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4. 09:22ㆍ만화 애니
“어이, 저기 봐라. 또 저러고 있네.” “쯧쯧, 하여간 부모도 없는 핏줄이라 그런가, 머리가 어떻게 된 게 틀림없어.”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허공을 향해 끊임없이 휘두르는 열 살짜리 소년을 보며, 마을 주민들은 혀를 차며 지나갔다.
제국 변방의 작은 시골, 르완 마을. 이곳에서 레온은 ‘정신 나간 고아 꼬맹이’로 통했다. 또래 아이들이 흙장난을 치거나 가축을 몰 때, 레온은 온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시늉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후욱, 후욱.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나뭇가지가 허공을 갈랐다. 작고 앙상한 손목에는 이미 시퍼런 멍과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어른들의 비아냥은 레온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레온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불과 며칠 전 대성전에서 겪었던 그 끔찍한 피비린내와 심장을 관통했던 강철의 감촉이었다.
‘느려. 너무 느려……!’
레온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열 살짜리 어린아이의 육체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연약했다. 성기사단장 시절, 대륙 최고의 검사라 불리며 구사했던 그 정묘한 검로(劍路)를 머리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몸이 전혀 따라와 주지 않았다. 고작 세 번 연속으로 검을 뻗었을 뿐인데도 어깨 관죽이 비명을 질렀다.
‘카이엔.’
배신자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현재 제국에서 가장 성스러운 영웅으로 칭송받는 성기사 카이엔. 그가 마왕과 손을 잡고 세상의 종말을 불러오기까지 앞으로 정확히 10년이 남았다.
그리고 그 10년 뒤의 카이엔을 꺾기 위해서는, 지금 이 한가로운 시골 마을에서부터 힘을 길러야 했다.
툭.
무리하게 힘을 주자, 결국 버티지 못한 나뭇가지가 툭 부러지며 레온의 몸이 바닥으로 꼴사납게 고꾸라졌다. 까진 무릎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하아…… 하아……”
흙바닥에 대자로 누운 레온이 허탈하게 웃었다. 대륙을 호령하던 성기사단장이 고작 나뭇가지 하나 통제하지 못해 자빠지다니. 참으로 우스운 꼴이었다.
그때, 레온의 시야에 반투명한 푸른빛의 문자들이 떠올랐다.
[시스템] 플레이어의 육체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시스템] 현재 신체 상태 : 영양실조, 근육 미달, 발육 부진 [시스템] 전생의 경지(검성)를 구현하기 위해선 신체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일일 퀘스트 : 강인한 기초 다지기]
- 팔굽혀펴기 : 0 / 100회
- 윗몸일으키기 : 0 / 100회
- 스쿼트 : 0 / 100회
- 달리기 : 0 / 10km ※ 주의: 미달성 시 패널티가 부여됩니다.
회귀와 동시에 눈앞에 나타난 기괴한 시스템 창. 레온은 차가운 눈으로 그 화면을 응시했다. 전생에는 존재하지 않던 기이한 힘이었지만, 이것이 신의 장난이든 마왕의 저주든 상관없었다.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다. 무조건 한다.”
레온은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릎에서 피가 흐르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땅바닥에 두 손을 짚고 팔을 굽히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겨우 열 개를 넘어가자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왔다. 가슴 근육이 찢어질 것 같았고 팔이 꺾일 것 같았다. 하지만 레온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카이엔이 얼마나 압도적인 천재인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평범하게 노력해서는 절대로 그 괴물을 따라잡을 수 없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석양이 마을 어귀를 붉게 물들일 때쯤에야 서늘한 알림음이 울렸다.
[시스템] 일일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 ‘하급 근력 영약’ 1개가 지급되었습니다. [보상] 체력이 모두 회복됩니다.
화아악!
순간, 지옥 같던 피로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온몸에 따스한 온기가 감돌았다. 손에 쥐어진 작은 유리병에는 푸른빛의 액체가 담겨 있었다.
레온은 망설임 없이 영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타오르는 듯한 열감이 뼈와 근육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확실히 평범하게 운동하는 것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이, 꼬맹이! 거기서 뭐 해?”
그때, 거친 목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돌아보니 마을의 가죽 장수이자 덩치 큰 사내인 ‘바르토’가 험악한 인상을 쓰며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먹다 남은 딱딱한 호밀빵 한 덩이가 들려 있었다.
“날도 저무는데 집에 안 가고 뭐 하냐? 쯧, 이거나 먹고 떨치든가.”
바르토는 퉁명스럽게 빵을 던져주었다. 말은 거칠었지만, 부모 없는 레온이 굶어 죽지 않게 가끔씩 먹을 것을 챙겨주는 몇 안 되는 동네 아저씨였다.
레온은 흙먼지가 묻은 빵을 주워 들었다.
“고맙습니다, 바르토 아저씨.” “엉? ……어라.”
바르토가 눈을 가늘게 뜨며 레온을 뜯어보았다. 평소의 레온이라면 초점 없는 눈으로 빵만 받아 가곤 했는데, 오늘의 레온은 무언가 달랐다.
어린아이의 눈빛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깊고, 서늘한 가라앉은 안광.
바르토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뒷걸음질을 쳤다. “……녀석, 눈빛 왜 저래? 귀신이라도 붙었나.”
바르토가 찝찝하다는 듯 서둘러 자리를 떠났고, 홀로 남은 레온은 빵을 베어 물며 먼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이곳 르완 마을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정확히 3년 뒤 마수들의 대규모 습격으로 인해 지도에서 사라질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때, 온 대륙에 이름을 떨치기 전의 ‘소년 카이엔’이 이곳으로 파견을 오게 된다.
‘3년이다.’
레온의 눈이 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났다.
‘카이엔, 네가 이 마을에 영웅으로 찾아올 때…… 나는 네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져 있을 거다.’
신마저 기만한 회귀자의 위대한 첫걸음이, 작은 시골 마을의 흙바닥에서부터 천천히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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