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화 : 시골 마을의 무능한 꼬맹이 (4)

2026. 6. 5. 19:56만화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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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창고를 메웠던 지독한 피비린내와 노폐물의 악취가 환기 마법에 의해 씻겨 내려갔다.

밀러는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으로 레온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소년의 몸에서는, 이제 막 피어난 마력의 잔흔이 서늘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평범한 마력이 아니었다. 불길할 정도로 짙은 검은빛이 섞인 보라색. 시스템 창이 말한 ‘공허(Void)’의 마력이 밀러의 눈에는 그저 기이한 변종 마력으로 보일 뿐이었다.

“강제로 마력을 개화했으니 당분간은 온몸의 뼈가 삐걱거릴 게다. 며칠은 쉬면서 마력을 안정시키…….”

“시간이 없어, 영감님.”

레온은 밀러의 말을 자르며 낡은 수건으로 몸을 거칠게 닦아냈다.

고작 15의 마력. 성기사단장 시절 그가 다루던 무한에 가까운 투기에 비하면 장난감 수준도 안 되는 미미한 양이었다. 하지만 마력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앞으로의 성장 속도는 수십 배로 뛸 터였다.

“당장 내일부터 가르쳐줘. 마탑의 기초 마력 운용법과 영감님이 쓰던 특수 주문들 전부.”

“……보통 꼬맹이가 아니란 건 알았지만, 지독하리만큼 성급하구나.”

밀러가 혀를 차며 지팡이로 바닥을 쿵 쳤다.

“좋다. 네놈이 원한다면 지옥을 보여주마. 마탑의 교육 방식은 제국의 성기사단 놈들보다 백 배는 더 가혹하니까.”

성기사단이라는 말에 레온의 눈꼬리가 미세하게 떨렸으나, 그는 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엔을 찢어발기기 위해서라면 지옥 불덩어리에 발을 담그는 것쯤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잠든 시간, 레온은 다시 숲속의 공터로 향했다.

어제 마력을 각성했음에도 시스템의 일일 퀘스트는 자비 없이 리셋되어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일일 퀘스트 : 강인한 기초 다지기]

  • 팔굽혀펴기 : 0 / 100회
  • 윗몸일으키기 : 0 / 100회
  • 스쿼트 : 0 / 100회
  • 달리기 : 0 / 10km ※ 각성 보너스: 마력 회로가 동기화되어 퀘스트 수행 시 신체 조건이 더 빠르게 강화됩니다.

“후우…….”

레온은 곧장 바닥에 엎드려 팔을 굽혔다.

어제와는 확연히 달랐다. 단전에 깃든 15의 마력이 호흡을 따라 온몸의 혈관을 타고 미세하게 순환하기 시작했다. 근육이 찢어지는 듯했던 고통은 마력의 가호 아래 한층 부드럽게 완화되었고, 몸은 놀라울 정도로 가벼웠다.

하나, 둘, 셋……. 숫자가 올라가는 속도가 어제의 두 배 이상이었다.

오전 내로 일일 퀘스트를 가볍게 끝마친 레온은 곧장 밀러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밀러는 테이블 가득 오래된 양장본 서적들을 쌓아둔 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부터 배울 것은 마력의 ‘성질 변환’이다. 마탑의 마법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원소를 다루지. 불, 물, 바람, 대지……. 네놈이 비약을 마시고 얻은 마력의 속성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밀러가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투명한 수정구를 꺼내 레온의 앞에 놓았다.

“여기에 손을 얹고 마력을 주입해 봐라. 불이면 붉은색, 물이면 푸른색으로 빛날 것이다.”

레온은 묵묵히 수정구 위에 작은 손을 얹었다.

사실 레온은 자신의 속성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시스템이 고지한 ‘공허’. 전생의 마법학 서적에서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 세상의 규칙을 벗어난 이질적인 속성이었다.

‘어떻게 발현될지 나도 궁금하군.’

심호흡과 함께 단전의 마력을 손끝으로 밀어 넣었다.

웅웅웅-!

순간, 수정구가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밀러의 눈이 기대로 가득 찼다. 하지만 수정구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영공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붉은색도, 푸른색도 아니었다. 빛이 나오는가 싶더니, 수정구 내부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완벽한 암흑’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빛을 내뿜는 게 아니라, 주위의 빛을 흡수해 버리는 듯한 기괴한 어둠이었다.

쩌적! 쩌적!

“어, 어라? 이게 왜……?”

밀러가 당황해 뒤로 물러서기도 전에, 단단한 마력 측정 수정구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더니, 이내 퍽 소리와 함께 미세한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흩어졌다.

폭발한 것이 아니었다. 존재 자체가 ‘지워진’ 것처럼 부서져 내린 것이다.

지하 창고에 기묘한 냉기가 감돌았다.

“이, 이런 속성은 본 적이 없다……! 마력을 파괴하는 마력이라니? 아니, 파괴가 아니라 소멸인가? 대체 네놈의 영혼에는 무엇이 들어차 있는 거냐?”

밀러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레온을 바라보았다.

레온은 바닥에 떨어진 수정구 가루를 무덤덤하게 털어내며 자신의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했다.

‘공허(Void)라더니, 과연.’

마법과 투기, 혹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를 상쇄하고 지워버릴 수 있는 절대적인 거부의 힘.

레온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카이엔은 훗날 신성력과 마기를 동시에 다루는 변칙적인 괴물이 된다. 그런 카이엔의 가짜 기적을 정면에서 지워버리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힘은 없었다.

“속성 따윈 상관없어, 영감님.”

레온이 고개를 들며 차갑게 말했다.

“빛이든 어둠이든, 결국 상대를 죽일 수만 있으면 그만이니까. 당장 이 힘으로 발동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주문부터 가르쳐줘.”

밀러는 마른침을 삼켰다. 눈앞의 소년이 제국을 구할 구원자가 될지, 혹은 마왕보다 더한 재앙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괴물을 키워내면, 자신을 배신한 마탑의 수장 역시 반드시 파멸하리라는 것을.

“……좋다. 첫 번째는 주문의 캐스팅을 극한으로 줄이는 ‘무언(無言) 캐스팅’의 기초다. 잘 보고 따라 해라.”

시골 마을의 작은 오두막 깊은 곳. 훗날 대륙의 역사를 피로 뒤흔들 복수귀의 진정한 무기가 소리 없이 벼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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