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4. 23:23ㆍ자동차
프롤로그: 세계의 심장을 훔친 자
밤의 장막이 짙게 드리운 도시, 네오-엘리시움의 스카이라인은 그 자체로 인간 문명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거대한 비석 같았다. 100층 높이의 '아르카나 타워' 꼭대기.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가장 단단하며, 가장 은밀한 보안 시스템으로 둘러싸인, '신들의 창고'라 불리는 곳이었다. 이 창고에는 인류 문명이 쌓아 올린 모든 지식, 모든 부(富),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무기들이 잠들어 있었다.
그 창고의 심장부에 지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크로노스.
시간의 흐름에서 이름을 따왔지만, 그의 존재는 오히려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키는 듯했다. 검은색 나노섬유 코트 아래로 그의 몸에서 새어 나오는 에너지는 고요한 밤의 공기를 미세하게 진동시켰다. 창고 중앙, 투명한 방벽 안에 봉인된 '아이기스'—세상을 한순간에 소멸시키거나 구원할 수 있는 궁극의 동력원—를 향해 크로노스가 손을 뻗었다.
"5분 32초. 보안 프로토콜 '오메가'가 재활성화되기까지 남은 시간." 크로노스의 귀에 꽂힌 초소형 통신기가 기계적인 목소리를 뱉어냈다.
"충분해." 크로노스의 목소리는 마치 오랜 동굴에서 울려 나오는 듯, 낮고 단단했다.
그가 아이기스에 손이 닿기도 전에, 사방에서 수백 개의 레이저 포인터가 그의 몸을 조준했다. 투명한 방벽 밖, 최정예 특수부대 '팔라딘'의 대장, 제논이 강철 같은 눈빛으로 크로노스를 노려보았다. 제논은 인류가 자랑하는 최고의 병사였다.
"멈춰라, 크로노스! 네놈의 존재 자체가 이 세계의 버그다. 더 이상 혼돈을 만들지 마라!" 제논이 외쳤다.
크로노스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버그? 시스템의 오류는 새로운 진화를 낳지. 네오-엘리시움이 스스로를 신성하다고 부르는 동안, 진짜 신은... 여기 서 있었다."
그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그림자는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물질의 분자 구조를 순식간에 재배열하는, 차원 간의 틈새에서 끌어온 압도적인 에너지였다. 제논과 팔라딘 부대가 겨우 총구를 움직이기도 전에, 그들이 서 있던 단단한 티타늄 바닥은 찰나의 순간에 모래처럼 부서져 내렸다.
콰아아앙! 소리가 공간을 찢었다.
크로노스는 이미 아이기스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봉인된 동력원에 손을 댔다. 아이기스는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를 환영하는 듯, 푸른빛 섬광을 뿜어냈다.
"임무 완료. 이제... 사라질 시간."
그가 아이기스를 자신의 몸속으로 흡수하자, 아르카나 타워 전체가 일시적으로 정전되었다. 빛과 소리가 사라진 침묵 속에서, 크로노스는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마치 애초에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제논은 무너진 바닥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방금, 자신들이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궁극의 힘을, 한 개인에게 빼앗긴 참담한 패배를 경험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찾아내! 이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기 전에, 그를 죽여야만 한다!"
제논의 절규는 아이기스가 사라진 창고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크로노스는 세계의 심장을 훔쳤고, 이제 그는 세계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새로운 삶의 무대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1장: 고요한 세계의 균열
3년 후.
세계는 크로노스라는 이름의 그림자를 잊은 듯,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였다. 네오-엘리시움은 아이기스 도난 사건을 은폐했고, 사람들은 일상에 젖어 살았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잊혀지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세상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겼다.
그의 새로운 이름은 유해랑. (바다 해(海), 밝을 랑(朗). 바다처럼 넓고 밝은 빛이라는 뜻.)
그는 인구 30만 명의 평범한 해안 도시, '노을 시'의 한적한 주택가에서 조용히 살았다. 아이기스의 에너지를 자신의 몸에 완벽히 동화시킨 해랑은, 이제 그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먼치킨'이 되어 있었다. 그의 심장이 뛰는 미세한 박동 하나하나가 세상을 파괴할 잠재력을 품고 있었지만, 그는 그 힘을 봉인하고 있었다. 마치, 호숫가에 버려진 핵폭탄처럼.
해랑은 노을 시립 도서관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했다. 가장 고요하고, 가장 인간적인 공간. 그의 눈에는 사람들의 평범한 행복이 가장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어느 늦은 밤. 해랑은 도서관 3층, 고서(古書) 섹션 통로를 순찰하고 있었다. 그곳은 햇빛조차 잘 들지 않는, 낡은 종이 냄새가 가득한 곳이었다.
그때, 통로 가장 구석의 낡은 나무 테이블에 한 여인이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인의 이름은 윤새벽.
흔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마치 밤이 지나가고 첫 햇살이 닿는 순간을 담고 있는 듯한 이름. 그녀는 노을 시립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다. 밤마다 도서관에 틀어박혀 고대 문헌을 연구하는 그녀는, 해랑의 눈에 들어온 유일하게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새벽은 테이블 위에 펼쳐진 낡은 양피지 문서에 완전히 몰두해 있었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려, 작은 얼굴의 옆선을 가리고 있었다. 해랑은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새벽 씨. 벌써 폐관 시간이에요. 정리하셔야..."
해랑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새벽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듯한, 희미한 보랏빛이었다. 그리고 해랑은 그 눈빛 속에서, 평범함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슬픔과 고독의 그림자를 읽었다. 그것은 크로노스—세상의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만이 알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종류의 절대적인 외로움이었다.
새벽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너무 놀라서 손에 들고 있던 낡은 문서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해랑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그것을 주웠다.
문서의 내용은 기이했다. 고대 라틴어와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해랑은 문서를 훑는 1초 동안, 그 내용이 지구상의 모든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다른 차원의 지식을 담고 있음을 직감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집중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새벽이 당황한 듯, 문서를 돌려받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해랑은 무심코 그녀의 손등에 손가락이 스쳤다.
그 순간.
해랑의 몸속에 봉인되어 있던 아이기스의 에너지가 미세하게 튀었다. 그것은 마치 두 개의 거대한 자석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끌어당겨지는 듯한, 세계의 근원을 뒤흔드는 충격이었다.
새벽의 보랏빛 눈동자가 일순간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이 감각은... 차원의 벽을 부수는 존재의 힘..."
해랑은 순식간에 표정을 굳혔다. 그의 존재가 발각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평범한 인간에게서 이런 반응이 나오다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그냥 경비원이에요." 해랑이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새벽은 해랑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떨림은 사라지고, 대신 깊은 결의가 서린 눈빛이 빛났다.
"아니요. 당신은... 윤곽이 없어요. 당신의 존재는 세상의 모든 시스템에서 지워진 것처럼 보여요. 당신은 이 도시, 아니, 이 세계에 속한 존재가 아니죠. 맞나요? 크로노스."
이름이 불린 순간, 해랑의 내면에서 봉인이 풀리려는 듯, 맹렬한 에너지의 파동이 일었다. 그는 새벽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꿰뚫어 보았다.
"당신은 누구죠? 내가 아는 한, 이 세계에서 내 존재를 알 만한 이들은 전부... 처리했어야 했는데." 해랑의 목소리에는 이제 경비원의 친절함이 아닌, 절대자의 경고가 담겨 있었다.
새벽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아카샤의 서고를 지키는 파수꾼의 후손이에요. 당신이 훔친 아이기스... 그것은 시간의 열쇠이자, 저의 운명이에요."
그녀의 말에 해랑은 깨달았다. 이 여인은 단순한 대학원생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가 세상을 등진 후, 운명이 던져 넣은 가장 거대한 변수였다. 강력한 힘을 봉인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그의 계획은, 이 보랏빛 눈동자의 여인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지고 있었다.
해랑은 문서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의 손길은 닿지 않았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이 새벽을 짓눌렀다.
"흥미롭군요. 내 이름을 알고, 내 힘의 근원을 알고, 게다가... 감히 내 운명이라 칭하다니."
그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
"좋아요, 윤새벽. 당신의 운명을 확인해 보죠. 하지만 경고하는데, 내 운명은... 당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로맨스가 될 겁니다."
도서관 밖에서는, 노을 시의 밤바람이 고요하게 불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이미 세계의 종말을 예고하는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2장: 차원의 틈새, 그리고 낯선 향기
1. 노을 시에 드리운 그림자
노을 시의 새벽은 언제나처럼 평온했다. 그러나 유해랑(크로노스)은 그 평온함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긴장을 감지했다. 아이기스의 에너지가 봉인되어 있음에도, 그의 초월적인 감각은 30km 밖에서 접근하는 제논의 추격대, '팔라딘'의 미세한 전자파 신호를 포착했다.
"움직임이 빨라. 3년 동안 내가 완전히 잠적했다고 생각한 것 같군. 윤새벽, 그녀가 도화선이었나?"
해랑은 도서관 경비원 숙소, 낡은 싱글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했다. 그는 단지 평범한 삶을 모방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카샤의 서고'를 언급한 윤새벽의 존재는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다.
아침 8시 30분. 해랑은 도서관 출근 체크를 마치고 숙소를 나섰다. 평소와 다름없이 자전거를 타고 노을 시의 아침 거리를 가로질렀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이미 모든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었다. 팔라딘이 노을 시에 도착하는 시간, 그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 그리고 윤새벽을 추궁할 확률까지.
'아이기스의 힘으로 도시 전체를 지워버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봉인을 유지해야 한다.'
아이기스는 단지 힘의 근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해랑의 새로운 존재 방식이었다. 힘을 해방하는 것은 그가 이 세계에 속했던 '크로노스'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고, 그는 그 혼돈을 원치 않았다. 최소한 지금은.
2. 새벽의 서고와 해랑의 결단
그날 밤, 해랑은 야간 순찰 시간을 조작해 몰래 도서관 3층 고서 섹션으로 향했다. 윤새벽은 어제와 같은 테이블,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테이블 위에는 어제보다 훨씬 더 많은,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양피지와 고대 기록들이 쌓여 있었다.
"윤새벽 씨. 이 정도 자료는 외부로 반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폐관 후까지 여기서 작업하는 것은..." 해랑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새벽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는 밤샘 연구로 인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유해랑 씨. 솔직하게 말해요. 당신, 제가 두려운 건가요? 아니면... 제가 연구하는 이것이 두려운 건가요?"
새벽은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에 펼쳐진 양피지를 가리켰다. 해랑은 한 발짝 다가가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스어, 라틴어, 그리고 해랑조차 처음 보는 고대 상형문자가 아이기스를 '태엽 신의 심장'이라 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이기스를 훔친 '크로노스'—바로 해랑 자신—에 대한 묘사가 이어져 있었다.
"이 문서는... 아카샤의 서고의 일부분이에요. 아카샤의 서고는 이 우주의 모든 지식, 모든 과거와 미래의 기록이 존재하는 비물질적인 장소죠. 저는 그 기록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새벽이 설명했다.
해랑은 문서를 꿰뚫어 보았다. "이것을 왜 연구하죠? 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날 공격하게 만들려는 건가?"
"아니요." 새벽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아이기스를 가졌기 때문에... 저는 당신이 필요해요. 아카샤의 기록에 따르면, 아이기스는 이 세계를 안정시키는 '균형추'예요. 당신이 그것을 훔친 이후로, 차원의 경계가 약해지고 있어요. 곧 균열이 생기고, 이 세계는... 붕괴할 거예요."
새벽의 목소리에는 연구자의 열정뿐 아니라, 온 인류의 운명을 짊어진 듯한 무거운 책임감이 묻어 있었다.
"붕괴라..." 해랑은 피식 웃었다. "내가 세계를 붕괴시킨다고? 재미있군. 그래서, 당신의 해결책은?"
"아이기스를 원래 있던 '시간의 요람'으로 되돌려 놓아야 해요. 그리고 그 작업을 하려면,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당신이 아이기스와 동화된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해랑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이야기는 그가 3년 전 아이기스를 훔칠 때 예측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와 일치했다. 힘의 균형 파괴.
"만약 당신의 말이 맞다면, 나를 쫓는 이들(팔라딘)은 곧 당신도 위험하게 만들 겁니다. 그들은 아이기스를 되찾기 위해서라면, 당신의 목숨 정도는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새벽은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 운명은 이 기록을 지키는 거예요. 당신이 나를 위험하게 만들더라도, 나는 이 자리에서 연구를 멈출 수 없어요."
해랑은 문득, 3년 전 세계의 심장을 훔쳤을 때 느꼈던 극한의 고독을 새벽의 눈에서 보았다. 그녀는 그와 마찬가지로, 선택받은 고독한 존재였다.
"좋아요. 거래를 하죠, 윤새벽." 해랑이 결단했다. "나는 당신이 연구를 끝낼 때까지 당신을 지킬 겁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새벽은 침을 삼키며 해랑을 바라보았다. "조건이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아이기스를 되돌리는 일을 돕겠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나는 당신이 연구하는 이 '서고'를 통해 나의 근원을 알고 싶습니다. 나는 이 힘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왜 이 힘이 내게 있는지, 왜 내가 아이기스를 훔쳐야 했는지, 그 진짜 이유를 알아야겠어요."
해랑은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그는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 뒤에 있던 오래된 창문의 잠금쇠를 '찰칵' 소리를 내며 잠갔다. 그의 움직임은 너무나 부드러웠지만, 그 의도는 보호와 소유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조건. 오늘부터 당신은 내 파트너입니다. 내가 허락 없이 움직이지 마세요. 나는 당신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아요. 당신은... 나의 첫 번째 퍼즐 조각이 되었으니까."
새벽은 해랑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절대적인 힘이 그녀를 지켜줄 것이라는 희망 또한 함께 느껴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크로노스, 아니... 유해랑 씨. 나의 연구와 당신의 정체, 함께 찾아봅시다."
3. 새벽에 스며든 향기
그 순간, 도서관 밖에서 강력한 전자파가 감지되었다. 팔라딘이 노을 시에 도착한 것이다.
"늦었군." 해랑은 창밖 어둠을 응시했다.
"저들이... 온 건가요?" 새벽이 긴장하며 물었다.
"걱정 마요. 그들이 이 도서관에 도착하려면 최소 30분. 그리고 그들을 쫓아내려면... 30초도 걸리지 않을 테니까."
해랑은 그녀를 안심시키고 돌아서려 했다. 그때, 새벽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잠깐만요, 해랑 씨. 당신에게서... 낯선 향기가 나요."
해랑은 의아해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향기요?"
"네. 꽃 향기. 아주 은은하고, 따뜻한... 만개하는 꽃잎의 향기." 새벽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해랑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해랑은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 그는 항상 무취였고, 아이기스의 에너지 외에는 어떤 물질적인 냄새도 풍기지 않았다.
'이것은... 그녀의 특이한 감각인가? 아니면... 아이기스가 그녀에게 반응하는 건가?'
해랑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낯선 향기가 그의 심장 봉인 근처에서 미세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이 도서관에 오래된 꽃잎을 말린 책이 있어서 그런가 보죠." 해랑은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새벽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손목을 잡았던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럴지도요. 하지만... 왠지 이 향기는 희망 같아요. 3년 동안 내가 이 서고에 갇혀 느꼈던 모든 불안을 녹여주는..."
해랑은 더 이상 그녀와 대화할 수 없었다. 감정이라는 낯선 영역이 그의 절대적인 이성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잠시 외출합니다. 여기 있어요, 윤새벽. 당신의 연구와... 당신의 향기를 지키러."
해랑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마자, 도서관 3층의 모든 불빛이 꺼졌다. 그리고 노을 시의 밤하늘에는, 감히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차원 균열의 전조인, 미세한 푸른 섬광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3장: 절대적인 힘의 대결과 서고의 진실
1. 노을 시 외곽, 그림자 사냥
유해랑은 도서관을 떠나 노을 시 외곽의 폐쇄된 항만 창고 지역으로 향했다. 그곳은 시가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혹시 모를 대규모 충돌이 발생해도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소였다.
항만 지역에 도착했을 때, 이미 최정예 특수부대 '팔라딘'의 세 팀이 완벽한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대장 제논은 중앙 창고 지붕 위에서, 고성능 열 감지기와 생체 에너지 스캐너를 통해 해랑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었다.
"크로노스! 네놈의 도주극은 여기까지다!" 제논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항만 전체에 울려 퍼졌다. "순순히 아이기스를 반납하고 우리에게 협조한다면, 너의 처분을 최소화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해랑은 폐건물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봉인된 아이기스의 힘은 여전히 압도적이었지만, 그는 단지 경고만 할 생각이었다.
"협조? 네오-엘리시움이 지배하는 세상의 질서를 위해, 내가 스스로를 희생하라는 건가. 3년 전과 똑같은 실수로군, 제논." 해랑이 나지막이 말했다.
제논은 해랑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초월성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결의를 다졌다.
"실수는 너의 오만이다! 아이기스는 인류가 통제해야 할 에너지다. 네놈의 개인적인 장난감이 아니야!" 제논이 손을 들어 올렸다. "발사!"
사방에서 첨단 무기들이 불을 뿜었다. 특수 제작된 플라즈마탄과 고에너지 레이저가 해랑을 향해 쏟아졌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먼지조차 남지 않을 공격이었다.
해랑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생각했다.
'방어막을 활성화하면 에너지가 너무 노출된다. 물질의 밀도를 조작한다.'
그의 주변 1미터 공간의 공기 분자가 순식간에 수백만 배로 압축되었다. 투명하고 단단한, 세상 그 어떤 방패보다 강력한 공기 방벽이 형성된 것이다. 플라즈마탄과 레이저는 그 방벽에 부딪히자마자 열을 빼앗기고 무력하게 소멸했다.
"저게... 말이 되는 건가?" 팔라딘 부대원 하나가 경악하며 중얼거렸다.
해랑은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땅을 향해 아주 작은 진동을 일으켰다. 그의 발밑의 흙과 콘크리트가 순식간에 액화되었다가, 다음 순간 고체화되면서 날카로운 수정창으로 변해 팔라딘 팀을 향해 솟구쳤다.
해랑은 힘의 정점에 선 존재였다. 그는 시간을 조작하지 않고도, 중력을 변형시키지 않고도, 물질의 근본을 이해하고 조종함으로써 모든 물리 법칙을 초월했다.
제논은 이 광경을 보고 치를 떨었다. 그가 자랑하는 최정예 부대는 한 개인의 분자 조작 능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크로노스! 넌 결국 세상을 파괴할 존재다!" 제논이 자신의 등 뒤에 숨겨 놓았던 비밀 병기, '반(反) 아이기스 코어'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아이기스의 에너지를 일시적으로 흡수하고 무력화시키는 장치였다.
"파괴?" 해랑은 냉소했다. "나는 정체를 파괴하는 것뿐이다. 당신들이 신성시하는 그 질서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눈이 없나?"
해랑은 제논이 장치를 작동시키기 전에, 공간을 가로질러 그의 앞에 나타났다. 시간 조작 없이, 그는 단순한 차원 이동을 통해 거리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제논은 장치를 작동시킬 틈도 없이, 해랑의 손가락이 그의 목에 닿는 것을 느꼈다.
"이 힘을 봉인하고 싶다면, 네놈들의 어설픈 무기가 아니라, 나를 납득시켜야 해. 제논. 내가 왜 다시 네오-엘리시움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해랑의 눈빛은 마치 밤하늘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그는 제논의 목을 놓아주고, 반 아이기스 코어를 잡았다. 코어는 해랑의 손에 닿자마자 빛을 잃고 단순한 고철덩이가 되었다. 해랑의 절대적인 에너지는 그 어떤 반작용도 허용하지 않았다.
"경고한다.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이 도시 전체가 당신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돌아가."
제논은 무너진 창고 잔해 위에 무릎 꿇은 채, 그의 뼈 깊숙이 박힌 절대적인 패배감을 느끼며 떨고 있었다. 크로노스는 그가 가진 힘의 정점을 보여주었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복잡하고도 모순적인 행위였다.
2. 아카샤의 서고: 드러나는 과거
해랑이 도서관으로 돌아왔을 때, 윤새벽은 여전히 고서 섹션에 있었다. 그녀는 해랑의 손등에 묻은 먼지조차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도시에 미세한 에너지 충격파가 있었어요." 새벽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을 쫓던 벌레들을 쫓아냈다. 사소한 일이지." 해랑은 태연하게 대답하며 새벽이 펼쳐 놓은 고대 문서들을 내려다보았다.
"사소한 일이라뇨! 당신이 힘을 사용했다는 건데..." 새벽은 해랑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들이 당신을 위협했다. 당신은 지금 나의 파트너이자, 이 세상의 균형을 되찾을 유일한 희망이니,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랑의 말에는 사적인 감정은 없었으나, 새벽에게는 그것이 어떤 로맨스보다 강력한 보호 의지로 다가왔다.
새벽은 해랑을 테이블로 이끌었다. "당신의 과거를 알아냈어요. 아카샤의 서고, 심층 기록에서요."
그녀가 가리킨 문서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욱 복잡한 상형문자들이 빛나고 있었다.
"당신은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에요. 당신은... '아이기스'의 창조자가 살던 세계, '크로노스'에서 온 유일한 생존자였어요. 당신의 본명은 '오디세이'." 새벽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해랑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힘이 지구의 과학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영역임을 알고 있었다.
"오디세이... 긴 여정이라는 뜻이군." 해랑이 자신의 새로운 '과거'를 읊조렸다.
"당신이 살던 크로노스 세계는 과도한 에너지의 폭주로 파괴되었어요. 당신은 그 폭주를 막기 위해 스스로 아이기스를 창조했고,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죠. 결국 당신은 완성된 아이기스를 들고 차원의 틈새로 뛰어들어 이 세계로 오게 된 거예요."
"잠깐." 해랑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내가 아이기스를 창조했다고? 내가 이 절대적인 힘의 아버지라고?"
"네. 그리고 당신이 아이기스를 훔친 것이 아니라, 당신의 무의식이 원래 당신의 것을 되찾은 것일 수도 있어요." 새벽은 해랑의 혼란스러운 눈을 바라보며 계속 설명했다. "아이기스는 당신의 세상에서 온 일종의 방주이며, 당신의 존재는 그 방주를 안전하게 지켜야 할 선장인 거죠."
이것이 해랑이 그토록 찾던 존재의 이유였다. 그는 세상을 파괴하는 버그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세상을 지키지 못한 창조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진실은, 이 작은 도서관의 보랏빛 눈을 가진 여인에 의해 밝혀지고 있었다.
"그럼... 내가 아이기스를 되돌려 놓는다는 건, 내 본래의 사명을 완수하는 거군." 해랑의 목소리가 한층 무거워졌다.
"맞아요. 하지만 되돌리는 과정은 위험해요. 아이기스를 '시간의 요람'에 재봉인하려면, 우리는 당신의 초월적인 힘과 나의 지식을 완벽하게 결합해야 해요. 이는 곧 우리의 생명력과 감정을 공유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새벽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다.
"감정의 공유라..." 해랑은 무감각했던 심장에 미세한 떨림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전투의 흥분과는 달랐다.
그는 새벽의 앞으로 다가섰다. 낡은 고서 냄새와 그녀에게서 나는 만개하는 꽃잎의 향기가 섞여 묘한 기류를 만들었다.
"윤새벽. 당신은 내게 존재의 이유를 주었어. 나는 이제 방황하던 힘의 주인이 아니라, 사명을 가진 오디세이다." 해랑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뺨에 닿았다. 차가운 그의 손길과 달리, 그의 눈빛은 깊은 고독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함을 담고 있었다.
"함께 합시다. 당신의 모든 지식과 나의 모든 힘을 결합하여, 이 세상을 구원하고, 나의 새로운 운명을 만들겠어."
새벽은 그의 손길에 눈을 감았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뿜어내던 고독은 해랑의 절대적인 힘 앞에서 점차 녹아내리고 있었다.
4장: 시간의 요람, 감정의 공명
1. 결합의 시작: 심연을 공유하다
노을 시 도서관 3층, 고서 섹션은 이제 유해랑과 윤새벽의 운명의 제단이 되었다. 새벽은 고대 문헌의 지식을 바탕으로, 해랑의 심장에 봉인된 아이기스의 에너지를 '시간의 요람'으로 재봉인하기 위한 복잡한 의식을 준비했다.
그들이 앉은 테이블 위에는 양피지들이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펼쳐져 있었고, 새벽은 그 문양의 교차점에 자신의 손목에서 채취한 미량의 혈액을 떨어뜨렸다. 이 피는 아카샤의 서고 기록을 현실화하는 일종의 매개체였다.
"해랑 씨. 이제부터 집중하세요. 이 의식은 아이기스의 에너지를 당신의 심장으로부터 안전하게 분리하여 역차원 흐름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새벽의 목소리는 진지했지만 떨림이 없었다. 그녀는 연구자로서의 냉철함과 사명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기스가 분리될 때, 당신의 존재적 경계가 일시적으로 무너집니다. 나의 지식이 당신의 힘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감정, 기억, 그리고 고독까지도 공명할 거예요. 준비되었나요?"
해랑은 새벽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의 근원은 이미 당신이 밝혀냈다. 이제 남은 것은 사명을 완수하는 것뿐이다. 시작해요, 새벽."
새벽은 해랑의 두 손을 맞잡았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짙은 에메랄드색으로 변하며, 테이블 위의 문양들이 서서히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아이기스 에너지의 흡수와 분리가 동시에 일어나는 역동적인 순간이었다.
쉬이이익.
해랑의 몸속 깊은 곳, 태엽 신의 심장이라 불렸던 아이기스에서 푸른 빛줄기가 새벽의 손을 통해 그녀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에너지는 새벽의 육체를 통과하며, 그녀의 뇌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아카샤의 모든 기록을 폭발적으로 활성화시켰다.
해랑은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었다. 존재가 재구성되는 듯한, 수천 년의 세월이 단 1초 만에 그의 의식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정신의 격변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윤새벽의 감정을 느꼈다.
- 극한의 외로움: '아카샤의 파수꾼'이라는 사명 때문에 태어난 순간부터 평범한 삶을 포기해야 했던 새벽의 깊은 고독.
- 학문에 대한 갈망: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고대 지식 속에서 홀로 답을 찾아 헤매던 처절한 노력.
- 해랑을 향한 끌림: 아이기스라는 절대적인 힘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그 힘을 가진 유일한 존재에 대한 운명적인 로맨스의 씨앗.
마찬가지로 새벽 또한 해랑의 의식 속으로 침투했다.
- 오디세이의 절망: 자신의 세계 '크로노스'가 멸망하는 순간을 수만 번 되돌려 보며 느꼈던 무력감.
- 힘의 짐: 절대적인 힘이 가져다준 세상으로부터의 단절과 영원한 고독.
- 따뜻한 갈망: 모든 것을 지울 수 있는 힘을 가졌음에도, 단 한 사람의 평범한 온기를 갈망하는 순수한 욕망.
두 사람의 눈에서 동시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들의 감정은 더 이상 분리되지 않았다. 해랑은 새벽의 고독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았고, 새벽은 해랑의 힘 속에서 자신의 사명을 완수할 용기를 얻었다.
"버텨요, 해랑 씨! 거의 다 됐어요! 역차원 흐름이 생성되고 있어요!" 새벽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2. 도시를 인질로 잡은 절망
바로 그때, 도서관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진동은 자연적인 지진이 아니었다. 그것은 제논과 팔라딘 부대가 노을 시 중앙 공원에 설치한 고출력 에너지 파동탄의 폭발 때문이었다.
"크로노스! 네놈이 도서관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논의 목소리가 도시 전체에 깔린 비상 경보와 함께 증폭되어 울려 퍼졌다. "아이기스를 당장 반납하라! 그렇지 않으면, 5분 후 노을 시의 모든 주요 동력망을 폭파시키겠다! 이 도시의 모든 시민은 너의 탈출을 위한 인질이다!"
제논은 극한의 상황에 몰리자 가장 비열하고 잔인한 방법을 선택했다.
해랑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파괴하고 싶지 않았지만, 제논은 해랑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안 돼! 이 흐름이 완성되기 전에 봉인이 깨지면... 아이기스 에너지가 폭주해서 이 도서관 전체가 차원의 구멍이 되어 사라질 거예요!" 새벽이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해랑은 새벽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손을 놓는 순간, 그녀의 생명력과 아이기스의 에너지가 불안정하게 섞여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터였다.
'5분. 아이기스의 완전한 분리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 7분.'
해랑은 절망적인 계산을 했다. 봉인을 깨지 않고 제논을 막을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새벽." 해랑은 고통 속에서도 미소 지었다. "당신의 지식은 나에게 목적을 주었지만, 당신의 감정은 나에게 사랑이라는 약점을 주었어."
"무슨 소리예요? 지금 봉인을 멈추면 안 돼요!"
"멈추지 않아." 해랑은 눈을 감고 자신의 모든 의식을 봉인된 아이기스의 핵심에 집중했다. "나는 지금, 아이기스에 저장된 나의 모든 과거의 기억을 당신에게 넘겨줄 겁니다. 그것이 당신의 서고와 합쳐지면, 남은 2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이것은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과거의 기억은 단순히 정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크로노스 세계의 멸망이라는 고통의 심연 그 자체였다. 새벽의 정신이 그것을 버티지 못한다면, 그녀는 영원한 혼란 속에 갇힐 터였다.
"안 돼요! 당신의 기억은 너무 방대하고 고통스러워요! 내 정신이 무너져요!" 새벽이 비명을 질렀다.
"견뎌줘, 나의 새벽. 나는 당신을 믿는다. 나는 당신에게 내 모든 것을 건다."
해랑은 마지막으로 그의 모든 힘을 집중하여, 수천 년 전 크로노스 세계의 멸망 순간과 아이기스의 창조 과정이 담긴 절대적인 기억의 파동을 새벽에게 전송했다.
3. 새벽의 선택, 절대자의 희생
새벽의 이마에 핏줄이 솟아올랐다. 그녀의 눈은 흰자위만 남은 채 뒤집혔다. 그녀는 단 1초 만에, 해랑이 겪었던 모든 파멸과 절망, 그리고 그의 모든 고독한 사랑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의 영혼 속 만개하는 꽃잎의 힘이, 그 모든 고통을 아름다운 사명으로 승화시켰다.
"시간의 고정!" 새벽이 눈을 뜨자, 보랏빛과 에메랄드빛이 섞인 눈동자가 공간을 꿰뚫었다.
그녀의 정신력이 해랑의 기억과 아카샤의 서고 기록을 합쳐, 노을 시 중앙 공원의 시간 흐름을 정확히 2분 동안 느리게 만들었다. 밖에서는 5분이 3분으로 줄어든 셈이었다.
"성공했어요, 해랑 씨! 2분의 시간을 벌었어요!" 새벽이 힘겹게 웃었다.
하지만 해랑은 이미 그녀의 곁에 없었다.
기억 전송과 시간 조작을 위한 에너지 소모는 해랑의 봉인을 일시적으로 완전히 풀어버렸다. 해랑은 새벽이 시간을 벌어주는 틈을 타, 아이기스의 폭주를 막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방패로 삼아 도시를 향해 날아갔다.
"미안하다, 나의 새벽. 나는 너의 곁에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너의 세상을 구할 것이다."
도서관에 남겨진 새벽의 귓가에 해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차원의 울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기스의 힘으로 공명한, 절대자의 마지막 사랑 고백이었다.
새벽은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남은 3분의 시간 동안 재봉인 과정을 완료해야 했다. 해랑은 2분의 시간을 벌어주었지만, 아이기스의 힘이 봉인되지 않은 채 제논과 충돌한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노을 시 중앙 공원 상공. 해랑은 제논이 작동시키려는 동력망 폭파 장치 앞에 나타났다. 그의 몸에서는 이제 푸른 빛과 검은 그림자가 뒤섞인 절대적인 에너지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경비원 유해랑이 아니었다. 그는 세상을 창조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는 오디세이-크로노스 그 자체였다.
"제논. 당신의 오만은 여기까지다." 해랑이 말했다.
제논은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크로노스! 네놈을 막기 위해 내 모든 것을 걸겠다!"
두 절대적인 의지가 충돌하는 순간, 노을 시의 밤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섬광이 번쩍였다.
5장: 운명의 결말, 꽃잎의 안식
1. 중앙 공원의 대폭발
노을 시 중앙 공원 상공. 유해랑(오디세이-크로노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대적인 에너지는 밤하늘을 왜곡시키고 있었다. 봉인이 해제된 아이기스의 힘은 그가 의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공기 분자가 과열되고, 주변의 금속 구조물들이 비명을 지르며 녹아내렸다.
제논은 해랑의 압도적인 존재 앞에서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인류의 질서를 지키는 '팔라딘' 대장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관철해야 했다.
"크로노스! 네놈의 존재 자체가 위험이다! 네놈은 이 행성을 파괴하기 위해 온 존재야!" 제논이 소리쳤다. 그는 마지막 희망인 동력망 폭파 장치의 카운트다운 버튼을 누르려 했다.
"나는 파괴자가 아니다, 제논." 해랑의 목소리는 수많은 차원의 울림이 합쳐진 듯 웅장했다. "나는 내 세상의 멸망을 막지 못한 창조자다. 그리고 이 세상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해랑은 제논이 버튼을 누르기 전에 행동했다. 그는 아이기스의 힘을 집중하여, 제논의 몸이 아닌, 그가 들고 있는 폭파 장치 주변의 시간 흐름을 조작했다.
장치 주변의 시간이 수천 배 느려졌다. 제논이 버튼을 누르는 데 필요한 찰나의 시간이 영겁처럼 늘어났다. 해랑은 그 틈을 이용해 장치 내부의 에너지 회로를 정밀하게 분자 단위로 재배열했다. 폭파 장치는 폭탄이 아닌 단순한 휴대용 발전기로 바뀌었다.
제논은 장치를 내려다보았다. 버튼은 눌러지지 않았고, 장치는 무력해져 있었다. 자신의 모든 계획이 힘의 근본적인 차이 앞에서 무너졌음을 깨달았다.
"이것이... 네놈의 힘이냐." 제논이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이것은 단지 경고다." 해랑은 제논의 눈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의 오만함이 이 세계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당신들은 아이기스가 아닌, 당신들 스스로의 손으로 이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다. 나는 당신들의 질서가 아닌, 윤새벽의 사명을 믿는다."
해랑은 제논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뒤돌아섰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폭발적인 에너지가 갑자기 수렴되기 시작했다.
'30초 남았다!'
해랑의 귀에 윤새벽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봉인 작업의 막바지였다. 하지만 해랑은 아이기스의 봉인이 자신의 몸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순간, 자신이 이 차원에서 영원히 소멸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아이기스는 그의 영혼과 육체를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다른 차원에서 온 그를 이 세계에 붙잡아 두는 유일한 끈이었다. 아이기스를 돌려준다는 것은, 크로노스 세계의 유일한 생존자로서의 사명을 완수하는 동시에, 이 세계에 남을 존재 이유를 잃는다는 뜻이었다.
2. 시간의 요람, 마지막 포옹
해랑은 초월적인 속도로 도서관 3층으로 돌아왔다.
윤새벽은 눈을 감은 채, 온몸이 땀과 눈물로 젖어 있었다. 그녀의 손을 통해 마지막 남은 아이기스 에너지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푸른빛이 테이블 위를 뒤덮었고, 그 빛 속에서 고대 기록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해랑 씨! 돌아왔군요! 이제... 마지막이에요!" 새벽이 힘겹게 속삭였다.
해랑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몸에서 에너지가 완전히 빠져나가자, 그의 존재는 급격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아침 햇살에 사라지는 안개처럼.
"새벽." 해랑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멈추지 마요. 이제 돌이킬 수 없어요. 저는 당신이 준 기억과 함께, 남은 삶을 이 세상을 안정시키는 데 바칠 거예요. 당신은... 당신의 사명을 완수했어요." 새벽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그녀는 해랑의 소멸을 보고 싶지 않은 듯했다.
해랑은 그의 남아있는 모든 힘을 동원하여, 희미해지는 육체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그녀는 그 안에서 크로노스 세계의 모든 온기를 느꼈다.
"나는 오디세이로서 이 세계에 왔고, 크로노스로서 힘을 휘둘렀지만... 유해랑으로서 당신을 사랑했다."
그의 마지막 속삭임이 새벽의 귓가를 울렸다. 해랑은 그녀의 뺨에 마지막 키스를 남겼다. 그 키스는 단순한 접촉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존재의 마지막 조각을 그녀에게 영원히 새겨 넣는 행위였다.
파아아아-
마지막 푸른빛이 허공으로 흩어지며, 테이블 위 모든 고대 기록과 함께 시간의 요람이 봉인되었다. 그리고 그 빛과 함께, 유해랑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사라짐은 진정한 의미의 소멸이었다. 차원의 끈이 끊어졌고, 그는 이 세계의 모든 기록, 모든 에너지, 모든 가능성에서 지워졌다.
3. 꽃잎의 안식
시간이 멈추었던 노을 시 중앙 공원의 시간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평온해졌다. 제논과 팔라딘 부대는 혼란 속에서 철수했고, 노을 시는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세상은 유해랑이라는 존재가 잠시 흔들었던 미세한 균열을 잊은 듯,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다.
윤새벽만이 그 모든 것을 기억했다. 그녀는 텅 빈 도서관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몸속에 남은 해랑의 절대적인 기억과 감정을 느꼈다. 그의 고통, 그의 사명, 그리고 그녀를 향한 치명적인 로맨스의 흔적.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더 이상 보랏빛이 아니었다. 해랑의 아이기스 에너지를 품고 있는 그녀의 눈은 영롱한 금빛을 띠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단순한 파수꾼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이기스를 봉인한 유일한 존재이자, 절대자의 모든 것을 물려받은 존재가 된 것이다.
'해랑 씨... 오디세이...'
새벽은 그의 마지막 흔적이 남은 테이블로 다가섰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새벽은 그가 앉았던 자리에서 만개하는 꽃잎의 은은한 향기를 다시 한번 느꼈다. 그것은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해랑의 마지막 존재 증명이었다.
새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이제 새로운 사명을 가지고 있었다. 해랑이 지키고자 했던 이 세상을, 그의 기억과 힘으로 완벽하게 안정시키는 것.
그녀는 도서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노을 시의 아침 햇살이 그녀의 금빛 눈동자에 닿았다. 그녀의 발걸음은 더 이상 고독하지 않았다. 그녀의 내부에는 두 사람의 운명이 함께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스스로를 희생하여 남긴 치명적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받아들인 여인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수호자로서, 만개하는 꽃잎처럼 아름답고 강인하게 세상 속에 홀로 서 있었다.
<완결>
'자동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복수의 화신: 구원자의 심장을 꿰뚫는 가시 왕관💥 (0) | 2025.12.08 |
|---|---|
| 왕의 그림자를 삼킨 재상: 피로 쓴 복수의 서막 (0) | 2025.12.07 |
| 원피스 1167화 번역 줄거리 입니다 (0) | 2025.12.07 |
| 4 cut cartoon 꼬마 마법사의 첫 마법 (The Little Wizard's First Spell) (0) | 2025.12.06 |
| 피의 변론: 법정의 악마가 춤출 때 (0) | 2025.12.04 |
| 멸망한 세계의 마지막 사서: 어둠을 읽는 자 (0) | 2025.12.03 |
| 🩸파천혈주: 멸문의 밤, 비상하는 까마귀의 날개깃🦅 (0) | 2025.12.03 |
| 🌑절망의 나락에서 피어난 검혼(劍魂) - 비운의 천재, 류진의 회귀록 마무리 (2) | 2025.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