강민준이 감찰에 무너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강민준은 오히려 언론을 통해 공익의 이름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강민준은 벼랑 끝에 섰지만, 그의 손에는 이 나라 권력 전체를 뒤흔들 증거와, 변호사 자격을 잃은 냉철한 전략가 서이혜가 있었다.


제26화: 법률 전쟁의 서막

1. 원로 C의 맞대응

강민준의 특검 요구 청원이 국민적 공분을 사자, 원로 C는 궁지에 몰렸다. 그는 김 대표와 함께 강민준에 대한 법적 압박 수위를 최고로 높였다.

원로 C는 '이훈호 변호사를 납치했다'는 허위 주장을 퍼뜨리고, 강민준을 '납치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동시에 김 대표는 달무리 로펌을 대표하여 이훈호가 유출한 '모든 정보'의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강민준 검사는 범죄자와 손잡고 우리 로펌의 정당한 영업 비밀을 침해했습니다. 법원은 위법하게 취득된 증거를 즉시 봉인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법정에서 달무리 로펌을 완벽한 '피해자'로 포장했다.

2. 서이혜, 법의 장벽을 넘다

이훈호의 자료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은 강민준에게 치명적이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강민준은 원로 C를 기소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서이혜는 자격이 없었지만, 강민준을 위해 가처분 신청에 대한 반박 논리를 세웠다. 그녀는 강민준에게 지시했다. "김 대표는 '영업 비밀'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익 제보'임을 주장해야 합니다. 15년 전 강 검사님의 아버지 사건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조직적인 범죄 행위는 '영업 비밀'로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서이혜는 강민준에게 가처분 심리에 제출할 '반박 의견서'를 작성하도록 도왔다. 그녀는 법률 용어 하나하나를 검토하며, 변호사 자격이 없더라도 그녀의 지식이 법정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

3. 재판부의 딜레마

가처분 심리가 열렸다. 김 대표 측은 달무리 로펌의 '영업 비밀'을 강조했고, 강민준 측은 '공익 제보의 가치'를 강조했다.

재판부는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달무리 로펌의 자료가 위법하게 취득된 것은 맞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국가적 비리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재판부는 '일부 자료에 대해서는 사용을 제한하되, 원로 C의 정치 자금 세탁 등 공익성이 명확한 증거에 대해서는 사용을 허가한다'는 절충적인 결정을 내렸다. 강민준은 제한적이지만, 원로 C를 공격할 무기를 손에 넣었다.


제27화: 그림자 변론

1. 검찰총장의 압박

강민준은 제한적으로 증거 사용 허가를 받았지만, 검찰 내부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새로 임명된 검찰총장 (거물 B가 사퇴한 후 원로 C가 심어둔 인물)은 강민준에게 원로 C에 대한 수사를 즉시 중단하라고 공식 명령했다.

"강 검사. 당신의 무리한 수사는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원로 C에 대한 수사를 계속한다면, 나는 당신을 해임할 수밖에 없습니다." 총장은 강민준을 협박했다.

강민준은 총장의 명령을 거부하고, 원로 C를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강민준은 '검사 대 검찰 조직'이라는 고독한 싸움을 선포했다.

2. 서이혜의 위험한 만남

강민준의 기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서이혜는 김 대표의 비밀을 더 파헤치기 위해 과거 김 대표와 함께 일했던 '퇴직한 비서'를 은밀히 만났다.

만남의 장소는 인적이 드문 폐쇄된 카페. 서이혜는 비서에게 김 대표의 과거 비리를 폭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15년 전부터 원로 C와 공모했습니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서이혜가 간절하게 물었다.

비서는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저었다. "서이혜 변호사님. 김 대표님은 제가 아는 한 가장 치밀하고 잔혹한 사람입니다. 그에게 맞서면 당신도, 당신을 돕는 강 검사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비서는 마지막 순간, 김 대표가 20년 전부터 모든 은밀한 거래 내역을 '디지털 방식이 아닌, 수기로 작성된 별도의 장부'에 기록해 왔다는 결정적인 정보를 흘렸다.

3. 수기 장부의 그림자

서이혜는 비서가 흘린 '수기 장부'의 존재를 강민준에게 알렸다.

"강 검사님. 우리가 가진 달무리 로펌의 디지털 자료는 김 대표의 '공식적인' 기록일 뿐입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가장 치명적인 비밀을 20년 동안 수기로 기록해 왔습니다. 그 장부를 확보해야만 김 대표와 원로 C의 완벽한 공모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강민준은 다시 한번 김 대표의 집무실을 수색할 수 있는 영장을 신청하려 했지만, 이미 검찰은 강민준의 모든 영장 신청을 거부하고 있었다. 서이혜와 강민준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수기 장부'라는 미지의 증거를 찾아야 하는 새로운 임무에 직면했다.


제28화: 김 대표의 아지트

1. 장부를 찾아서

서이혜는 김 대표의 '수기 장부'가 숨겨져 있을 만한 장소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김 대표의 과거 일정을 분석하고, 그가 사적으로 자주 방문했던 장소들을 지도에 표시했다.

"김 대표는 완벽주의자입니다.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 하지만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장부를 숨겼을 겁니다." 서이혜가 추론했다.

이훈호는 내부에서 김 대표의 재산 목록과 개인적으로 소유한 부동산 정보를 빼내 서이혜에게 넘겼다. 이훈호가 넘긴 자료 중에는 '20년 전부터 김 대표의 명의로 되어 있는, 등기부상 아무 특징 없는 허름한 창고 건물'이 있었다.

2. 이훈호의 위험한 침투

서이혜는 이훈호에게 창고 건물에 침투하여 수기 장부를 찾을 것을 지시했다. 이훈호는 망설였지만, 서이혜를 믿고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밤이 깊었을 때, 이훈호는 창고 건물에 몰래 잠입했다. 창고 내부는 겉모습과 달리 철저하게 방음 처리되어 있었고, 내부에는 최고급 와인 저장고와 함께 작은 서재가 마련되어 있었다. 서재의 한쪽 벽에는 비밀 금고가 숨겨져 있었다.

이훈호는 금고를 열기 위한 암호를 추측해야 했다. "김 대표의 가장 중요한 비밀... 가장 기억할 만한 숫자..." 이훈호는 김 대표가 달무리 로펌을 설립한 날짜, 김 대표의 생일 등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3. 암호의 비밀

서이혜는 이훈호에게 전화로 조언했다. "김 대표의 비밀은 언제나 '권력'과 '과거의 죄'와 연결되어 있어. 가장 치명적인 과거, 바로 강 검사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해의 사건을 상징하는 숫자일 거야."

이훈호는 15년 전 사건이 일어난 날짜를 입력했다. '땡!' 금고가 열렸다.

금고 안에는 낡은 가죽 장부 세 권이 들어 있었다. 바로 김 대표의 '수기 장부'였다. 장부에는 김 회장, 거물 B, 그리고 원로 C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움직이는 수많은 거물들의 이름과 그들에게 제공된 '법률 자문료'라는 명목의 은밀한 자금 내역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훈호는 장부를 들고 창고를 빠져나오려 했지만, 창고 입구에서 김 대표의 사설 경호원들과 마주쳤다. 김 대표는 이훈호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함정을 판 것이다.


제29화: 사냥개의 탈출

1. 이훈호의 사투

이훈호는 경호원들과의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그는 필사적으로 장부를 지키려 했지만, 전문 경호원들에게 속수무책이었다. 경호원들은 이훈호를 제압하고 장부를 빼앗으려 했다.

바로 그때, 창고 밖에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서이혜가 사전에 '신원 미상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허위 신고를 경찰에 한 것이다. 경호원들은 경찰이 출동하자 당황했고, 이훈호는 그 틈을 타 장부를 들고 가까스로 창고를 탈출했다.

이훈호는 장부를 강민준에게 전달하는 것에 성공했다. 강민준은 수기 장부를 받아보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이 장부... 김 대표는 이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었군. 이 안에는 내 아버지의 사건에 대한 김 대표와 원로 C의 모든 공모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강민준은 흥분하여 말했다.

2. 강민준, 김 대표를 향해 칼을 겨누다

수기 장부는 강민준의 손발을 묶었던 모든 법적 제약을 풀어주었다. 장부는 위법하게 취득된 디지털 자료와 달리 '물증'으로서의 가치가 높았다. 장부의 존재는 원로 C와 김 대표가 수십 년간 이 나라 권력을 조종해 온 '비밀 동맹'의 실체를 명확히 드러냈다.

강민준은 더 이상 검찰 내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았다. 그는 수기 장부를 근거로 김 대표를 '범죄단체 조직 및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긴급 체포하기 위한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강민준의 움직임을 막으려 했지만, 장부의 파괴력 앞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법원은 장부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김 대표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3. 김 대표의 도피

김 대표는 자신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무리 로펌을 빠져나갔다. 그는 자신의 가장 치명적인 비밀이 적힌 '수기 장부'가 이훈호에 의해 탈취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서이혜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모든 해외 비자금을 동원하여 도피를 시작했다. 이 나라 법조계의 산 역사이자 거대한 권력의 그림자였던 김 대표는 하루아침에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서이혜는 뉴스를 보며 회한에 젖었다. "승리했지만, 내 손으로 내 스승을 무너뜨렸군."


제30화: 사법 정의의 회귀

1. 원로 C의 몰락

김 대표의 도피는 원로 C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원로 C는 김 대표와의 모든 연결고리가 수기 장부를 통해 드러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강민준은 수기 장부와 박진만, 이훈호의 증언을 종합하여 원로 C를 체포하고 기소했다. 원로 C는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증거가 너무나 명확했다.

[특보: 법조계 거물 원로 C, 결국 구속 수감. 20년 권력 암투 종결]

강민준은 복수를 완성했다. 15년 전 자신의 아버지를 파멸로 몰아넣었던 두 거물 중 한 명인 원로 C를 심판대에 세웠고, 다른 한 명인 김 대표를 도피자로 만들었다.

2. 서이혜, 재조명되다

강민준과 이훈호의 활약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서이혜에 대한 여론도 바뀌기 시작했다. 그녀가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하면서까지 폭로하려 했던 진실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훈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이혜를 '가장 용감하고 정의로운 내부 고발자'로 묘사했다. "서이혜 선배님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달무리 로펌의 부패를 고발했습니다. 저와 강민준 검사가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서이혜 선배님의 희생 덕분입니다."

서이혜는 고립된 오피스텔에서 조용히 자신의 승리를 확인했다. 그녀는 이제 '배신자'가 아닌, '진실을 밝힌 영웅'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3. 강민준의 고독

강민준은 승리했지만, 그의 검사 생활은 벼랑 끝에 있었다. 그는 상부의 지시를 거부했고, 검찰 조직 내에서 이단아로 낙인찍혔다.

그의 상급자들은 그에게 징계를 내릴 구실을 찾고 있었다. 강민준은 원로 C와 김 대표를 잡았지만, 그가 가진 '달무리 고객 명단'이라는 폭탄 때문에 검찰 조직 전체는 여전히 강민준을 위험 요소로 간주했다.

강민준은 자신이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자 싸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서이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이혜 씨. 우리는 원로 C를 잡았지만, 김 대표가 도피했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저를 해임하려 합니다. 저는 아직 끝내지 못했습니다."


제31화: 새로운 동맹, 김 대표의 추격

1. 무자격 변호사와 고립된 검사

서이혜는 강민준의 상황을 듣고, 자신의 무자격 변호사 신분을 이용하여 강민준을 돕기로 결정했다.

"강 검사님. 당신은 검사로서 법정에 설 수 없게 될 겁니다. 하지만 저는 변호사 자격이 없으므로, 오히려 법의 테두리 밖에서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목표는 '도피한 김 대표'를 잡는 것입니다. 그가 잡혀야만 원로 C에 대한 재판도 완벽하게 끝날 수 있습니다."

강민준은 서이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이혜는 '그림자 전략가'로서, 강민준은 '고립된 수사관'으로서 다시 한번 동맹을 맺었다.

2. 도피 경로 분석

서이혜와 강민준은 김 대표의 도피 경로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서이혜는 김 대표가 달무리 로펌을 설립할 때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비상 탈출 계획'이 있을 것이라 추론했다.

이훈호가 빼낸 자료에는 김 대표가 해외 여러 나라에 '법률 자문 회사'라는 이름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왔다는 기록이 있었다. 이 회사들은 김 대표의 은신처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서이혜는 김 대표의 성향을 바탕으로 추론했다. "김 대표는 항상 '가장 안전한 곳은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외교적으로 분쟁 지역이거나, 한국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는 나라를 선택했을 겁니다."

3. 도피처의 윤곽

서이혜의 추론은 정확했다. 김 대표는 남미의 한 소국, '엘 카스토'라는 나라에 숨어 있었다. 이 나라는 정세가 불안정하고 한국과의 외교 관계가 복잡하여 범죄인 인도 절차가 까다로운 곳이었다.

"김 대표의 도피처가 확인되었습니다. 엘 카스토." 서이혜가 강민준에게 알렸다.

강민준은 좌절했다. "엘 카스토는 정부의 공식 수사 협조가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검사로서 저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서이혜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검사로서 할 수 없다면,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움직여야죠. 김 대표는 그곳에서 자신의 마지막 은신처를 건설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법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악마를 사냥'해야 합니다."

제32화: 국경을 넘는 추격

1. 엘 카스토, 법의 무덤

남미의 소국, 엘 카스토. 한국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이 복잡하고 치안이 불안정한 이 나라는 법망을 피한 범죄자들의 은신처로 유명했다. 강민준 검사와 서이혜 전 변호사는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이곳에 도착했다.

"강 검사님, 이곳에서는 우리의 법과 윤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돈으로 이 나라의 모든 질서를 샀을 겁니다. 우리는 법정 밖의 규칙, 즉 '정글의 법칙'을 따라야 합니다." 서이혜가 말했다.

강민준은 검사 신분을 숨기고 '민간 조사관'으로 위장했다. 서이혜는 변호사 자격이 없었기에, 그의 조언자이자 전략가로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2. 김 대표의 환영

두 사람이 수도 산 마르코스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들은 감시당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은신처를 찾은 서이혜와 강민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현지 범죄 조직 '로스 판테라스(Los Panteras, 검은 표범들)'를 고용하여 그들을 제거할 준비를 마쳤다.

그들이 낡은 호텔에 짐을 풀었을 때, 강민준은 호텔 방 창문 밖에 서 있는 짙은 선글라스의 현지인 두 명을 발견했다.

"김 대표가 이미 우리의 도착을 알고 있습니다." 강민준이 서이혜에게 속삭였다.

"당연하죠. 김 대표는 항상 세 단계 앞을 내다봅니다. 그는 우리가 법적으로 그를 체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를 '사고'로 위장하여 처리하려 할 겁니다." 서이혜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3. 첫 번째 위협

그날 밤, 서이혜와 강민준은 현지 정보를 얻기 위해 인적이 드문 뒷골목의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에서 현지 정보원과 접선하려던 순간, 술집의 전등이 꺼지고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괴한들은 강민준과 서이혜를 향해 총을 겨누지 않고, 둔기를 휘두르며 '경고'하려는 듯 움직였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압니까?" 강민준이 물었다.

"아니요.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는 것만 압니다." 서이혜가 답했다.

강민준은 검사로서 단련된 격투 실력으로 괴한 두 명을 제압했지만, 나머지 한 명이 서이혜를 붙잡고 칼을 목에 겨눴다.

"스페인어로 말해! 이곳에서 당장 떠나라고 전해!" 괴한이 현지어로 소리쳤다.

서이혜는 눈을 감지 않고 괴한을 노려보았다. "강 검사님. 우리가 이곳을 떠난다면, 김 대표는 영원히 잡히지 않을 겁니다. 우린 싸워야 합니다."

강민준은 괴한의 팔을 꺾고 서이혜를 구해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김 대표의 그림자가 엘 카스토 전체를 덮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었다.


제33화: 이훈호의 원격 지원

1. 숨겨진 조력자

서이혜와 강민준은 현지 정보원과의 접선에 실패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들의 작전은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우리는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김 대표는 이 나라의 모든 경찰과 정치인을 매수했을 겁니다." 강민준이 좌절감에 빠져 말했다.

서이혜는 즉시 한국에 있는 이훈호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훈호는 여전히 한국에서 강민준 검사팀의 수사를 보조하며 검찰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훈호 변호사. 당신이 김 대표의 해외 자금 흐름을 추적해야 합니다. 특히 엘 카스토의 주요 은행과 김 대표가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 간의 거래 내역을 찾아야 해요." 서이혜가 지시했다.

이훈호는 한국 검찰 서버를 이용해 김 대표가 엘 카스토의 가장 부패한 은행 중 하나인 '카르텔 은행'에 거액의 비자금을 예치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2. 카르텔 은행의 비밀

카르텔 은행은 엘 카스토의 마약 카르텔 자금 세탁의 중심지였으며, 김 대표가 이곳을 선택한 것은 자신의 비자금 규모가 상상을 초월함을 의미했다.

이훈호는 카르텔 은행의 내부 IT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과거 달무리 로펌의 '백도어 코드'를 찾아냈다. 이는 김 대표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든 비밀 통로였다.

"선배님, 코드를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코드는 은행 내부의 모든 고객 정보를 볼 수 있게 합니다. 이곳은 김 대표뿐만 아니라, 엘 카스토의 모든 권력층의 비리가 숨겨져 있는 곳입니다." 이훈호가 경고했다.

"강 검사님, 이훈호가 카르텔 은행의 자금 내역을 확보했습니다. 우리는 김 대표가 이곳 엘 카스토에서 누구와 동맹을 맺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서이혜가 말했다.

3. 복잡한 네트워크

강민준은 이훈호가 해독한 카르텔 은행의 자료를 분석했다. 김 대표는 '카르텔 은행 총재', '현지 경찰청장', 그리고 엘 카스토의 '전직 법무부 장관 D'와 정기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주고받고 있었다.

특히 전직 법무부 장관 D는 김 대표의 은신처를 법적으로 보호해 주고 있었으며, 김 대표는 그 대가로 D의 정치 자금을 관리해 주고 있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숨은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이곳에서도 또 다른 권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강민준이 이를 갈았다.


제34화: 절망 속의 동맹

1. 현지 조력자의 필요성

서이혜와 강민준은 전직 법무부 장관 D를 피하려면, 현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법조인을 찾아야 함을 깨달았다. 하지만 엘 카스토의 법조계는 이미 부패의 늪이었다.

서이혜는 D에 의해 숙청된 법조인을 물색했다. 그녀는 '에르난데스'라는 이름의 전직 검사를 발견했다. 에르난데스는 15년 전 D의 비리를 수사하려다 오히려 누명을 쓰고 검사 직을 박탈당한 인물이었다. 그의 딸은 그 충격으로 인해 병을 얻었고, 에르난데스는 지금 거리에서 법률 상담소를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강 검사님. 에르난데스 전 검사를 찾아가야 합니다. 그는 당신 아버지와 같은 운명에 처했고, D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서이혜가 제안했다.

2. 깨진 정의

에르난데스의 사무실은 허름한 골목에 있었다. 서이혜와 강민준이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

"정의? 법? 당신들이 나에게 그런 헛소리를 하러 왔다면 당장 나가시오. 이곳 엘 카스토에서 정의는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노리개일 뿐이오." 에르난데스가 분노를 토해냈다.

강민준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자신이 한국에서 온 검사이며 김 대표라는 거물 범죄자를 쫓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리고 김 대표가 전직 법무부 장관 D와 공모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카르텔 은행 자료를 보여주었다.

"당신은 D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나는 나의 아버지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복수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습니다." 강민준이 진심을 담아 설득했다.

에르난데스는 서이혜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검사가 아니오. 당신의 눈에는 복수심 대신 무언가 다른 것이 있소."

서이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한때 악마의 변호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속죄하려 합니다. 당신이 우리를 돕는다면, 우리는 김 대표를 잡고, D의 비리를 전 세계에 폭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딸과 이 나라의 정의를 되찾는 유일한 길입니다."

3. 세 번째 동맹

에르난데스는 깊은 고민 끝에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소. 나는 법정에서 쫓겨났지만, 이 나라의 뒷골목 지리와 부패의 네트워크는 당신들보다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명심하시오. 내가 당신들을 돕는 것은 오직 D에 대한 복수 때문이오."

에르난데스는 김 대표가 수도 외곽의 고급 은신처 '델 솔 컴파운드'를 비밀리에 건설하고 있으며, 이곳이 그의 최종 은신처임을 알려주었다. 델 솔 컴파운드는 사설 경비와 현지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어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요새였다.


제35화: 카르텔과의 연결고리

1. 델 솔 컴파운드의 그림자

델 솔 컴파운드는 외곽의 산악 지대에 위치한 최고급 빌라 단지로 위장되어 있었다. 에르난데스는 이 컴파운드가 사실상 김 대표와 전직 법무부 장관 D, 그리고 로스 판테라스 카르텔의 비밀 아지트임을 확인해 주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새로운 자금 세탁의 거점으로 삼고 있소. 그가 한국에서 벌인 모든 범죄의 마지막 단계가 이 컴파운드 안에 숨겨져 있을 것이오." 에르난데스가 말했다.

강민준은 컴파운드를 감시하며 침투 계획을 짰다. 하지만 철저한 경비 때문에 정면 돌파는 불가능했다.

2. 서이혜의 역이용 전략

서이혜는 김 대표가 늘 사용했던 '역이용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그녀는 김 대표와 D 사이에 불화를 조장하여, 그들의 동맹을 무너뜨리려 했다.

서이혜는 이훈호를 통해 카르텔 은행의 비밀 자료 중, 김 대표가 D 몰래 거액의 자금을 빼돌린 것처럼 보이게 조작된 '위조 문서'를 현지 언론에 몰래 흘렸다.

[긴급 보도: 외국인 거물 김, 전 법무부 장관 D 자금 세탁 자금 횡령 의혹]

이 보도는 엘 카스토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전직 법무부 장관 D는 자신이 김 대표에게 배신당했다고 믿고 격분했다.

3. 로스 판테라스의 움직임

D의 격노는 곧바로 로스 판테라스 카르텔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카르텔은 D의 사병 역할을 하고 있었으므로, D의 명령에 따라 김 대표를 '처리'하기 위한 팀을 델 솔 컴파운드로 보냈다.

"성공했습니다, 강 검사님. 김 대표는 이제 카르텔과 D라는 두 맹수의 공격을 동시에 받게 될 겁니다. 이 혼란을 틈타 우리가 컴파운드에 침투해야 합니다." 서이혜가 말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서이혜와 강민준을 카르텔의 분노 한가운데로 던져 넣는 위험천만한 계획이었다.


제36화: 혼돈 속의 침투

1. 작전 개시

D의 지시를 받은 로스 판테라스 카르텔의 용병들이 델 솔 컴파운드를 급습한 날 밤, 강민준과 서이혜, 그리고 에르난데스 전 검사는 침투를 시작했다.

에르난데스는 컴파운드 경비팀의 사각지대를 알고 있었고, 강민준은 체계적인 훈련으로 경비들을 무력화시켰다. 서이혜는 김 대표의 집무실이 컴파운드 어디에 위치해 있을지 추론하며 길을 안내했다.

"김 대표의 집무실은 늘 가장 방어하기 쉽고, 동시에 탈출로가 확보된 곳에 있습니다. 이곳 컴파운드의 중앙 통제실 근처일 겁니다." 서이혜가 예측했다.

2. 카르텔과 경비팀의 충돌

컴파운드 내부에서는 로스 판테라스 용병들과 김 대표가 고용한 사설 경비팀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방에서 터지는 총성과 비명 소리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강민준 일행은 이 혼란을 틈타 중앙 통제실로 향했다. 그들은 통제실에서 컴파운드 전체의 감시 시스템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통제실 모니터에는 김 대표가 자신의 집무실로 황급히 도주하는 모습이 잡혔다.

3. 김 대표의 마지막 금고

김 대표의 집무실은 컴파운드의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강민준과 서이혜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김 대표는 이미 자신의 책상 아래 숨겨진 비밀 금고를 열고 있었다.

"서이혜! 강민준! 너희들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김 대표가 권총을 꺼내 들며 말했다.

서이혜는 김 대표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대표님, 멈추세요. 당신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당신이 가진 마지막 증거를 내놓으십시오."

김 대표는 비웃으며 금고 안에서 낡은 서류철 하나를 꺼냈다. "이 안에 내가 평생을 걸고 쌓아온 이 나라와 엘 카스토의 모든 권력 구조의 핵심 비밀이 들어 있다! 너희들이 이걸 갖는다면, 너희들도 나와 같은 악마가 될 뿐이야!"


제37화: 금고 속의 진실

1. 최후의 대치

김 대표는 서류철을 들고 강민준과 서이혜에게 총을 겨눴다. 서류철은 그가 한국에서 도피할 때부터 지켜온 마지막 보험이었다.

"나는 이 서류를 너희들 손에 넘기느니, 이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 김 대표가 서류철을 불에 던지려 했다.

강민준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김 대표에게 몸을 던졌다. 격렬한 몸싸움 끝에 강민준은 김 대표의 손목을 꺾고 총을 빼앗았다.

"김 대표, 당신은 체포되었습니다!" 강민준이 김 대표를 제압하며 말했다.

2. 엘 카스토의 비밀

서이혜는 바닥에 떨어진 서류철을 주워 들었다. 서류철 안에는 김 대표가 한국에서 정치 로비에 사용했던 '달무리 고객 명단'의 원본과 함께, 엘 카스토 권력층에게 뇌물을 제공한 내역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 엘 카스토의 '현직 대통령의 선거 자금'과 관련된 충격적인 내역이 담겨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비자금으로 엘 카스토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고, 그 대가로 이곳에서 치외법권을 누리려 했던 것이다.

"이 자료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김 대표뿐만 아니라 엘 카스토 정부 전체가 무너질 겁니다." 서이혜가 말했다.

3. 경찰의 등장

바로 그때, 델 솔 컴파운드의 총성이 멈추고 현지 경찰특공대가 들이닥쳤다. 전직 법무부 장관 D는 카르텔의 실패를 예측하고, 자신의 부패를 감추기 위해 경찰을 동원해 '총격전 진압'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 것이다.

경찰특공대장은 강민준과 서이혜, 그리고 김 대표를 향해 총을 겨눴다. "손들어! 너희들은 모두 불법 침입 및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한다!"

강민준은 자신이 검사임을 밝혔지만, 특공대장은 비웃었다. "이곳은 엘 카스토다! 너희들의 법은 통하지 않아!"

서이혜는 김 대표에게 속삭였다. "대표님, 이대로 현지 경찰에게 체포되면 당신은 D에게 살해당할 겁니다. 우리가 당신을 한국으로 데려가야 합니다. 그것만이 당신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김 대표는 엘 카스토 경찰특공대와 한국 검사 사이에서 절망적인 딜레마에 빠졌다.


제38화: 법정 밖의 승부수

1. 절체절명의 탈출

서이혜는 특공대장에게 한국말로 외쳤다. "우리는 김 대표가 엘 카스토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우리를 잡는다면, 이 나라 대통령도 무너질 겁니다!"

특공대장은 서이혜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렸다. 그때, 에르난데스 전 검사가 통제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스페인어로 소리쳤다.

"이곳에 있는 경찰특공대원들은 모두 들으십시오! 당신들의 상관인 D와 대통령이 외국인 범죄자 김에게 매수되었습니다! 그 증거가 이 건물 안에 있습니다! 당신들은 범죄자를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 나라의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습니다!"

에르난데스의 연설은 경찰특공대원들 사이에 혼란을 야기했다. 강민준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서이혜와 김 대표를 이끌고 컴파운드의 비밀 탈출로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2. 탈출 경로의 확보

에르난데스는 컴파운드 외부에서 강민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컴파운드 외곽의 산악 지대를 통해 도주했다.

"강 검사! 서 변호사! 내가 당신들을 항구까지 안내하겠소!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오!" 에르난데스가 말했다.

도주하는 동안 김 대표는 몸부림쳤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대로 너희들과 함께 죽을 것이다!"

"김 대표!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당신은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원로 C에 대한 재판을 완벽하게 끝낼 수 있습니다! 당신의 죄를 스스로 심판해야 합니다!" 서이혜가 소리쳤다.

3. 국경을 향해

에르난데스의 도움으로 그들은 국경과 가까운 작은 항구에 도착했다. 이훈호가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둔 소형 보트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민준은 김 대표를 보트에 태우고, 에르난데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에르난데스 씨, 당신의 도움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D의 비리를 한국에서 폭로할 것입니다."

에르난데스는 미소지었다. "나는 정의를 믿지 않지만, 복수는 믿소. 당신들이 승리한다면, 내 딸도 평안히 눈 감을 수 있을 것이오."

보트는 엘 카스토의 해안선을 벗어나 국제 공해상으로 향했다. 강민준, 서이혜, 그리고 도망자 김 대표가 한 배에 탄 채, 그들의 운명은 다시 한국 법정으로 향하게 되었다.


제39화: 귀환, 그리고 새로운 법정

1. 김 대표의 항복

국제 공해상에서, 김 대표는 결국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자신이 엘 카스토 경찰에게 잡히는 것보다, 한국 검찰에게 잡혀 재판을 받는 것이 더 안전함을 깨달았다.

"서이혜... 너는 결국 나를 법정에 세우는군. 좋다. 나는 법정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 원로 C와 내가 맺은 모든 거래를." 김 대표가 말했다.

김 대표의 협조로 강민준 검사팀은 국제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김 대표를 안전하게 한국으로 이송하는 데 성공했다.

[속보: 달무리 로펌 김 대표, 남미에서 검거 후 국내 송환. 검찰 특수부, 원로 C 재판 탄력]

2. 고립된 영웅

강민준 검사는 김 대표를 체포하고 송환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조직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상부의 명령을 불복종하고 비공식 작전을 수행했다는 이유였다.

강민준은 직위 해제 징계를 받았지만, 그의 손에는 김 대표의 자백과 '엘 카스토 비밀 장부'라는 두 가지 결정적인 증거가 있었다. 그는 직위가 해제된 상태에서 원로 C와 김 대표에 대한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3. 서이혜의 약속

서이혜는 변호사 자격이 없었지만, 김 대표의 심리적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강민준에게 김 대표의 증언을 확보할 방법을 조언했다.

"강 검사님. 김 대표는 '배신'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당신은 그에게 원로 C가 그를 버렸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가 진실을 말하면 '최소한의 명예'는 지켜줄 수 있다는 약속을 하십시오."

서이혜는 김 대표를 만나지 않고, 강민준을 통해 김 대표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했다. '진실을 말하고 속죄한다면, 당신의 딸에게 아버지로서 마지막 명예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제40화: 복수와 정의의 교차로

1. 원로 C 재판의 재개

김 대표의 국내 송환으로 원로 C에 대한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김 대표는 '주요 피고인'이자 '핵심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강민준은 직위 해제 상태였지만, 법무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 '특별 수사관'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그는 검사로서의 마지막 사명감을 불태웠다.

원로 C의 변호인단은 달무리 로펌의 잔존 세력으로 구성되었으며, 그들은 김 대표의 진술이 '도피 중인 범죄자의 거짓 증언'임을 주장하며 신빙성을 공격했다.

2. 김 대표의 증언

김 대표가 법정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때 이 나라 법조계를 호령했던 거물의 초라한 모습에 법정은 숙연해졌다.

강민준이 김 대표를 심문했다. "피고인 김 대표. 당신은 원로 C와 함께 15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사건을 조작했습니까? 나의 아버지 사건에 당신과 원로 C가 개입했습니까?"

김 대표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 "네. 맞습니다. 원로 C와 저는 서로의 약점을 보호해 주는 '공범 계약'을 맺었습니다. 15년 전 강 검사의 아버지 사건은 원로 C의 지시와 나의 법률 자문으로 은폐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죄였습니다."

김 대표의 증언은 법정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는 원로 C의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3. 서이혜의 고독한 승리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서이혜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김 대표의 자백은 그녀가 변호사 자격까지 포기하며 쫓아온 '진실'의 완성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스승이자, 자신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준 '법의 악마'를 자신의 손으로 심판대에 세웠다는 고독한 승리감을 느껴야 했다.


제41화: 최후의 심판과 숙명

1. 원로 C에 대한 판결

김 대표의 자백과 엘 카스토 장부, 이훈호의 내부 고발 자료를 바탕으로 원로 C에 대한 재판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재판부는 원로 C에게 '직권남용, 뇌물수수, 범죄단체 조직' 등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특보: 원로 C, 징역 20년 선고. 법조계 거물, 법의 심판대에 오르다]

원로 C의 몰락과 김 대표의 자백으로, 15년 전 강민준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의혹은 해소되었다. 강민준은 복수를 완성했다.

2. 강민준의 선택

원로 C 재판이 끝난 후, 강민준은 검찰총장으로부터 마지막 소환 통보를 받았다. 징계 위원회는 강민준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강민준은 징계 위원회에 출석하는 대신, 사직서를 제출했다. "저는 검사로서 해야 할 마지막 일을 마쳤습니다. 이제 이 나라의 부패한 질서와 싸우는 검사 대신, 법정 밖의 정의를 쫓는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강민준은 검사 직을 내려놓고, 서이혜처럼 '법정 밖의 그림자'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3. 새로운 동맹의 시작

강민준이 사직한 날, 그는 서이혜를 찾아갔다.

"서이혜 씨. 나는 이제 검사가 아닙니다. 당신처럼 아무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끝내지 못했습니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서이혜가 물었다.

"엘 카스토 장부에 담긴 '달무리 고객 명단'과 '엘 카스토 대통령 비리'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김 대표와 원로 C는 단지 작은 조각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 권력 전체를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파헤쳐야 합니다."

서이혜는 강민준의 눈빛에서 과거의 복수심 대신, 진정한 정의감을 보았다.

"좋아요, 강 변호사님(강민준이 검사를 그만두었으므로). 무자격 변호사와 전직 검사. 우리의 새로운 동맹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법이 닿지 않는 곳에서, 진정한 악마를 사냥합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