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화 : 시골 마을의 무능한 꼬맹이 (5)

2026. 6. 6. 09:45만화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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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아아아…….

오두막 마당에 놓인 커다란 참나무 그루터기 위로 레온의 작은 손이 부드럽게 얹어졌다.

입을 열어 주문을 외우지도, 화려하게 손가락을 튕기지도 않았다. 오직 단전에서 피어오른 보랏빛 서리가 레온의 손끝을 타고 소리 없이 흘러내렸을 뿐이다.

화아악-

순간, 단단하던 참나무 그루터기가 소리도 없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불에 타서 그을린 게 아니었다. 마치 수백 년의 세월이 단 몇 초 만에 흘러간 것처럼, 그루터기는 바스러진 먼지가 되어 바람에 허무하게 흩날려 사라졌다.

‘무언(無言) 캐스팅, 그리고 공허 속성의 침식.’

레온은 자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밀러가 전수한 마탑의 비전은 대단했다. 마법의 영창을 생략하고 오직 이미지와 마력의 파동만으로 발동하는 무언 캐스팅은, 전생에 검만 휘두르던 레온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거기에 모든 존재를 소멸시키는 ‘공허’가 더해지자, 고작 15의 마력으로도 이런 해괴한 파괴력이 나왔다.

“말도 안 돼…….”

오두막 문틀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던 밀러가 멍하니 읊조렸다. 그의 손에 들린 곰방대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무언 캐스팅을 고작 보름 만에 완벽하게 체득해? 제국 마탑의 대마법사들도 영창을 생략하려면 최소 수년은 수련해야 하거늘…….”

밀러의 눈에 서린 경외감은 이제 깊은 공포로 바뀌어 있었다. 그가 아는 상식의 틀이 열 살짜리 꼬맹이에 의해 매일같이 처참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물론 밀러는 알지 못했다. 레온이 이미 전생에 대륙 최고의 검사로서 ‘마력보다 더 정교한 투기(鬪氣)’를 손가락 다루듯 조절하던 그랜드 마스터였다는 사실을. 레온에게 마력이란 그저 전생에 쓰던 투기와 다를 바 없는, 형태만 조금 다른 ‘에너지’에 불과했다.

“영감님, 다음 단계는?”

레온이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더 이상 가르칠 기초는 없다.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밀러가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곰방대를 주워 올리며 숲의 깊은 곳을 가리켰다.

“마력을 다루는 법을 배웠으니, 네 몸에 흐르는 그 기괴한 힘을 ‘전투’에 녹여내야지. 마침 잘 됐군. 르완 숲 북쪽에 최근 골칫거리가 하나 생겼다.”

“골칫거리?”

“그래. 원래는 얌전하던 멧돼지 놈들이었는데, 최근 들어 몸집이 두 배는 커지더니 난폭해졌어. 마을 사냥꾼들도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있지. 변종(變種) 마수의 전조다.”

변종 마수.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레온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기억났다. 3년 뒤 이 평화로운 마을을 피바다로 만들 대규모 마수 습격 사건. 그 거대한 재앙이 일어나기 전, 숲의 생태계가 조금씩 비틀거리며 마물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던 전조 증상들이 바로 지금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마수의 폭주 배후에는, 마왕의 힘을 미리 받아 챙기던 ‘소년 카이엔’의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

‘벌써부터 수작을 부리고 있었군, 카이엔.’

레온은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서늘한 살의를 억눌렀다.

[시스템] 돌발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돌발 퀘스트 : 숲의 오염을 추적하라]

  • 목표 : 변종 마수 ‘오염된 멧돼지’ 3마리 토벌
  • 보상 : ‘중급 근력 영약’ 1개, 시스템 기능 추가 개방
  • 실패 시 패널티 : 마력 회로 10일간 봉인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푸른 창을 보며 레온은 낡은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아직 제대로 된 철검을 살 돈이 없어 쓰던 무기였지만, 이제는 마력을 둘러 단단한 강철보다 날카롭게 제어할 수 있었다.

“다녀오지.”

“어이, 레온! 조심해라! 아무리 네놈이 괴물이라 한들 육체는 아직 열 살짜리 꼬맹…….”

밀러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레온의 신형은 이미 새벽안개가 자욱한 숲속으로 신속하게 사라진 뒤였다.

스스슥.

풀숲을 헤치는 소리와 함께, 지독하게 역겨운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일반적인 멧돼지의 비린내가 아니었다. 시체가 썩어 문드러지는 듯한, 카이엔의 대성전에서 풍기던 그 익숙하고 추악한 ‘마기(魔氣)’의 냄새였다.

레온은 거대한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숨을 죽였다.

그곳에는 집채만 한 크기의 멧돼지 세 마리가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눈동자는 핏빛으로 충혈되어 있었고, 등 가죽 위로는 검붉은 종기들이 기괴하게 돋아나 있었다. 확실히 정상적인 생명체가 아니었다.

‘카이엔 놈, 벌써 이 근처에 마기의 파편을 뿌려둔 건가.’

세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열 살짜리 육체로서는 제법 버거운 일이었다. 마력이 겨우 15인 상태에서 정면충돌은 무모했다.

하지만 레온은 사냥개처럼 구르며 수천 번의 실전을 치러낸 전쟁의 영웅이었다.

스우우…….

레온이 나뭇가지 끝에 보랏빛 공허의 마력을 얇게 덧씌웠다. 빛조차 차단하는 암흑의 검기가 앙상한 나뭇가지를 감쌌다.

‘가장 뒤에 있는 놈부터.’

타앗!

레온의 신형이 탄성 높은 고무줄처럼 튕겨 나갔다. 일주일 동안 일일 퀘스트를 수행하며 다져진 민첩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멧돼지의 사각으로 파고든 레온은, 망설임 없이 나뭇가지를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제1 초식, ‘종베기’.

서걱-!

어떠한 저항감도 없었다. 마력을 둘러싸고 단단해진 멧돼지의 가죽은, 레온의 공허의 검격 앞에서는 고작 두부 한 모에 불과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목이 깔끔하게 잘려 나간 첫 번째 멧돼지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쿠어어어억-!”

동료의 죽음을 감지한 나머지 두 마리가 격노하며 고개를 돌렸다. 붉은 눈을 번뜩이는 괴수들이 레온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땅이 울리고, 나무들이 도미노처럼 꺾여 나갔다.

하지만 거대한 폭풍처럼 밀려오는 파멸의 돌진 앞에서도, 열 살 소년의 눈동자는 거울처럼 잔잔하기만 했다.

“가짜 기적을 부리는 놈에 비하면, 네놈들의 돌진 따위는 멈춰있는 것과 같지.”

레온이 나뭇가지를 비스듬히 치켜들며, 전생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성기사단의 검식을 발동할 준비를 마쳤다. 복수귀의 첫 사냥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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